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 준비된 사람들과 함께 외연을 확장한다
2021-09-09
글 : 임수연
사진 : 오계옥
<모가디슈> <인질> 제작한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와의 만남

제작사 외유내강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모가디슈>와 <인질>을 개봉했다. <모가디슈>는 한국상영관협회가 총제작비 50%를 보전할 때까지 극장에서 매출을 가져가지 않겠다는 지원을 약속하면서 손익분기점을 300만명대까지 낮출 수 있었고, 9월 2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으로 관객수 310만명을 돌파했다. <인질>은 개봉 2주차까지 박스오피스 1위를 놓치지 않으며 120만 관객을 불러모았다. <모가디슈>는 류승완 감독의 11번째 장편 연출작이고, <인질>은 필감성 감독의 첫 영화다.

장르도 사이즈도 작품이 지향하는 바도 다른 두 프로젝트가 각기 성과를 거두며 팬데믹 상황에서 극장 개봉을 주저하는 한국영화들에 일종의 시그널을 주었다는 점에서도 이 스코어는 의미가 있다. 이 흐름이 끊기지 않고 좋은 작품들이 연이어 관객을 만날 수 있다면 끝을 알 수 없는 침체기에 빠진 극장의 부활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희망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외유내강의 결단과 성적은 한 제작사에만 의의가 국한되지 않는다.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는 “사실 숫자 자체로는 성이 안 찬다”고 운을 뗐지만 관객이 극장에 온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지금 관객이 어떤 것을 보고 싶어 하는지 배우고 있다며 이번 여름을 지나면서 얻은 것들에 보다 방점을 찍었다.

-이번 여름 시장에 <모가디슈>와 <인질> 두편의 영화를 2주 간격으로 개봉했다. 내부에선 스코어에 대해 어떻게 자평하고 있나.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개봉 이후 8월 마지막 주보다 좌석 수가 많이 줄어든 게 고민이다. 그나마 <인질>은 러닝타임이 짧아서 회차의 유리함이 있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제작자로선 불만이 있을 수밖에. <모가디슈>가 계속 박스오피스에서 버티니까 영화가 두편 다 잘되는데도 눈치가 보여서 본의 아니게 마음고생도 있었다. 2주, 아니 8주 간격으로는 우리 회사 영화를 개봉시키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웃음) <베테랑>이 개봉 3일 만에 관객수 100만명을 넘어서 ‘이거 왜 이래?’라고 스스로도 놀랐던 시장이 있었고, 지금은 세상이 천지개벽을 해서 완전히 다른 상황이 됐다. <모가디슈>가 개봉 7일 만에 100만명을 넘을 때는 내가 생각을 완전히 바꿔야 함을 깨달았다. 그래도 극장에 오기까지 관객이 몇 가지 심리적인 허들을 넘어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고부터는 굉장히 감동하고 있다. 한 가지 표현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만감이 교차하는 숫자다.

-아무래도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의 영향이 컸다.

=체감상 관객의 30%가 빠진다. 특히 기존 여름 시장의 경우 심야 영화를 보고 집까지 걸어간다든지 편의점 앞에서 맥주 한잔 마시는 낭만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상영시간 제약 때문에 이런 게 불가능하다. 사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고, 이렇게까지 상황이 안 좋았다면 제작비 100%를 지원해준다고 해도 개봉을 결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돌아보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영화를 두편이나 개봉할 제작자는 많지 않을 테니 시장에 대한 큰 교훈을 많이 얻어간다는 의미가 있다.

-<모가디슈>는 모로코 현지에서 해외 스탭과 커뮤니케이션하며 프로덕션 운용을 해나가야 한다는 큰 과제가 있었다. 제작자로서 어느 때보다 꼼꼼한 준비가 필요한 프로젝트였을 텐데.

=모로코 올 로케이션을 결정한 후 제일 중요한 건 현지 파트너를 찾는 일이었다. 사실 <베를린> 때는 조금 실패했다. 현지 파트너가 나빴다는 말이 아니라, 그 당시 우리가 찾은 사람이 <베를린>에 베스트는 아니었던 거다. 예를 들어 우리 스탭들이 현장에서 뛰어다니면 그쪽에서는 뛸 수 없다고 하고, 여긴 독일이니까 한국처럼 하지 말라고 했다. 한재덕 사나이픽처스 대표가 당시 <베를린> 프로듀서였는데, <모가디슈>의 조인성 같은 단순한 영어를 하면서(웃음) 현지 파트너와 얘기하다 보니 한달 정도 지났을 땐 그들도 우리처럼 열심히 뛰어다녔다. 광장에서 한석규 배우가 이경영 선배의 뒤를 쫓는 장면은 콘티를 보더니 이 인원으로 하루 만에 못 찍는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가 해당 분량을 하루 만에 끝내고 그렇게 두번 정도 촬영했더니 군말 없이 따라왔다. (웃음) 그때 경험이 <모가디슈>에도 도움이 많이 됐다. 해외 로케이션에서 중요한 건 잠자리와 음식이다. 어떻게든 편한 숙소를 구했고, 거의 컨테이너 하나 분량만큼 음식 재료를 보내 케이터링을 준비했다. 프리-프리프로덕션을 할 때 거의 한달 동안 현지 로케이션을 담당할 PD를 물색했다.

-모로코에서 손발을 맞출 현지 스탭은 어떻게 찾았나.

=모로코에서 찍은 영화들을 찾아보니 현지 로컬 프로덕션 업체가 대부분 겹쳤다. ‘보 필름 서비스’(Bo Film Services)라는 곳이었다. 대표인 알리와 로케이션 매니저 모하메드의 도움이 컸다. 특히 류승완 감독이 모하메드 이야기를 진짜 많이 했다. 80년대부터 영화 일을 하고 60대가 된 지금도 열정적으로 일을 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우리가 “저기서 찍고 싶어요”라고 하면 이 노인이 뛰어가서 스폿을 확인하고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막으면 되니?”라고 한다는 거다. 감독이 어떤 스폿을 얘기할 때 왜 그곳을 원하는지 이해하는 감각, 오랫동안 일한 사람이 가진 센스가 있었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봐도 모로코에서 찍은 모든 영화가 <모가디슈>만 한 완성도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단지 현지 파트너가 노련한 베테랑이라는 이유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인과 프로덕션의 힘이 확실히 있다.

=메가박스 코엑스 MX관의 <모가디슈> 마지막 상영을 보고 왔는데, 아수라장이 된 시장터 신에서 깜짝 놀랐다. 카메라가 패닝을 하는데 저쪽 끝에서 사람들이 이리저리 뛰는 모습이 보이는 거다. 거의 1km는 떨어져 있을 텐데, 연출부 한명이 미리 가 있다가 감독에게 무전을 받고 “카메라에 걸리니까 뛰어야 한다”고 그쪽에서 진행했을 거라 생각하니 새롭게 소름이 돋았다. 현지에서 흑인 배우들을 모아서 훈련시키고 시가전 총기 액션도 다 연습을 시킨 결과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그게 가능한 일인가 싶었다. <모가디슈>라는 큰 프로젝트를 76회차에 마쳤다. 현지 스탭들도 이렇게 일하는 애들은 처음 봤다고 했다더라. 나도 지독하게 했고, 감독도 스탭도 정말 지독했는데, 그렇게 만든 영화가 이 스코어를 내는 건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그렇게 찍은 영화이기 때문에 코로나19 상황에서도 300만명까지 들었다는 생각이 역으로 든다. 관객은 어지간한 영화는 보러 나오지 않을 테고, 우리가 이렇게 인정받고 있다고 정신승리하고 있다. (웃음)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남북이 함께 목숨을 걸고 수도 모가디슈를 탈출했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이게 극영화라 하더라도 스토리를 구성할 때 어쩔 수 없이 조심하게 되는 부분이 있었을 텐데.

=중요한 모티브는 남북이 같이 모가디슈를 탈출했고 케냐에 도착해서 헤어진 후 다시 만나지 못했다는 것에 있고, ‘탈출’이라는 포인트 외에 강신성 대사가 쓴 소설 <탈출>이나 실제 증언을 그대로 따르지는 말자는 게 우리 입장이었다. 다만 우리가 수송기를 타는 장면은 현실적인 이유로 대폭 수정했다. 모로코는 왕정 국가라서 비행기를 옮기는 것조차 왕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할리우드영화도 한번도 허락해준 적이 없어서 프로듀서가 처음부터 촬영이 불가능할 거라고 했다. 마지막까지 확인했지만 달리는 비행기를 구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그 아수라장을 찍을 엄두가 안 났다. 혹시 촬영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차로 4시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병원으로 가야 했고, 영화에 출연한 흑인 대부분이 배우로 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위험한 장면을 찍는 것이 많이 고민됐다. 그래서 과감하게 정리했다. 그런데 이번에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보면서 우리가 만약 그 장면을 촬영했다면 저런 모습이었겠구나 싶어 깜짝 놀랐다. 그건 정말 말도 못할 비극이었다. 그래서 뒷부분을 건조하고 담담하게 처리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인질>은 황정민 외 주요 배역을 전부 낯선 신인배우로 캐스팅했다. 1천여명의 배우가 오디션을 봤다고 들었다. 세상엔 좋은 배우들이 참 많은데 이중 누구와 함께할 것인지 판단한 외유내강만의 기준은 무엇이었나.

=황정민을 제외한 나머지 배우를 모두 무명에 가까운 신인들로 채웠을 때 조성되는 리얼한 텐션이 <인질>의 기획 의도였다. 외유내강은 연기 준비를 자로 잰 듯 깍듯하게 한 배우보다는, 준비를 한 듯 안 한 듯 틈이 있지만 느낌을 주는 배우들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필감성 감독은 오디션을 본 배우들이 출연한 단편영화를 꼼꼼하게 봤고 황정민 배우는 이들이 출연한 연극에 대해 잘 알아서 한 사람 한 사람 스크리닝을 많이 했다. 두 사람 모두 연극판에 잘하는 배우들이 많으니 그 친구들에게 이 작품이 기회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오디션에서 배우들을 만난 후 감독이 시나리오를 조금 수정하기도 했다. 인질범 대장을 연기한 (김)재범씨 같은 경우는 내가 보기엔 오디션 초반부터 감독이 점찍어두고 있었다. 스테레오 타입화된 통상적인 리더와는 정반대의, 약간 흐물흐물하고 여리여리한 느낌으로 가고 싶다며 떠오르는 배우가 있다고 했다.

=오디션 파이널까지 남은 20명 정도는 누가 어떤 역할을 할지 정해놓지 않고 갔다. 그때 특정 장면을 주고 정민씨랑 직접 연기를 하게 했다. 거기서 쫄지 않는 배우가 별로 없었다. 나는 내가 배우가 아니라서 ‘그게 어렵나?’ 싶었는데 실제 배우들은 굉장히 어려워하더라. 어떤 배우는 오디션 끝나고 가방을 놓고 갔다며 1시간 후에 다시 돌아왔다. (웃음) 왜냐하면 이날 오디션에서 황정민씨가 상대역을 해줄 거라는 얘기를 미리 안 했거든. 배우가 직접 대사를 쳐주면서 함께 연기하라고 하니 배우들이 확 달라졌고, 그때 많이 걸러졌다. 정민씨가 오디션에서 나한테 쫄아 있으면 실제 슛 들어가면 더 못할 확률이 높다고, 되든 안되든 덤비는 에너지가 있는 배우들을 찾고 싶다며 선택한 방식이었다. 처음엔 ‘굳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뭔지 알겠더라. 그런 면에서 황정민은 정말 대단한 배우다.

-<인질>은 신인감독의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최영환 촬영감독, 채경선 미술감독 등 스탭진을 탄탄하게 꾸려서 필감성 감독이 첫 장편영화를 잘 찍을 수 있도록 서포트했다.

=모든 제작사가 느끼는 바겠지만 좋은 신인배우만큼 없는 게 또 신인감독이다. 제대로 준비된 감독이 너무 없다. 특히 주52시간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영화 현장에 굉장히 큰 변화가 생겼다. 오늘 이 현장에서 무엇을 찍어야 하는지, 조명에 대한 계산까지 하고 현장에 나오는 신인감독이 많지 않다. 그리고 감독이 준비가 됐는지 안됐는지에 따라 스탭들이 자기 역량을 얼마나 발휘할지도 거의 결정난다. 요즘엔 자기 시나리오를 갖고 바로 감독 데뷔하는 경우도 많지만 분명히 일장일단이 있다. 외유내강에서는 신인감독이 시나리오만 갖고 데뷔하는 경우는 없다. 대신 제작사 경력이 길어서 이 사람이 감독으로서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 간파하고 무엇을 도와줘야 하는지 판단하는 노하우가 상대적으로 더 있다. 외부에서는 외유내강이 약간 어려운 회사라는 얘기도 많이 한다고 들었다. 양궁은 올림픽보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발전이 더 어렵다고 하지 않나. 그래서 농담처럼 여긴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이라는 말도 한다. 필감성 감독은 본인 연출 데뷔작을 오래 준비했던 경험이 있어서 노련함이 있다. 어떤 면에서는 류승완 감독보다 커뮤니케이션이 유려한 부분도 있었다. 예를 들어 자신과 다른 의견을 내는 배우나 스탭의 말을 들어준 후 본인의 생각을 말하는 화법이 멋있다. 현장에서 신인배우들에게 연기 디렉션을 줄 때도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럼 <해결사>의 권혁재 감독부터 <엑시트>의 이상근 감독까지, 그간 외유내강을 거쳐간 신인감독들은 어떤 이유에서 함께하게 됐나.

=권혁재 감독은 아주 어릴 때부터 현장 경험이 있었고 류승완 감독의 조감독으로 작품을 세편 했다. 그때 거의 날아다녔다. 이만큼 현장 경험이 많은 사람이 요즘엔 거의 없다. <시동>의 최정열 감독이나 <사바하>의 장재현 감독은 이전에 장편영화를 연출했었고, <엑시트>의 이상근 감독은 <다찌마와 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연출부를 할 때는 그렇게 순발력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진 못했는데 시나리오를 써온 걸 보면 자기 색깔이 분명했다. 누가 봐도 자기 느낌이 살아 있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엑시트>의 캐릭터를 만들어온 것을 보고 선택했다.

-이번 여름 시장을 통해 한국영화계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봐도 완성도 높은 프로덕션을 보여주는 제작사라는 평가가 견고해진 것 같다. 외유내강의 강점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현장 경험이 많은 프로듀서들 그리고 시나리오를 오래 디벨롭한다는 것. 캐스팅고를 돌리고 투자사를 만나기까지 다른 제작사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는 있다. 그런데 지금은 캐스팅고를 돌릴 만한 단계다, 지금은 매니저를 만나서 스케줄을 알아봐야 한다 등등 레벨마다 움직이는 동선이 잡혀 있어서 실수할 확률이 적다. 그리고 한번 일했던 조연이라도 인상적이었던 배우는 그다음 작품 현장에 커피차를 보내 인연을 이어간 게 큰 자부심 중 하나다. 류승완 감독 외에 다른 신인감독들과도 작업하면서 외연이 확장되고 상대적으로 여유 있게 갈 수 있게 됐다. ‘상대적’인 거다. 17년차가 됐는데도 아직 잘 모르겠다는 고민이 들 때가 있다. 올해가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은 늘 한다. 2019년에 <사바하> <엑시트> <시동>이 모두 잘되고 나서 2020년 시작할 때도 후배들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 2019년을 우리 실력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고, 너무너무 운이 좋았고 이 운이 계속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다만 <모가디슈>와 <인질>도 어느 정도 성과가 난다면 외유내강이 이런 포맷이 있는 곳이라고 할 만한 정도는 생각할 수 있을 거라고. 예전에 <씨네21>과 인터뷰했을 때 ‘생존’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는데, 겨울잠 자는 곰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숨만 쉬고 버티는 생존이 있고 <엑시트>처럼 어떻게든 살려고 발버둥치는 생존이 있다면 난 후자다. 적극적으로 내 생존을 위해 뛰고 있다. 나도 그렇고 류승완 감독도 그렇고 조성민 부사장도 그렇고 지금은 나가 있는 김정민 필름케이 대표도 그렇고 다들 영화 외적인 것에 관심이 없다. 영화에 몰입하고 집중하고 어떤 장면을 만드는 것만 생각한다.

-한 회사를 이끄는 대표로서는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있나.

=예전엔 기본적으로 모두가 성실했기 때문에 누가 더 잘하냐에 포커스가 뒀는데, 지금은 반대다. 모두가 잘하는데 성실함에 너무 큰 차이가 난다. 그래서 직원들한테 늘 얘기한다. 이게 내 영화라고 생각하며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을 확실히 인정하고 보상을 하겠다고. 내가 조수로 있을 때 가장 아쉬웠던 게 그거였다. 내가 이만큼 일한 것에 대해서, 꼭 물질적인 보상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인정받고 보상받는 일이 가능하지 않았다. 그 다음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피드백을 주는 것. 나도 부족하지만 더 많이 깨우치려고 한다.

-지금 촬영 중인 <밀수>는 어떤 영화인지 살짝 들려줄 수 있나. 김혜수·염정아라는 신선한 조합, ‘해녀’ 소재가 지금까지 류승완 감독 영화와 또 다른 매력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물에서 찍으니 부력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이건 <모가디슈>가 지나서 하는 말인 것 같지만 <모가디슈> 때가 진짜 편했다고 하더라. (웃음) 멀티 캐스팅을 한 천만 영화에도 여 배우들의 롤은 있지만 여배우들이 극을 리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밀수>는 그 점을 바꾸고 여배우들이 이끈다. 그래서 (조)인성씨와 박정민씨한테 되게 고맙다. 어딜 가나 주연을 맡는 배우들인데 김혜수와 염정아를 서포트하는 걸 되게 기뻐한다. 16살 때부터 연기를 한 김혜수씨가 지금까지의 현장 중 제일 마음에 든다고 했다. 감독과 대화하는 것도 그렇고 염정아씨하고도 너무 좋다고.

-김혜수처럼 경력이 오래된 톱배우가 그런 말을 할 정도라니!

=현장 경험이 많은 배우들은 안다. 이 현장이 준비되어 있는지 아닌지. 혜수씨는 준비된 현장에 대한 리스펙트가 있는 배우이고 그걸 인정받아서 기분이 굉장히 좋다. <밀수> 편집본을 보니 아, 시나리오의 이 장면이 ‘이렇게 찍혔구나’가 아니라 ‘이 장면을 이렇게 찍었다고?’라고 좋은 의미에서 반응하게 되는 신을 많이 찍어왔다. 어떤 장르의 컨벤션으로 가지 않는, 되게 독특한 영화가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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