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김광준 4·16재단 이사장…세월호의 기억, 문화콘텐츠로 이어간다
2021-07-05
글 : 배동미
사진 : 백종헌

세월호 가족과 국민이 힘을 합쳐 만든 비영리 민간재단인 4·16재단은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한 문화콘텐츠 공모전을 올해로 3회째 열고 있다. ‘4·16 재단 문화콘텐츠 공모전’은 참사와 관련한 인물들, 그리고 피해자들의 삶을 다룬 장편 극영화나 다큐멘터리의 시나리오, 생명이 존중받는 안전한 사회의 가치를 담은 시나리오에 힘을 실어주는 무대다.

올해 콘텐츠 공모전을 이끄는 김광준 4·16재단 이사장은 재단 설립 초기부터 함께해온 인물로, 올해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가톨릭 사제로 사제복을 말쑥하게 차려입고 <씨네21>에 나타난 그에게, 사회적 참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데 문화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물었다.

-4·16재단의 이사장으로 취임하기 전, 이사로 일했다.

=재단 설립 때부터 3년간 4·16재단 이사로 일했고, 그전에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사무처장으로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기억 교실’ 이전 합의를 중재하는 역할을 하면서 세월호 유가족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당시 유가족들은 교실을 학교에 그대로 보존하길 원했고 학교는 다른 학생들을 위해 이전을 바라면서 입장 차가 첨예했다. 경기도교육청에서 종교계가 나서서 중재해달라고 요청해왔다. 당시 개신교·불교·가톨릭·원불교·유교·천도교간 협의체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사무처장으로서 기억 교실 이전 문제의 중재자로 나서게 됐다. 1년 동안 고생했지만 어쨌든 가족들과 잘 합의해서 교실을 원형 그대로 학교 밖으로 이전할 수 있었다. 이후 4·16재단이 만들어지면서 종교쪽을 대표해서 재단의 이사로 선임됐고 이번에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매년 ‘4·16재단 문화콘텐츠 공모전’을 열고 있는데 성과는 어떤가.

=올해로 3회째다. 1~2회 때 상을 받은 시나리오들이 영화화돼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그 성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예술이 세월호 참사에 있어서 작용하는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 참사 발생 초기부터 가족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협력하고 힘이 되어준 존재가 바로 문화예술인이었다. 음악인들은 음악을 통해, 연극인들은 연극으로, 영화인들은 다큐멘터리나 영화로 세월호의 아픔을 공유하는 역할을 했다. 올해가 세월호 참사 7주기인데, 어느새 참사가 사람들 기억 속에서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인간의 기억이란 그만큼 짧은 것이다. 문화를 통해 세월호에 대한 기억을 재생산하고 그 기억을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이사장으로서는 세월호를 잊지 않고 우리 마음속에 남기면서도 생명을 존중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콘텐츠를 소망하고 있다. 10주기를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가능하면 콘텐츠 공모전에 입상한 시나리오가 작품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공모전에 입상하면 작품 제작으로까지 이어지나.

=1회에서 대상을 받은 <상실의 궤도>는 영화화를 위해 기획·개발 중이고, 2회 수상작 <아내의 비밀>은 곧 크랭크인 예정이다. 수상 시나리오가 작품으로 탄생하면 공모전 자체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가 재단의 이사인데, 공모전에 관심이 많아서 심재명 대표 중심으로 공모전이 돌아가고 있다. 심 대표와 한 작품이라도 작품화가 되면 좋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3년 후면 세월호 참사 10주기인데 적어도 10주기에는 그런 작품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개인적인 희망으로는 세월호 침몰의 진상이 밝혀지고 그에 대한 극영화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6·25전쟁이나 광주민주화운동을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와 드라마들이 많이 제작되고 있다. 두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시간적 거리가 있는, 사회적 합의가 도출된 사건들이다. 세월호 참사는 영화와 다큐로 만들어지기엔 시간적으로 우리에게 너무 가까운 사건일 수도 있겠다.

=세월호 유가족의 트라우마가 많이 극복됐고, 유가족도 열려 있는 상태다. 이제는 세월호에 대한 영화와 다큐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언급한 6·25전쟁이나 광주민주화운동 역시 진상 규명에 대한 여지가 있다고 본다. 유가족이 원하는 세월호에 대한 영화나 다큐는 세월호로 인해 어떻게 한 가족이 변했고,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했느냐를 그려내는 방식의 콘텐츠다. 일차적으로 이런 결의 작품이 많이 필요하다.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 내에 생명안전공원 건립이 시작됐다.

=생명안전공원을 채우는 것 역시 문화라고 생각한다. 4·16재단에서는 세월호와 관련된 작품을 모두 수집하고 아카이빙해서 생명안전공원에 전시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최근 광주 학동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 콘크리트가 무너져 버스에 타고 있던 시민들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한국 사회에서 이같은 일이 계속 일어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역시 안전 불감증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경제적인 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광주 버스 참사 역시 하청에 재하청 문제, 지역 조폭과 연루돼 있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여전히 기업과 국가는 약자 편이 아니라 강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 같다. 노동자들을 가족처럼 여기지 않고 일종의 부속품이나 기계, 도구처럼 생각하는 인식이 크다.

-한국 사회에서 세월호 참사는 어떤 의미인 것 같나.

=경제적으로 발전하면서 우리 인간의 모순된 모습과 이기적인 변화상을 본 것이 아닐까. 세월호의 가장 큰 비극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희생자들을 그 안에 그대로 수장시켰다는 것이다. 세월호에 타고 있던 선원, 구조 연락을 받고 온 해양경찰 등이 생명을 경시하고 두손 놓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한국 사회는 세월호 이전과 달라야 한다. 생명이 존중되는 사회, 안전이 존중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지금도 보도되지 않는 안전사고가 얼마나 많겠나.

-4·16재단 이사장이자 가톨릭 사제다. 사회적 참사를 기억하고 피해자들의 회복을 돕는 재단의 일과 종교의 가르침이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결국 종교가 지향하는 바는 생명이다. 생명을 생명답게 살리고 온전하게 하는 게 모든 종교의 공통분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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