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7명의 주요 스탭이 말하는 '모가디슈' 촬영 비하인드
2021-08-24
글 : 김성훈
글 : 송경원
당신은 이렇게 그날의 모가디슈를 경험한다

조성민 제작 총괄, 최영환 촬영감독, 김보묵 미술감독, 윤대원 무술감독, 박훤 VFX 슈퍼바이저, 김창섭 사운드 디자이너, 이석술 조감독

뒷심이 무섭다. 7월 28일 개봉한 영화 <모가디슈>가 개봉 22일 만에 총관객수 250만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을 돌파했다. 개봉 3주차에 접어들었는데도 신작 사이에서 여전히 힘을 잃지 않아 올해 최다 관객수를 기록한 <블랙 위도우>의 294만여명을 넘어서는 것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인샬라>(1996) 이후 24년 만에 아프리카에서 올 로케이션을 진행한 영화를 두고 어떻게 찍었을까 궁금해하는 관객을 위해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준비했다. 조성민 제작 총괄, 최영환 촬영감독, 김보묵 미술감독, 윤대원 무술감독, 박훤 VFX 슈퍼바이저, 김창섭 사운드 디자이너, 이석술 조감독 등 총 7명의 주요 스탭에게 영화만큼 흥미진진한 제작기를 들었다.

사실변신(事實變身)

모로코 에사우이라를 1990년 소말리아로 어떻게 탈바꿈시켰나.

“1990년 소말리아를 스크린에 펼쳐내라.” 류승완 감독의 주문대로 제작진은 모로코 에사우이라에 진짜 소말리아를 만들어내야 했다. 에사우이라를 촬영지로 삼은 것도 라바트, 마라케시, 카사블랑카 등 다른 후보지보다 “소말리아에 가까운 풍경을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붉은 국가인 모로코에서 에사우이라가 거의 유일하게 소말리아 같은 푸른 도시”(조성민 제작 총괄)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전이 발발하기 전 곡물, 해산물, 낙타로 유명하고, 많은 사람이 도시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평화로운 소말리아 사진이 인상적이었다. 이 풍경을 제대로 구현한다면 모가디슈가 내전으로 폐허가 되어가는 과정과 모습을 단계적으로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다.”(김보묵 미술감독) 그래서 “1980, 90년대 소말리아 사진을 참고해 콘크리트 바닥에 흙을 깔고, 아치 형태의 구조물과 로터리 탑 등 소말리아 특유의 건축양식을 세트로 구현”(조성민 제작 총괄)했다. 특히 “도시의 색깔과 시대를 특정할 수 있는 랜드마크를 활용한다는 컨셉이 중요했기 때문에 소말리아 특유의 건축양식을 재현하는 게 관건”(이석술 조감독)이었다.

“모로코의 모스크는 각진 형태인 데 반해 소말리아는 원뿔형에 기둥도 더 두껍다. 기존의 모스크를 지우고 거의 새로 그렸다고 보면 된다.”(박훤 VFX 슈퍼바이저) 완성된 큰 틀 아래 디테일을 채우는 작업도 빠질 수 없다. “소말리아 대통령이었던 시아드 바레의 초상화를 세트 곳곳에 벽화로 부착”했고, “당시 택시 디자인으로 도색한 차량 및 구형 자동차를 배치”(조성민 제작 총괄)했다.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미술적인 세팅과 VFX의 보완이 긴밀하게 연계된 작업”(이석술 조감독)은 그야말로 도시를 새롭게 창조하는 것 이상의 수고와 상상력이 필요한 시간이었다.

TIP_ 총촬영회차 76회차(2019년 11월 1일~2020년 2월 18일), 로케이션 촬영 참여 스탭 수 약 220명(국내 스탭 약 90명(배우 제외), 모로코 및 해외 스탭 130명), 후반작업 참여 국내외 스탭 수 약 250명.

형형촬영(炯炯撮影)

소말리아 내전을 사실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촬영과 조명을 어떻게 구현했나.

<전우치>(2009), <도둑들>(2012), <국제시장>(2014), <베테랑>(2014) 등 매 작품 새로운 화면을 구현해 관객을 서사에 끌어들었던 베테랑 촬영감독에게도 아프리카의 빛은 도전이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최영환 촬영감독은 이 영화를 “한국영화에서 거의 다룬 적 없는 아프리카를 올 로케이션 촬영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했다. 류승완 감독이 오랜 파트너인 그에게 주문한 건 “어두운 것은 어두운 대로, 진짜처럼 보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모로코의 낮과 밤 장면, 실내와 실외 시퀀스 대부분 자연광을 적극 활용했다. 달빛 조명을 역광으로 하이라이트를 준 뒤 가로등 같은 인위적인 라이팅을 세팅하는 보통의 밤 신 촬영과 달리 류승완 감독은 “달빛 조명은커녕 정전이 되면 관객도 영화 속 인물과 같이 정전을 경험할 수 있도록 빛을 세팅해줄 것”을 요청했다. 촬영팀, 조명감독 모두 ‘그게 가능하기나 한 일인지’ 반신반의했지만,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카메라를 테스트한 결과 레드 제미니가 어둠을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카메라”라는 판단을 내렸다.

밤 장면은 인위적인 조명을 배제하는 대신 미술팀이 제작한 횃불이나 촛불, 랜턴, 특수효과팀의 손을 거친 불에 탄 자동차, 화염병 등 자연스러운 조명을 활용해 리얼하고도 섬세하게 표현됐다. 특히 배우들의 감정선을 해치지 않기 위해 조명을 풀 세팅했다. 반대로 낮 장면은 대부분 자연광으로만 촬영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가 그렇듯이 모로코의 해 또한 일정한 방향에서 떠서 지고, 구름이 거의 없는 데다가 촬영하는 4개월 반 동안 비가 내린 날이 사흘밖에 되지 않은 덕분”이다. 촬영 전, 이재혁 조명감독이 시간대별 광량과 빛의 동선을 꼼꼼하게 체크해 시간대별로 촬영을 진행했다고 한다.

TIP_ 화면비율 2.35:1 사용한 카메라 레드 제미니(Red GEMINI) 서브 카메라 블랙매직 포켓 시네마 카메라 6K(Blackmagic Pocket Cinema Camera 6k) 즐겨 쓴 렌즈 쿠크 SF 애너모픽(Cooke SF Anamorphic), 자이스 스탠더드 프라임(ziess Standard Prime), 아리 알루라 줌렌즈(15.5-45mm, 18-80mm, 45-250mm), GL 옵 틱 스 (11-16mm, 16-28mm, 70-200mm, 100mm Macro), 캐논 EF 16-35mm

미술건설(美術建設)

한국 대사관과 북한 대사관은 어떤 컨셉으로 설계했나.

“기존 주택을 개조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는 고증에 충실하게”(이석술 조감독) 남북 대사관 모두 제작팀이 에사우이라에 있는 실제 건물을 대여해 미술팀의 손길을 거쳐 만들었다. “남한 대사관이 다른 대사관들이 밀집한 거리에 있는 것과 대비될 수 있도록 북한 대사관은 약간 동떨어진 곳에 배치했다. 남한 대사관의 경우 실제로 인근에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는 곳이라 일일이 동의를 구해야 했다.”(이석술 조감독) 해외 로케이션의 어려운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소말리아 국왕의 허가서 덕분에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이석술 조감독) 공간을 있는 그대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 창의적인 활용도 중요했다. 영화에서 남북 대사관 직원들이 책, 모래주머니를 차량 4대에 매다는 한국 대사관 주차장은 “실제로 수영장”이었다고 한다. “주차장이 없는 빈 저택이라 수영장을 공사해 막은 뒤 주차장으로 만들었다. 차량 4대가 나가는 문도 벽을 허물어 자동차 문을 만들어 촬영한 뒤 원상 복구했다.”(조성민 제작 총괄)

사실적인 질감을 줄 수 있는 외견이 어느 정도 완성된 다음에 공간에 숨결을 불어넣는 건 결국 디테일한 소품들이었다. 특히 “남과 북을 대변하는 공간인 만큼 차이를 두는 게 미술팀의 관건”(김보묵 미술감독)이었다. 한국과 북한 대사관은 책상 배치부터 다르다. “책상 배치가 자유롭고 전화기 색깔이 다양하며 가족사진 같은 직원의 취향이 반영된 소품이 놓인 한국 대사관”과 달리 “북한 대사관은 직원이 상대방의 등을 보며 감시하는 구조로 책상을 나란히 배치”했고, “김일성, 김정일의 액자가 직원들을 내려다보는 위치에 걸려 있”(김보묵 미술감독)다. 한국 대사관에는 호돌이 인형 같은 88 서울올림픽 굿즈를 소품으로 배치해 당시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TIP_ 미술감독이 만든 소말리아 지도. 영화 속 주요 공간이 어떻게 위치해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군중통제(群中統制)

소말리아 내전은 진행 단계별로 어떻게 표현했나.

영화는 내전이 진행되는 과정을 크게 4개의 시퀀스로 묘사한다. 한국 대사관 앞 시위, 북한 대사관 앞 시위, 중심가 시위(반군 입성), 남북 대사관 직원들의 이탈리아 대사관으로 가는 길 시퀀스가 차례로 전개된다. “실제 내전이 발생할 때 벌어지는 사건을 토대로 프로덕션 디자인을 설계”(김보묵 미술감독)한 것이다. “평화로운 사회에서 테러 같은 이벤트가 발생하면(1단계) 반군이 사회를 교란하기 위해 연막탄을 터트려 시위를 일으키고(2단계), 반군이 수도에 진입할 수 있도록 관공서를 탈취, 치안 체계를 무너뜨리고 일반인이 총기나 물건을 약탈한 뒤(3단계), 반군이 수도에 입성하는 것”(김보묵 미술감독)이다. “내전 단계별로 수위를 조절하는 게 관건”(조성민 제작 총괄)이었다.

“촬영도 시간순으로 진행됐다. 한국 대사관 앞에서 벌어지는 첫 시위는 피켓 등을 동원한 비폭력 시위로 연출됐고, 북한 대사관 앞에서 벌어지는 시위는 폭도들이 북한 대사관을 습격해 약탈하는 모습을 그려냈”(이석술 조감독)으며, 반군이 입성하면서 아수라장이 되는 “중심가 시위는 대규모 인원, 액션, 차량, 총기가 나오기 때문에 제작 난이도가 가장 높았”(조성민 제작 총괄)다. 내전으로 폐허가 된 도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해 “도로에 불을 질렀고, 벽에 그을음을 만들었으며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된 거리에 흙을 깔아 흙먼지를 날리는”(김보묵 미술감독) 등 현장감을 강조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동원했다. 마지막으로 생동감을 부여한 건 아마추어 배우들의 열정이었다. “일반인을 모집해 한달 정도 훈련을 시켰다. 정확한 동작이나 잘 짜인 합이 아니라 사실적인 상황을 담고자 했다. 그렇게 시위 상황 속에서 연기가 아닌 일반인의 살아 있는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윤대원 무술감독)

TIP_ 현지 스턴트팀 모집에 100여명의 지원자가 모였다. 뭘 하는지 모르고 온 사람도 있었고 심지어 임신부도 있었다. 그중 40명을 선발해 훈련했고, 최종적으로 25명의 인원이 남았다. 가나, 세네갈 등 인근 아프리카 국가에서 모인 다국적 팀은 음악가, 페인트공, 지역 관광가이드 등 직업도 다양했다.

차차탈출(車車脫出)

카 체이스 신은 어떻게 설계됐나.

절제된 묘사가 돋보이는 <모가디슈>에서 액션의 중심은 마지막 탈출을 위한 카 체이싱에 있다. 남한 대사관에서 이탈리아 대사관까지 이어지는 길은 영화의 심장과도 같다. “도로마다 구간을 나눈 뒤 총 16회차에 걸쳐 해가 있는 동안 계속 찍었다. 중심가를 지나가는 길이라 해당 도로뿐 아니라 주변까지 부분 통제가 필요했다.”(이석술 조감독) 차량 4대가 모두 오래된 탓에 속도가 빠르지 않고, 비포장도로라 배우들의 안전을 고려해 “시속 20, 30km를 어떻게 하면 속도감 있게 담아낼지가 관건”(최영환 촬영감독)이었다. “스펙터클을 전시하기보다 서스펜스를 구축”하기 위해 “책, 모래주머니 때문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채 운전하는 운전자의 긴박감, 빗발치는 총알과 화염병을 피해 온몸을 차 바닥에 숨긴 인물의 절박감 등 차량 내부 모습을 생생하게 담았”(최영환 촬영감독)다.

“크기가 작아 화각 확보가 가능한 카메라인 블랙매직 포켓 시네마 카메라 6K를 차마다 2, 3대씩 설치한 것도 그래서”다. 부분적으로 촬영된 장면들을 한 호흡의 롱테이크처럼 보이도록 자연스럽게 이어나가는 것 역시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그린 스크린에서 찍은 건 3회차 정도다. 난이도가 높은 작업이었던 만큼 많은 리허설, 그리고 촬영팀과의 연계를 통해 이뤄낼 수 있었다. 최대 7개 정도의 숏을 이어붙인 롱테이크도 있다. 그 밖에 수급이 어려운 자동차를 훼손할 수 없어 자동차가 부서진 모양의 상당 부분을 시각효과(VFX)를 통해 재현하기도 했다.”(박훤 VFX 슈퍼바이저)

긴박하고 사실적인 장면을 완성하기까지 무술팀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차 겉면을 소품으로 덮었을 뿐 아니라 흙먼지가 자욱한 상황이라 거의 앞이 보이지 않았다. 몇몇 장면은 바깥에서 오직 무전의 지시에 따라 운전하기도 했다.”(윤대원 무술감독) 난이도가 높은 작업이었지만 <모가디슈>에는 액션을 위한 액션은 없다. “의미 없는 동작은 하나도 없었다. 인물들의 심경이 녹아 있는, 드라마가 있는 액션을 목표로 했고”(윤대원 무술감독), 그렇게 정교한 계산 끝에 살아 있는 장면들이 완성됐다.

TIP_ 남북 대사관 직원들이 탄 차량 4대는 1990년대 초반 모델인 벤츠 두대, BMW 왜건 한대, 볼보 한대로 모두 스페인에서 제작진이 공수해왔다.

청감생생(聽減生生)

모가디슈라는 공간에서 사운드 컨셉을 어떻게 잡았나.

특별하지 않아서 특별하다. 김창섭 사운드 디자이너는 <모가디슈>의 사운드 컨셉을 “시각적인 부분을 충실하게 받쳐주는 자연스러운 소리”라고 설명했다. 달리 표현하면 공간 고유의 소리를 최대한 담아내 마치 그곳에 있는 것 같은 생생한 느낌을 되살리는 작업이라 해도 좋겠다. “모가디슈는 내전 발발 전 최고의 휴양도시 중 하나였다. 초반에는 그런 자연스럽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강대진 참사관(조인성)이 공항에 홀로 덩그러니 남겨지는 장면을 보면 일상의 소리, 정적인 분위기가 잘 담겨 있다. “대규모 군중 장면이 많은 100% 해외 로케이션이었던 만큼 현장에서 녹음해오지 않으면 안되는 소리들이 많았다. 관객 반응 중 ‘마치 다큐멘터리 같다’는 멘트가 있었는데 최고의 칭찬이라 생각한다.”

이후 내전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전장의 소리들이 공간을 침범하기 시작한다. 사운드 디테일에 특히 공을 들인 류승완 감독의 요청에 따라 문자 그대로 공간을 담는 작업이 시작됐다. “같은 전쟁영화라도 <씬 레드라인>과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소리는 다르다. 총소리에도 정서가 들어간다. 모가디슈의 정서는 공간 그 자체를 표현하는 거였다. 골목에서 쏘는 총, 군중 사이에서 쏘는 총은 모두 공간의 울림이 다르다. 그 차이를 담기 위해 여러 레퍼런스를 채집하고 조합했다.”(김창섭 사운드 디자이너) 돌출되는 큰 소리보다 침묵에 주목했다는 점도 <모가디슈>의 섬세한 면을 대변한다. 김창섭 사운드 디자이너는 한국 대사관으로 피신해온 북한 대사관 식구들과 함께 밥먹는 장면에 특히 공을 들였다고 말한다. “평범하게 지나갈 수 있는 장면이었지만 류승완 감독님이 아이디어를 주셨고, 그제야 한민족이기 때문에 낼 수 있는 식사 때 소리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예를 들면 열무김치 씹는 소리나 김 바스락거리는 소리 같은. 그런 소소한 일상의 소리, 사람 사는 소리가 공간을 조용히 채울 때 비로소 남북한이 한 공간에 녹아드는 순간이 완성된다.”

TIP_ 장면을 완성하는 건 디테일이고, 디테일을 완성하는 건 물량이다. <모가디슈>에는 760컷에 달하는 VFX가 사용됐다. 사운드 역시 보통 한편의 영화를 작업하는 데 4500기가 정도의 용량이 사용되는 데 비해 <모가디슈>에는 3배에 달하는 1.5테라바이트의 디지털 레퍼런스가 필요했다.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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