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1주년을 맞은 예술영화관 씨네큐브가 지난 9월 13일, 상영관 리뉴얼을 완료하고 재개관했다. 영화관에 오랜 기간 애정을 표한 멤버십 회원들을 포함해 관객에게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이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 상영관을 새롭게 단장한 것이다. 바뀐 영화관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영화 <노매드랜드>를 예매한 뒤 10월 6일 오전 11시 즈음 씨네큐브로 향했다. 비가 쏟아져내리는 수요일 오전이었지만 이미 10명 내외의 관객이 티켓을 끊거나 로비의 휴게 공간에 앉아 상영관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과 달리 가죽 시트로 바뀐 휴게 공간의 좌석들이 눈에 띄었다.
상영관 내부의 가장 큰 변화 또한 좌석이었다. 관객의 요청에 따라 씨네큐브는 1관, 2관의 좌석 시트를 전부 가죽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쿠션도 보강했다. 예전보다 너비가 넓고 등받이가 높은 의자로 바꿔 관객이 보다 편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좌석간 단차도 커져 앞좌석이 시야를 방해하는 일 없이 스크린을 볼 수 있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이 더 잘 지켜질 수 있도록, 발권하지 않은 자리는 잠그고 아예 앉을 수 없도록 설치해두었다고 한다. 오랜만에 씨네큐브를 방문했다는 황도연씨는 “리뉴얼 소식은 SNS에서 봐서 알고 있었는데, 직접 와보니 확실히 전보다 쾌적해졌다”고 전했다.
<노매드랜드>의 엔딩 크레딧이 전부 올라간 뒤 씨네큐브 2관의 조명이 켜졌다. 관객이 하나둘 일어나 조용히 감상을 나누며 상영관 밖을 나섰다. 지난 9월 13일 재개관한 뒤로 씨네큐브는 <완벽한 축사를 준비하는 방법> <뉴 오더> <쁘띠 마망> 등을 프리미어 상영하는 등의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 강신웅 씨네큐브 대표에 따르면, “개관 기념일인 12월 2일, 각종 영화제 수상작을 선보이는 프리미어 영화제와 함께 추가적인 이벤트와 기획전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조명이 켜질 때까지 자리에 앉아 <노매드랜드>의 여운을 느끼던 이들처럼, 더 많은 관객이 변화한 씨네큐브에서 영화로 충만해지길 바란다.
강신웅 씨네큐브 대표, “씨네큐브만의 영화 선정 기준이 차별점”
-씨네큐브 상영관의 리뉴얼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해 개관 20주년을 맞이해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관객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가장 요청이 많은 부분이 좌석에 관한 것이었다. 그 의견들을 수용해 상영관 의자를 전면 교체했다. 등받이 높이도 높아졌고 시트도 천이 아닌 가죽으로 바뀌었다.
-좌석뿐만 아니라 단차에도 변화를 줬다.
=30cm 정도로 단차를 높였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라 공사 업체에서 진행하지 않길 바랐는데 우리가 고집했다. 나중에 관객에게 따로 피드백을 받아봤더니 차이를 금방 느끼고 시야각이 좋아졌다고 하더라. 필요한 부분을 잘 바꿨다 싶어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도 극장을 조금씩 개선해나가려고 한다.
-씨네큐브가 올해로 개관 21주년을 맞이했다. 오랜 시간 씨네큐브의 역사를 이어갈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감사하게도 씨네큐브에 애정이 깊은 관객이 많다. 예전에는 의정부나 수원에서 관람하러 오는 분들도 계셨다. 우리가 상영하는 영화는 믿고 본다는 신뢰가 오랫동안 쌓여온 덕이다. 또 씨네큐브만의 운영 방식이 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까지 불을 켜지 않고, 극장 수입 대부분을 차지하는 광고도 하지 않으며 음식도 판매하지 않는다. 오직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는 관람 환경, 그리고 씨네큐브만의 영화 선정 기준이 차별점이 되어준 것 같다.
-씨네큐브 혹은 티캐스트가 선호하는 영화의 성향이 있다면 무엇인가.
=티캐스트가 영화관이 있는 수입배급사다 보니 수입을 결정할 때 ‘이 영화가 우리 극장에 맞는 영화인지 아닌지’를 판단 기준 중 하나로 놓고 본다. 씨네큐브는 30~40대 이상 여성이 주 관객층이다. 때문에 해당 세대가 관람하기 좋은 예술영화를 선호한다. 국내에 팬덤이 활성화된 감독, 배우의 작품들도 꾸준히 수입해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가장 대표적이다.
-OTT 플랫폼이 활성화된 현재, 극장이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극장은 친구, 연인, 가족, 극장 안의 또 다른 관객과 함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 공간이다. 같은 시공간 속에서 문화를 즐기며 경험을 공유하는 것, 이는 OTT 플랫폼이 대체할 수 없는 극장의 역할이다. 때문에 OTT 플랫폼이 있어도 극장은 나름대로의 길을 잘 찾아갈 것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감염 걱정보다 볼만한 영화가 많지 않다는 생각에 관객이 극장을 잘 찾지 않는 것 같다. 신작들이 더 활발히 개봉해 극장이 활성화됐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씨네큐브를 찾는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코로나19로 관객도, 극장도 어려운 시기지만 백신 접종률도 높아지고 좋은 영화들도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러니 과거보다 미래를 기대해주면 좋겠다. 씨네큐브는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테니, 앞으로도 우리의 선택을 믿고 영화를 보러 와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