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꿈의 제인’ 조현훈 감독, ‘미투’ 논란 후 3년 만에 이름 바꾸고 드라마 ‘홈타운’ 작가로 복귀
2021-09-27
글 : 남선우
글 : 임수연
글 : 김성훈
사진 : 류영주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감독의 첫 복귀 사례... ‘홈타운’ PD, 알고도 작가로 기용

지난 9월22일 수요일 첫 방영된 tvN 드라마 <홈타운>의 극본을 쓴 주진 작가가 영화 <꿈의 제인> 조현훈 감독인 것으로 밝혀졌다. 조현훈 감독이 성추행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자숙한지 3년만이다. 지난 해 11월 배우 오달수가 영화 <이웃사촌>으로 복귀해 논란이 된 적은 있으나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감독이 작품으로 복귀를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6년 첫 장편 <꿈의 제인>으로 데뷔한 조현훈 감독은 2018년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되었다. 지난 2018년 3월, 제보자 A씨는 2013년 인디포럼 폐막식 후에 가진 뒤풀이 자리에서 조현훈 감독에 의해 성폭력 피해를 입었음을 <씨네21>에 알렸다. <씨네21>의 보도 이후 조현훈 감독은 자신의 SNS를 통해 가해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앞으로 일체의 공식 활동과 작업을 중단하고 자숙과 반성의 시간을 갖겠다”고 전한 바 있다.

그러나 조현훈 감독은 이름을 바꿔 복귀를 준비했다. <씨네21>이 드라마를 방영하는 CJ 홍보팀에 문의한 결과 "제작사에 따르면 <홈타운>의 담당프로듀서는 주진 작가가 조현훈 감독이며, 그가 성추행 가해자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담당 PD는 당사자(주진 작가, 조현훈 감독)가 피해자가 원만히 사과를 받은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더라”며 제작진이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알고 주진 작가와 드라마 제작에 임했다고 한다.

2018년 당시 피해 사실을 제보한 A씨의 말은 달랐다. 그는 <홈타운> 담당 PD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며 조현훈 감독으로부터 ‘원만히 사과를 받은 상황’이 아님을 설명했다. A씨는 피해 사건이 발생하고 며칠이 지난 뒤 조현훈 감독에게 “그날 술자리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모르는데 죄송하다. 그런데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사과를 하기는커녕, 피해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되묻는 조 감독과의 통화 이후 A씨는 그의 전화번호를 차단했다. 조 감독으로부터 장문의 사과 메일을 받은 것은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른 뒤, 조현훈 감독의 성추행 사실을 보도하는 <씨네21>의 ‘영화계 내 성폭력’ 기사가 발행을 앞둔 시점이었다. “가해자측의 일방적 연락은 기사화를 막기 위함이나 활동 재개 목적이라고 판단되었으며, 3년 전 기사에서도 지적했듯 나에게는 2차 가해로 느껴졌다”는 A씨는 “앞으로도 대응할 생각이 없다”며 성폭력 가해자의 복귀에 대한 영화계 내 관련 기관의 제도적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조현훈 감독이 복귀 이전에 ‘자숙과 반성’에 충실히 임했는지 또한 불분명하다. 조현훈 감독의 가해 사실이 밝혀진 2018년 당시 한국영화감독조합(이하 감독조합)은 조현훈 감독에게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감독조합에 따르면 “조현훈 감독이 SNS로 가해사실을 인정한 후 이사회와 조합에서 조현훈 감독을 징계 처리했고, 처분을 내리기 전 감독의 입장을 듣고자 연락했으나, 계속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 “그 어떤 소명 시도도 대응도 없었다.”

<씨네21>은 감독조합의 진술에 대한 조현훈 감독의 반론을 듣고자 연락을 취했으나 조현훈 감독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문자에 대한 답도 보내지 않았다. 대신 조현훈 감독은 드라마 <홈타운>의 제작사를 거쳐 자신의 입장을 <씨네21>에 전달했다. 그는 “감독조합으로부터 3년 동안 감독 활동을 중지하라는 징계를 받았고, 그 부분을 지켰다. 그 외의 징계 내용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바가 없다”는 뜻을 전했다.

감독조합에 문의한 결과 2018년 당시 감독조합이 조현훈 감독에게 내린 징계의 내용은 3년의 ‘활동 중지’가 아닌 3년의 ‘조합원 자격 정지’다. 감독조합은 “조합이 개인이 감독으로서, 작가로서 활동하는 걸 막을 권한은 없다”며 이는 “조합에 대한 명예훼손에 책임을 묻기 위한 조치이자 성폭력 가해자인 동료를 옹호하지 않겠다는 상징적인 의미”의 징계였다고 설명했다.

감독조합은 성폭력 가해자의 “영화계 복귀는 확실한 반성과 재발 방지 약속이 이행될 때에만 가능하다는 원칙”을 중시한다고 덧붙였다. 감독조합은 “올해 3년 자격정지 기한이 지났기에 감독조합 성폭력방지위원회에서 조현훈 감독에게 중·지·신(중지(Stop), 지지(Support), 신고(Report)) 행동강령 서명 및 교육을 권유하려고 했으나 조현훈 감독은 징계 당시와 마찬가지로 무응답으로 일관했다”라고 답했다. 또한 감독조합 성폭력방지위원회는 “앞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등과 함께 영화계 내 성폭력을 방지하고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특정 단체일 뿐인 조합의 징계가 면죄부로 사용될 수는 없”음을 강조했다.

이에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은 “성희롱 성폭력 사건에 있어서 영화계 내부에서 공통으로 합의된 사건처리 절차가 필요하다”고 공감했다. 든든은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고발이 성폭력 예방을 위한 활동이 필요하다는 인식의 계기가 되었다”며 “영화계 각 단체들과 만남의 자리를 갖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문제 해결의 접근 방식을 같이 논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감독조합의 징계 처리에 성실히 임하지도, 피해자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도 않았으면서 어떻게 충분한 자숙을 거쳤다고 스스로 판단했는지 의문”이라며 “가명을 쓸 정도로 스스로도 여전히 떳떳하지 못한 상황에서 슬그머니 복귀에 나선 태도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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