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토피아로부터]
[송길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三人行必有我師
2021-07-29
글 : 송길영 (Mind Miner)
일러스트레이션 EEWHA

계간지 <도무스 코리아>와 3년 기한으로 진행해온 “꿈꾸다 만들다 그리고 묻다” 기획이 마침내 끝났다. 최욱, 이희문, 김보라, 장영규, 송은이, 김보람, 지니 서 등 자신만의 것을 남다르게 만들어오고 있는 분들을 만나 그들이 세운 뜻과 고집스러울 정도로 꾸준한 실행의 비결을 묻는 인터뷰 코너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잡지를 핑계로 만남을 청해 꼭 뵙고 싶었던 분들의 노하우를 엿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는 나에겐 행운과 같았다. 호기심에 무모한 질문을 마구 해대며 몇 시간씩 이야기를 듣는 시간은 너무나 즐거웠으니, 역시 사심이 투영된 일이 성과가 큰 법이다. 바둑의 대가에게 지도 대국을 받은 것처럼 내 문제 중 많은 부분이 해결될 뿐 아니라 근원적으로 제거되는 느낌도 들었다. 언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진화한 우리 종은 다른 사람이 미리 한 고민의 답을 건네받고 그가 한 수고로움을 면제받을 수 있는 엄청난 혜택을 선물처럼 얻었다.

돌이켜보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워낙 새로운 것이라 도모하던 시절부터 도통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게으름이 태생이라 지름길을 탐하는 마음으로 찾아가 스승님으로 모신 분들이 많았기에 한분 한분이 모두 감사하다. 고전을 읽고 시대를 넘어선 근원적인 지혜를 얻어야 했겠지만, 그래도 워낙 자기 합리화가 강한 성격에 족집게 과외와 같은 이런 배움이라도 하는 것이 대견하다 스스로를 칭찬해준다.

먼저 공부하신 선생님들에게만 배우는 것이 아님은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같은 일을 하는 동료들 중 처음으로 경력을 시작하는 신입들과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서 함께 공부해온 것이 10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엔 먼저 공부한 것과 경험을 전수해주리라는 생각이었지만 시작하자마자 내가 배우는 것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분들이 영민한 것도 있고 각자 겪어온 삶의 환경이 다르기에 사회적 기준이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 바뀐 세상으로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것 역시 큰 도움을 준다. 기득지(旣得智)가 많아질수록 감수성의 현행화가 힘들어지는 부작용은 어쩔 수 없다.

압축된 성장으로 경제의 발전 단계가 유례없이 가팔랐고 세계화와 플랫폼화로 거침없이 연결되는 초연결의 세상은 그 이전에 태어난 이들에게는 숨가쁘기만 하다. 인공지능의 섬세한 개인화는 이미 형성된 취향으로 인해 오히려 새로운 탐험을 어렵게 하는 부작용까지 관찰되고 있기에 새로운 세상에 동화되려는 이주민의 가상한 노력도 실천적 방법론에 이르면 절망감에 휩싸이게 된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곳에서 태어난 원주민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기 어려운 시기, 많은 기업들이 ‘리버스 멘토링’이라는 방식을 속속 도입하고 있는 데에 먼저 겪은 수혜자로서 적극 찬성한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이것이 지금의 문제만은 아닌 듯하다. ‘앞선 세 사람 중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三人行必有我師)라는 이야기는 벌써 2500년도 전에 공자가 하신 말씀이니 말이다.

일러스트레이션 EEWHA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