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보고]
제임스 완 감독이 말하는 신작 호러 스릴러 '말리그넌트'
2021-10-05
글 : 안현진 (LA 통신원)
제임스 완, 이탈리아 호러에 도전하다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컨저링3>에 프로듀서로 참여한 제임스 완 감독은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안 호러 슬래셔를 내 방식대로 해석해 만든 <말리그넌트>를 얼마 전 마무리했다”고 근황을 전했다. 그가 <컨저링3>의 메가폰을 잡지 않은 이유도 <말리그넌트>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8월 28일, 제임스 완 감독의 신작으로 기대를 모은 <말리그넌트>의 장르 프레스데이에 참가해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장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자신의 스타일을 되풀이하는 것이기에, 되도록 많은 것을 시도했다는 <말리그넌트>에 대해 소개한다.

<말리그넌트>는 이탈리아 슬래셔 무비, 지알로 장르에 가깝게 만들어진 호러 스릴러다. 괴한의 침입으로 남편과 임신 중이었던 태아를 잃은 매디슨(애너벨 월리스)이 겪는 끔찍한 환각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환각이 거듭될수록 매디슨은 자신이 목격하는 잔인한 살인 장면이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다는 걸 알게 되는데, 자기도 모르게 살인자의 이름이 가브리엘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던 매디슨은 끔찍한 연쇄살인을 멈추기 위해 자신의 어두운 과거로 되돌아간다. 8살 때 입양되어 새로운 가족을 만난 뒤로 입양 전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는데, 홈 비디오, 병원 기록 등을 통해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된다.

SF, 호러, 심리 스릴러, 몬스터 무비…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말리그넌트>라는 제목을 뜯어보면 영화에 대한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제임스 완 감독 커리어의 시작에 있는 영화 <쏘우>가 그러했듯이 <말리그넌트> 역시 영화의 타이틀이 걸치고 있는 여러 가지 의미가 영화를 본 뒤에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우선 타이틀인 ‘malignant’는 ‘악성’이라는 의미로, 질병의 위중한 정도를 표현할 때 사용된다. 감독은 <말리그넌트>의 시작이, 감독의 부인이며 영화의 각본에 참여한 루마니아 출신의 배우 인그리드 비수가 이상질병, 변이라는 의미의 ‘anomaly’에 관심을 가지면서 개발하게 됐다고 이날 인터뷰에서 말했다. “변이에 대해 의학적으로 리서치할수록 알 수 없는 흥미가 생겼다. 변이로 만들어지는 특정한 고통에서 시작될 수 있는 스토리의 가능성을, 내가 가진 호러 마인드가 자연스럽게 탐색하게 되더라.”

영화의 컨셉을 모를수록 영화를 재밌게 볼 수 있는 <말리그넌트>는 소아병동, 수술, 입양, 살인사건, 지하세계 등 이야기를 어둡게 만들 수 있는 장르와 요소를 모두 갖춘 영화다. 제임스 완 감독은 이처럼 여러 가지 장르와 소재가 접합된 이 영화를 “장르 벤더”를 넘어선 “장르 블렌더”라고 불렀다. “내가 아는 장르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SF, 호러, 심리 스릴러, 몬스터 무비가 섞여 있다. 이 장르를 섞은 블렌더는 내 머릿속이었고 결과물이 이 영화다. 나는 언제나 이탈리안 호러 필름의 빅팬이었고, 그래서 마리오 바바와 다리오 아르젠토가 보여준 지알로 무비의 미학을 이 영화에서도 볼 수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영화의 컨셉이 되는 메디컬 컨디션 때문에 자연스럽게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영화도 연상될 것이다. 보디 호러 장르 역시 이 영화의 큰 부분이기 때문에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일일이 꼽기 어려운 콤비네이션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쉽게 밝힐 수 없는 영화의 컨셉은 제임스 완 감독으로 하여금 시각효과, 보형물, 메이크업, 애니메트로닉스 등의 영화 기술을 이전과 다른 깊이로 경험하게 하는 기회가 됐다. 영화의 빌런 가브리엘을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한 아이를 키우는 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전 스탭이 필요했을 정도다. 특히 가브리엘의 액션은 영화를 다 본 뒤에도 누가 어떻게 한 건지, 포스트 프로덕션 작업은 얼마나 된 건지 궁금증이 생길 법한 독특한 액션이다. 이 액션을 위해 정교하게 디자인된 액션의 안무와 위에 열거된 영화 기술, 촬영팀의 수고가 더해졌으며, 마지막으로 ILM이 이 모든 것이 화면에서 매끄럽게 보여지도록 힘썼다.

제임스 완 감독은 가브리엘을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아주 새로운 빌런으로 만들고 싶었고, 영화에서 보여지는 정도로 구현하기 위해 굉장한 애정이 필요했다고 회고했다. 가브리엘의 액션장면들을 편집할 때도, 촬영은 각본대로 했지만 너무 많이 보여준 건 아닌지 고민의 연속이었다고. 그러니 가브리엘의 액션을 눈여겨보는 것도 영화를 재밌게 보는 또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뒤 크레딧에 오른 이름 중에서 가브리엘 역할의 배우가 누구였는지 찾아보게 될 것이다.

다양한 호러 장르의 혼합체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말했듯이 <말리그넌트>는 다양한 호러 장르의 혼합체다. 어떻게 보면 제임스 완 영화의 모든 궤적을 살펴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쏘우>로 시작해서 <데드 사일런스> <인시디어스> <컨저링> 시리즈로 공포영화의 왕좌에 오른 뒤, <분노의 질주: 더 세븐> <아쿠아맨> 같은 블록버스터도 보란 듯 멀끔하게 연출하는 다재다능함을 보여준 감독은 언제나 뿌리로 돌아가고 싶은 목마름을 느꼈다고 했다. “나는 항상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가지고 논다. 그리고 나의 영화들을 관통하는 공통적인 테마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그 테마를 충분히 연구하고 가지고 놀지 못했다. 더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바라건대 <쏘우>나 <데드 사일런스>를 더 만드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10년 동안 <인시디어스> <컨저링> 시리즈를 만들며 슈퍼 내추럴 호러의 거장이라고 불리게 됐는데, 가장 하고 싶지 않은 게 내가 한 일을 반복하는 거다. 지금은 내가 다른 걸 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다 그만두고 아예 다른 걸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비슷한 영화들을 만들며 느꼈던 다른 영화에 대한 열망이 있었고, <말리그넌트>를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허락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앞으로도 오리지널 스토리로 여러 스타일의 필름 메이킹을 실험해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통해 나의 테마를 이야기하고 싶다.”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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