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좋은 사람' 의심과 믿음 사이를 계속 오가는 영화
2021-09-03
글 : 조현나

경석(김태훈)이 담임을 맡고 있는 반에서 지갑 도난 사건이 발생한다. 같은 반 학생인 세익(이효제)이 체육 시간에 교실로 들어간 CCTV 영상이 확인됐고, 세익이 가방을 뒤지는 걸 봤다는 목격자도 나왔다. 경석은 세익을 불러 “어떤 말을 해도 믿어줄 테니 진실을 이야기하라”고 말하지만 세익은 끝까지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고, 억울하다고 이야기한다.

한편 경석의 이혼한 아내 지현(김현정)에게서 딸 윤희(박채은)를 돌봐달라는 연락이 온다. 윤희를 데리러 출발하기 전, 경석은 세익에게 그날 무슨 일이 있었고 요즘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부 써보라며 종이를 건넨다. 아빠랑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는 윤희를 우여곡절 끝에 데려오지만 아이의 투정은 멈추지 않는다. 화가 난 경석은 차에 윤희를 남겨두고 아직 상담실에 남아 있던 세익을 돌려보낸 뒤 돌아오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윤희의 행방이 요원해진다. 윤희를 찾아 헤맨 끝에 경석은 경찰로부터 윤희의 사고 소식을 접한다.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는 세익이 윤희를 차도로 밀었다고 증언하고 CCTV에도 세익이 윤희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이 찍혀 있다. 마지막까지 세익을 믿어주려는 경석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모든 정황이 세익을 다시 한번 범인으로 가리킨다.

<좋은 사람>은 <Family> <오디션> <면허시험> 등 단편을 제작한 정욱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그는 “뉴스에서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변명만 늘어놓는 사람들을 보면서 ‘좋은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인지’라는 생각이 들어” 작품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한다.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건네기 위해 영화가 택하는 방식은 온전히 경석의 입장에서 인물과 상황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카메라는 경석을 꼼꼼하게 따라잡되 그의 시야를 벗어나는 정보는 제공하지 않는다. CCTV 영상에도 세익이 범인이라는 의심을 확정할 수 없는 만큼만 기록되어 있다. 경석 또한 끝까지 세익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기 때문에, 관객은 계속 의심하며 경석의 뒤를 쫓을 수밖에 없다.

더불어 인물들은 단순히 선악으로 분리할 수 없게끔 다양한 얼굴을 내비친다. 도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경석은 “실수를 하되 중요한 건 잘못을 인정하고 되돌리는 것”이라며 “그 용기만 있으면 실수해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라고 아이들을 다독인다. 한없이 다정해 보이던 그는 곧이어 딸 윤희 앞에서 감정을 참지 못하고, 술을 마시면 지현에게 폭언을 하는 행동을 드러낸다. 세익도 마찬가지다. 조용하던 세익이 감정을 드러내고, 공백으로 남아 있던 사건의 정황을 설명하면서 사건과 인물은 더욱 입체적으로 변한다.

영화는 지갑 도난 사건과 윤희의 교통사고를 긴밀하게 연결 짓고 인물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이 의심과 믿음 사이를 계속 오가게 만든다. 하나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키는지, 그렇다면 무엇이 옳은 선택이며 지금의 결론에 이른 인물들은 과연 ‘좋은 사람’인지. 그렇게 영화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끌고 간다.

영화가 균형감을 유지하는 데는 배우들의 힘이 컸다. 경석을 연기한 배우 김태훈은 최근 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나빌레라>,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미션 파서블> 등에 출연하며 다양한 캐릭터로 분하고 있다. 그중 경석은 가장 무게감 있게 스크린을 채우는 인물이다. 이효제는 <사도> <검은 사제들> <가려진 시간> 등에서 아역으로 보여준 앳된 티를 벗고, 좀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얼굴로 그의 진실성을 고민하게 한다. 그 밖에 <돌멩이> <사바하> 등에 출연한 김현정이 지현 역을 맡아 시종 경석과 긴장감을 유지하며, <엑시트> <벌새> 등에 출연한 김종구가 세익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트럭 운전사로 등장한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CGV아트하우스상과 한국영화감독조합상-메가박스상을 수상했다.

CHECK POINT

선생님의 아이를 유괴하는 학생

정욱 감독은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라는 고민과 함께 예전에 생각해두었던 ‘한 학생이 선생님의 아이를 유괴한다’라는 아이디어를 조합했다. 정욱 감독이 그 아이디어에서 주목한 것은 선생님이었고, 그렇게 경석이란 인물이 탄생했다.

경석의 웃음과 세익의 서늘한 눈매

<좋은 사람>의 경석은 감독이 캐스팅할 때 가장 고민한 인물이었다. 그러다 김태훈 배우가 떠올랐고, “그의 웃음이 영화 초반 경석의 모습을 잘 그려줄 거라 생각해” 섭외했다. 이효제 배우의 경우 “선한 얼굴 속 서늘한 눈매가 세익의 역할과 잘 어울릴 것 같아 캐스팅했다”라고 밝혔다.

고등학생의 리얼리티를 반영

촬영 당시 섭외한 양주 소재의 고등학교가 방학에 들어가기 전에 <좋은 사람>의 촬영을 시작했다. 덕분에 제작진은 실제 학생들의 모습을 참고하며 극의 디테일을 살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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