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자리마다 캐릭터도 바뀌는 거 같다. 심하게 말하면, 만약 내가 히어로영화를 만들면 이게 나의 능력치가 아닐까. (중략) 얼마 전 친구가 나의 최근작들을 보더니 그랬다. 네가 장르영화에 어울리는지 몰랐다고. 그래서 “이렇게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도 괜찮아. 좋아, 자연스러웠어”, 했다. (웃음) 스며드는 능력은 있는 것 같다.”(구교환)
김혜리 <씨네21> 편집위원이 대중문화예술 창작자를 만나는 코너인 콘택트의 두 번째 초대 손님은 배우 구교환이다. <킹덤 : 아신전> <모가디슈> <D.P.> 등 최근 영화와 시리즈를 오가며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는 배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 아신전>(감독 김성훈)에선 북녘땅을 위협하는 파저위의 수장 아이다간을, 현재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는 류승완 감독의 영화 <모가디슈>에선 주 소말리아 북한 대사관의 태준기 참사관을 연기했다. 8월27일 오후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감독 한준희)에선 안준호(정해인)와 함께 군무 이탈자 체포조에 속한 한호열을 맡았다. 김혜리 편집위원은 배우 구교환을 두고 “독특한 부류의 매력을 가진 남자배우라는 사실을 넘어 구교환의 연기가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라며 그것은 “첫째는 스토리상의 기능으로 규정되지 않은 인물을 오직 순간의 진실을 믿고 담대하고 유연하게 연기한다는 점. 그러면서도 어제도 그제도 여기에서 살아온 인간처럼 보인다는 점. 둘째는 자신의 캐릭터를 섣불리 동정하지 않는 냉정함을 유지한다는 점”으로 보았다.
이 인터뷰에서 구교환은 <모가디슈>의 태준기, <D.P.>의 한호열에 대한 흥미진진한 작업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지난해 개봉했던 영화 <반도>부터 <모가디슈> <킹덤 : 아신전> 그리고 <D.P.>까지 네 편을 “밀리터리 4부작”이라고 묶었다. <모가디슈>의 태준기 참사관을 두고 김혜리 기자가 “과거를 알 수 없다는 속성은 구교환의 캐릭터들이 공유하는 특징”인데 “태준기 참사관은 그래도 지금까지 연기한 인물 중 가장 스트레이트하다. 과거사는 모르지만 상대적으로 전작의 인물들에 비해 주변 인물과 연결된 꽉 짜인 구도 안에 기능적으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구교환은 “<메기>를 예로 들면 내 캐릭터는 여윤영(이주영) 주변을 도는 위성 같은 인물이었다. 극 안에 흡수되지 않으려고 하는. 그런데 태준기 참사관은 극에 온몸을 던져서 붙어 있으려는 인물이다. “나도 껴줘, 껴줘” 하는 인상을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받았고 그래서 망설이지 않았다. 나를 이미 아는 관객은 스트레이트하다는 인상을 받겠지만 나에게 태준기 참사관은 여태 안 해본 커브볼 같은 역할인 거"라고 대답했다.
<D.P.>에서 그가 맡은 한호열은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로, 한준희 감독이 새로 창조했다. 구교환은 “회차가 거듭할수록 콘티와 한마음이 되는 기분이 들”만큼 “긴장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준희 감독님이 나를 캐스팅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저분이 나를 애정하고 있구나. 그래서 한호열을 내게 준 거 아닌가. 그럴 때 생기는 자신감을 토대로 콘티와 한마음이 되자고 결심했다. (웃음)”
김혜리 편집위원과 배우 구교환이 나눈 대화는 8월27일 <씨네21> 유튜브 채널에서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