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나라로> Heaven: To the Land of Happiness
임상수/한국/2021년/101분/개막작
로드무비는 대체로 두 가지로 갈라진다. 길 위에서 교훈을 얻고 본래의 삶으로 돌아오거나 영원히 길 위에 머물거나. 임상수 감독은 익숙한 갈림길 앞에서 아랑곳하지 않고 가보지 못한 길을 성큼 걷는다. <그 때 그사람들>(2005), <돈의 맛>(2012)에서 증명했듯 임상수는 어떤 장르나 익숙한 소재를 끌고 들어와도 타고난 리듬을 잃지 않고 자신의 색으로 덧칠할 줄 아는 창작자다. 신작 <행복의 나라로>는 따뜻하고 유쾌한, 전형적인 로드무비다. 동시에 특유의 냉소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시선으로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임상수의 영화다.
상식적인 사람으로 평판이 좋은 죄수번호 203(최민식)은 출소 후 딸을 만나는 것이 꿈이다. 하지만 뇌종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고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2주 밖에 없다는 선고를 듣자 탈출을 감행한다. 203이 입원한 병원에서 일하는 남식(박해일)은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다. 비싼 약값을 감당 못 해 병원에서 약을 훔치며 살아가던 남식은 203의 폭주에 휩쓸려 동행을 시작한다. 한편 203과 남식은 도주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윤 여사(윤여정)의 검은돈을 손에 넣고, 약간 모자라지만 밉지 않은 하수인들의 추적을 받는다. 예측 가능함에도 슬며시 미소가 번지는 이 소동극은 경쾌한 가운데 인간에 대한 온기를 잊지 않는다. 설명 없이도 관객을 몰입시키는 배우들의 연기는 두말할 것도 없다. 군더더기 없는 연출, 일상의 쉼표 같은 아름다운 풍경과 촬영, 이야기 이상의 울림을 전하는 적재적소의 음악까지 전체적으로 조화롭다. 특히 임상수 감독의 유머와 능청이 이 모든 요소에 영화적 활력을 부여한다. 어쩌면 빤한 순간으로 우리를 데려가는데도 그 익숙함마저 계속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