지난 주말 종영한 <마인>의 최종회는 한국 드라마사에서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순간으로 남을 장면을 선보였다. 낳은 엄마와 기른 엄마가 우리 함께 아이를 잘 키워보자며 양쪽에서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장면이다. 아내가 두명 등장하는 드라마에서 분란의 원인을 제공한 남편은 쏙 빠지고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 구도가 형성되는 것이 그간의 한국 드라마가 묘사해온 일종의 스테레오타입이었다면, <마인>은 갈등의 불씨를 제거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아이를 사랑하는 두 엄마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무언가 이질적인 것을 보고 있다는 낯설고도 복합적인 감정을 <마인>을 보는 동안 종종 느꼈다. 살얼음판 같은 재벌가에서 서로를 지키는 형님과 동서, 능력과 사랑은 별개임을 인정하고 첫사랑을 그리워하며 남편과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아내, 배다른 자식의 행복을 위해 책임의 무게를 대신 짊어지는 새엄마.
<마인>에서 등장인물들의 선택은 단선적이지 않으며 인물간의 관계 또한 자로 잰 듯 명확하지 않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선을 긋고 때로는 공존할 수 없을 것만 같던 이들과도 연대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마인>의 여성들이 사뭇 낯설어 보였던 건, 대중문화가 그동안 여성의 모습을 묘사하며 충분히 들여다보지 않은 공간이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번호에서 임수연 기자가 만난 <마인>의 이나정 PD는 “누군가를 위해 마음을 내준다거나 용서한다거나 의리를 보여주는 걸 남자답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여성스러움”이란 단어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재정의하고 싶었다는 연출 의도를 밝혔다.
공교롭게도 ‘여성답다’는 것의 의미에 대한 질문은 <블랙 위도우>에서도 이어진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이전으로 돌아간 블랙 위도우의 알려지지 않은 전사를 다루는 이 작품은 20년 만에 만난 자매가 서로에 대한 의심과 감정을 담아 스트리트 파이터처럼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을 보여준다.
자신의 힘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모든 억압에 저항하며 거침없이 연대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주는 묘한 해방감은 <마인>에 이어 <블랙 위도우>에서도 이어진다. ‘여성스러움’의 범주를 확장하는 여성 서사의 필요성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점점 증가하고 있음을 실감하는 동시에, 부산국제영화제의 ‘원더우먼스 무비’ 특별전 소식을 통해 선구적으로 여성 서사의 다채로움을 탐구해왔던 작품들을 반추해보는 한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