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Till We Meet Again
구파도 / 대만 / 128분 / 2021 / 개막작
부부의 연을 맺어준다는 전설 속 인물인 월하노인과 사후세계에 대한 상상력을 엮은 로맨틱 코미디. 농구 시합 중 벼락을 맞아 사망한 샤오룬(가진동)은 기억을 잃고 저승에 떨어지는데, 흰 구슬과 검은 구슬로 된 염주 하나를 손목에 차게 된다. 구슬의 빛깔은 그동안 살아온 삶에 따라 결정되는데, 남모르게 좋은 일을 하거나 숨어서 베푼 은덕이 있으면 흰 염주알을, 악행을 저질렀으면 검은 염주알을 지니게 된다. 다시 인간으로 환생하기 위해 검은 염주알을 흰색으로 바꿔야 하는 샤오룬은 월하노인이 되어 커플을 성사시켜야 하는 미션에 뛰어든다.
비슷한 시기 저승에 온 핑키(왕정)와 파트너가 되어 이승 사람들에게 부부의 연을 맺어주던 샤오룬은 우연히 연인이었던 홍징칭(성 유 후아)을 만나 잃어버린 기억을 한순간에 되찾는다. 그 과정을 바라보는 핑키는 샤오룬을 향한 마음을 깨닫게 된다. 죽음으로 엇갈린 샤오룬과 홍징칭의 사랑은 이뤄질 수 없어 애틋하며, 보답받을 수 없는 핑키의 마음도 애절하다. 영화는 고백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떨리는 사랑을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순간들로 여러 번 포개면서도 밝고 쾌활한 특유의 무드를 유지해낸다.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는 청춘들의 순수한 사랑을 그리는 데 탁월한 장기를 가진 구파도 감독의 신작이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로 한국 영화팬들에게도 익숙한 구파도 감독은 실은 현지에서 소설가로 더 유명한 인물이다. 1999년 20대 초반 그가 인터넷에서 연재한 소설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책으로 출판되었고, 후에 그가 연출한 모든 영화들은 자신이 쓴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 더구나 이번 작품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서 사랑으로 마음 졸이는 청춘을 연기한 배우 가진동이 다시 한번 절절한 마음을 표현해 익숙하고 반갑다.
상영정보
7월 10일 오후 4시30분 부천시청 어울마당
7월 13일 오후 8시 CGV소풍 9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