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부르는 두개의 이름이 있다. 이반지하와 김소윤. 그는 두 이름의 관계에 대해 여러 질문을 받았던 모양이다. 이렇게는 말할 수 있겠다. ‘비(非)김소윤’은 김소윤에 기대지 않고는 유지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라고. 퀴어 퍼포먼스 아티스트 이반지하의 첫 책 <이웃집 퀴어 이반지하>는 이름에 얽힌 자기소개로 시작한다. 살려고 했을 뿐인데 겪어야 했던 온갖 혼란에 대한 이야기로. 퀴어가 아닌 이들이 이반지하의 이름을 알게 된 계기가 된 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의 코너 ‘월간 이반지하’에 우울증이나 자살충동을 가진 이들의 사연이 꾸준히 온다는 이야기는 이렇게 흘러간다. 평생 살 생각을 하면 너무 힘드니까 5년, 3년, 1년, 6개월, 한달, 일주일, 하루, 열두 시간, 한 시간 이런 식으로 쪼개서 살아보라고. 본인에게 효과 있던 방법이라고. 살려면 죽지 않아야 하는데, 미디어를 보다가 ‘저러다 저 사람 죽겠다’ 생각하면 정말 그 사람이 죽었다는 뉴스가 나온다. 돈을 벌려고 안 해본 일 없이 돌아다니다 보면 내 잘못도 아닌데 미안한 일이 쌓인다.
<이웃집 퀴어 이반지하>에는 고단한 생(업)의 흔적이 환멸나게 가득하고 대체로 너무하다 싶게 웃긴다. “집에서 과거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하면 과거에 갇힐까봐 두려워진다”는 문장에 이르면 ‘과거 중 어느 부분이요?’ 싶어진다. 가장 나쁜 것을 짚으라면 할 수 있지만, 그보다 덜하다고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 애니메이션 감독이기도 한 이반지하의 다카국제독립단편영화제 참석기는 이보다 더 솔직할 순 없다. 책의 챕터는 퀴어, 노동자, 생존자, 유머리스트, 예술가 이반지하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하지만 이반지하라는 친구(그는 모든 지구인을 친구라고 칭한다)는 적당히를 몰라서 전부 생존자의 이야기였다가, 전부 퀴어의 이야기였다가 한다.
이 멋진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이반지하는 하루아침에 태어나지 않았다. 따라 살 수 없고, 대신 살 수도 없다. 그는 자신의 예술을 “살아남은 것”으로 정의하는데, 단언하지 않지만 단호한 말투는 자꾸 사람을 홀린다. 퀴어, 여성, 예술가라는 단어의 교집합에서 ‘생존자’라는 말의 묵직함이 빛난다. 더불어, 이반지하 작가가 대본을 쓴 한국 최초 퀴어 시트콤 <으랏파파>에 대한 <씨네21> 기사도 함께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