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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와 액터스 하우스
10월7일 영화의전당 BIFF×GENESIS 야외무대에서 <승리호>의 오픈토크 행사가 열렸다. 백은하 배우연구소 소장이 진행하고 조성희 감독과 송중기, 진선규 배우가 참석한 오픈토크에는 많은 관객들이 모여 영화에 얽힌 뒷이야기를 나눴다. 조성희 감독의 <승리호>는 한국 최초의 본격 우주SF영화로 2021년 2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 현실적인 문제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택했던 영화지만 실은 극장 상영을 전제로 제작된 영화였던 만큼 이번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스크린 상영을 함으로써 관객들도 온전히 이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10년 만에 부산영화제에 다시 왔다”며 남다른 감회를 전한 조성희 감독은 “<늑대소년>(2012)이 첫선을 보인 이 자리에 송중기 배우와 다시 설 수 있어서 기쁘다. 앞으로는 10년이 아닌 4년 안에 올 수 있도록 하겠다”며 첫인사를 건넸다. 전날 개막식 사회를 맡기도 한 송중기 배우는 “영화제 사회는 작년부터 약속이 되어 있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오자마자 오길 잘했다고 느꼈다”고 말문을 열었다. 진선규 배우 역시 “부산영화제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속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늘 변하지 않는 곳이다. 영화를 하는 한 계속 방문할 수 있길 바란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날 오픈토크에서는 <승리호>에서 미처 다 보여주지 못한 설정부터 제작과정의 아기자기한 사연들, 각자가 사랑하는 SF영화에 대한 소개까지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펼쳐 관객들의 만족을 이끌어냈다.
“<승리호>는 한국 사람이 우주선을 타고 나오는 우주영화다. 대단한 사람들이 아니라 옆집 총각, 뒷집 아저씨들이 나와서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다. <승리호>를 보면 어딘지 예스러운 부분이 있는데 <백 투 더 퓨처>(1985)나 <E.T.>(1982)에서 받았던 감동을 <승리호>를 통해 전하고 싶었다.“(조성희 감독)
“태호는 전형적인 소시민이다. 시야가 좁고 자기만 알고 남과 더불어 살지 못하는 인물이다. 이런 인물과 함께 성장할 수 있어서 좋았다. <구니스>(1985)처럼 모험을 떠나게 되는, 동심이 가득한 영화가 좋다. <승리호>가 그렇게 될 수 있길 바랐다.”
김태리가 왔어야 한다고 계속 진선규를 놀리는 송중기. 둘은 <승리호>가 좋은 사람들과의 행복한 작업이었다고 회상한다. “진선규 배우는 선배이기도 하지만 현장에서 여러 배우들을 아우르는 가교 같은 존재였다. 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해 아쉽지만 김태리를 싫어하는 사람을 본 적 없다. 배우 뿐 아니라 사람으로서도 좋았다. 체구는 작지만 그릇이 큰 사람이다.”
“타이거 박은 우락부락하지만 따뜻함을 가진 인물이다.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이기도 하다. 등 뒤에 호랑이 문신을 판박이로 붙였는데 많이 보여주지 못했다. SF영화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가위손>(1990)처럼 가슴 따뜻해지는 영화들을 좋아한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마련한 스페셜 토크프로그램 액터스 하우스의 첫 번째 만남이 10월7일 6시30분부터 1시간동안 KNN 시어터에서 열렸다. 백은하 배우연구소 소장이 진행하는 액터스 하우스는 동시대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6인의 배우를 초청, 그들의 친밀하고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첫 번째 주자로 나선 이제훈 배우는 “부산영화제는 2010년 <파수꾼>이라는 영화로 왔다. 그 전에도 단편영화 상영이나 관객으로 온 적은 있지만 아무래도 장편영화로 왔을 때의 기억은 남다르다”며 소감을 전했다. 특히 이제훈은 배우로서 뿐 아니라 왓챠 오리지널 프로젝트인 <언프레임드>의 제작자이자 연출자로서 올해 부산영화제를 누비고 있다. “프로듀서와 감독으로 영화제에 와보니 배우로서 받았을 때 기대와 다른 혼란과 두려움이 있다”며 솔직한 심경을 고백한 이제훈은 연출을 맡은 <블루 해피니스>에 대해 애정 어린 설명을 이어갔다. “행복은 보통 분홍빛을 떠올릴테니 그것과 상반된 블루를 제목에 써보고 싶었다.” 다양한 역할을 맡아온 지난 10년의 변화에 대해 묻자 “익숙한 모습이 다시 차용되는 걸 원치 않았다. 재미가 없다. 창작자로서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있다. 인생의 여러 챕터에 어울릴만한 변화들이 있고 그 모든 것들이 합쳐져 결국 배우 이제훈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예전에는 연기가 숙제 같았다는 느낌이 컸다면 이제는 그 즐거움을 느끼면서 틀에 갇힌 모습을 부숴나가고 확장을 시키고 있는 중이다.” 액터스 하우스는 10월7일부터 14일까지 엄정화, 한예리, 전종서, 조진웅, 이제훈, 변요한 총 6인의 배우가 참여한다.
“이제훈 배우에 대해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선의 균열에 핀 악, 행복 아래 누운 절망, 파수꾼을 기다리는 사냥꾼, 대조법으로 연기를 쓰는 배우.” 백은하 소장의 설명에 민망함과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이제훈 배우.
“가짜로 하지 않았어. 이건 진짜야. 연기를 마쳤을 때 늘 그렇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신인 시절엔 리얼리티에 집중해왔다. 카메라에 담기는 건 허구이지만 이것이 진짜인지 항상 질문하면서 답을 찾으려 부단히 노력했다. 연출의 첫 시작도 그와 비슷하다.” 동시대 청춘들의 초상을 그린 <블루 해피니스>의 연출 의도에 대한 이제훈 배우의 답에서 그의 연기 철학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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