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어나더 레코드'(가제) 김종관 감독·배우 신세경…함께 산책하듯이, 익숙한 풍경을 새롭게
2021-07-22
글 : 남선우
사진 : 최성열
시네마틱 다큐멘터리 시리즈 <어나더 레코드>(가제) 김종관 감독·배우 신세경
신세경, 김종관(왼쪽부터).

직접 구운 쿠키를 싸들고, 친구와 함께 돌담길을 거닐다, 문득 궁궐 안 미술관에 들어가보지 않을까. 김종관 감독의 프레임에 들어올 배우 신세경의 한나절을 상상했다. 작품 밖 스타의 삶을 기록하는 시네마틱 다큐멘터리 시리즈 <어나더 레코드>(가제)의 첫 작품을 두 사람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제작을 맡은 쇼박스는 캐릭터 너머의 모습이 궁금한 배우, 그와 어울리는 감수성을 가진 연출자의 조합을 구상하다 가장 먼저 이들을 떠올렸다고 한다. 제안 수락 후 촬영을 준비 중인 김종관 감독과 신세경 배우를 미리 만나 대화를 나눴다. 서로의 안테나를 조율 중인 이들의 영화는 올해 하반기 KT 시즌에서 독점 공개될 예정이다.

-<어나더 레코드> 시리즈의 첫 파트너가 되었다. 두 사람 모두에게 다큐멘터리는 새로운 영역이다.

김종관 영화 작업을 할 때 배우와 공간이라는 테마를 항상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극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배우의 매력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표현할 수 있는 작업이라 새롭게 다가왔다. 새로운 형태의 작업 안에서 배우는 것이 많다. 최근에는 전시나 연극 작업도 했다. 창작자로서 아웃풋이 계속되면 탈진할 수 있는데, 장르를 바꿔서 창작해보는 경험 자체가 새로운 인풋이 되고 있다. 내가 하게 되는 일, 관찰하는 대상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음 작업에도 많은 자극과 준비가 된다.

신세경 배우로서 늘 대본 속 캐릭터를 연기하는 일을 하다 보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줄 기회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작품 밖의 나를 보여줄 수 있는 프로젝트를 김종관 감독님이 함께한다고 하니까 기대가 되었다.

-다큐멘터리를 함께하기로 결정한 후 처음 만났다고 들었다. 서로의 첫인상이 어땠나.

신세경 처음 만난 게 언제였더라?

김종관 두달이 안됐다. 올해 5월, 쇼박스 앞에서 처음 만났다. 내가 강남에 갈 일이 많지 않아 강남 지리를 잘 모른다. 그래서 처음 만나는 날 지각을 하고 말았다. 신사 사거리에서 택시가 20분을 안 움직이더라. (웃음) 땀을 뻘뻘 흘리며 들어와 미안한 마음으로 대화를 시작했는데, 짧게 이야기를 나눴는데도 무척 즐거웠다. 이후 만남을 거듭하면서 신세경 배우가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 감독으로서 취재를 위해 수시로 인터뷰를 했는데, 신세경 배우가 역으로 내게 질문을 많이 했다. 그런 점이 재밌었다. 자신에 대한 고민도 많지만 동시에 세상을 향해서도 열려 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신세경 편한 자리여서 그럴 수 있었다. 감독님을 처음 뵈었을 때부터 섬세함과 배려를 느꼈으니까. 감독님한테 최근 관심사가 무엇인지, 뭘 좋아하는지 등을 물어봤다. 내 이야기를 하는 다큐멘터리라지만 나도 상대방이 궁금하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여쭤본 건데, 내가 정말 질문을 많이 하긴 하더라. 최근에서야 인식했다. (웃음) 이런 인터뷰 자리에서도 내 이야기를 할 기회는 많은데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는 많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도 이번 프로젝트와 맞닿아 있다. 다큐멘터리를 본 관객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기회도 생기지 않을까.

-신세경 배우는 2018년부터 유튜브 채널에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를 올리고 있다. 배우가 직접 찍는 영상과 감독이 찍을 다큐멘터리 사이의 간극도 생길 테다.

신세경 브이로그도 거창한 이유로 시작한 건 아니다. 집에서 음식을 해먹고,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을 기록하지 않고 지나치는 게 아까워서 찍게 되었다. 그 과정이 시각적으로도 좋지만 청각적으로도 좋아서 영상으로 남겨두자는 마음으로. 그렇게 브이로그로 내 모습보다 내가 바라보는, 나를 둘러싼 주변의 것들을 찍었다면 다큐멘터리로는 그 안에 있는 나를 김종관 감독님의 감각으로 담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때의 나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김종관 감독의 공간에서 신세경 배우가 어떻게 움직일지 궁금하다. <더 테이블> <아무도 없는 곳>에서는 종로 일대의 장소들이 대화의 싹을 틔우는 또 하나의 캐릭터 같았다.

김종관 실제로 사는 동네에서 많은 위안을 느끼고 편안한 이웃들을 만났기 때문에 동네에서 느낀 인상을 영화로 드러내는 것을 좋아한다. 종로 일대에서 산책하고 대화하는 영화를 찍어보긴 했지만 극이 아닌 리얼의 형태로 해본 적은 없기 때문에 새로운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신세경 배우가 도시를 탐험하는 컨셉의 다큐멘터리가 될 것 같은데, 익숙해 보이면서도 다른 세계로 가보려 한다. 매일 오후 7시에 가던 곳을 새벽 3시에 가보면 또 다르지 않나. 그런 식으로 공간의 이면을 보면서 배우가 가진 이면과 내면을 같이 알아가는 프로젝트가 되었으면 한다.

신세경 동네에 대한 감독님의 애정이 무척 크다. 내가 사는 지역과 다른 감독님 동네만의 한적하면서도 다정한 느낌 속에서 내 색채가 어떻게 묻어날지 궁금하다. 요즘 나는 너무 차갑거나 너무 뜨거운 상태가 아닌, 안전하고도 따뜻한 온도를 잘 유지하고 있다. 지금 내 삶에서 유지 중인 그 온도가 감독님이 그동안 영화로 표현해온 톤과 잘 맞는 듯하다.

-본격적인 촬영을 앞두고 있다. 어떤 다큐멘터리로 완성되기를 바라나.

신세경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친숙한 풍경도 다르게 보인다. 요즘 많은 분들이 단조로운 일상에 지쳐 있을 텐데, 우리의 기록이 그 가운데서 조금이나마 색다르고 긍정적인 의미를 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종관 촬영을 준비하며 OTT 플랫폼에서 서비스 중인 캐주얼한 다큐멘터리를 즐겨보는 중이다. 너무 무겁지 않게 편안한 소재를 건드리면서도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들이 많더라. 우리 영화를 보는 분들도 신세경 배우와 함께 여행하는 기분으로 일상 속 낯섦을 마주하고 본인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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