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0일 개봉해 국경절 연휴 동안 박스오피스를 뜨겁게 달군 영화가 있다. 개봉 5일째인 10월 4일 현재 박스오피스에서 흥행 수익 20억위안을 기록하며 매일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는 <장진호>다. 중국 최대 영화 예매 플랫폼 마오옌은 <장진호>가 현재와 같은 추세를 유지하면 상영 38일째에는 박스오피스 50억위안까지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7년 이후 역대 박스오피스 부동의 1위인 <특수부대 전랑2>가 그 자리를 내주게 될지도 모른다. <장진호>는 <패왕별희>의 천카이거 감독, <천녀유혼> <동방불패> <황비홍>으로 잘 알려진 서극 감독, <오퍼레이션 메콩> <오퍼레이션 레드 씨>로 중국 최고의 밀리터리 액션영화 감독이라 불리는 임초현 감독까지 세명의 감독이 공동 연출한, 러닝타임 3시간에 달하는 전쟁 블록버스터다.
<장진호>는 한국전쟁 당시 장진호 일대에서 미중간에 펼쳐진 ‘장진호 전투’를 배경으로 하지만 철저히 중국의 시각에서 그린 영화다. 이에 대해 천카이거 감독은 역사적인 사실을 존중하지만 다큐멘터리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스토리적 완성도를 더 중시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남북한 군인은 전혀 등장하지 않고 오로지 미군과 맞서 싸운 전투만 다루며, 사실을 왜곡하고 미화했다는 지적뿐 아니라 감정적인 부분에 치우쳐 주인공 형제간의 우애를 다룬 부분이 필요 이상으로 많다는 의견과 러닝타임이 긴 만큼 불필요한 서사가 눈에 띈다는 지적도 있다.
주인공 천리와 만리 형제는 각각 <유랑지구>와 <특수부대 전랑1, 2>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배우 우경과 <소년시절의 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이양첸시가 맡았다. 우경은 처음 작품을 제안받았을 때 자기복제가 될까 우려해 캐스팅을 고사했지만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작품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그는 이 작품으로 그동안 출연한 영화의 전체 박스오피스 수익이 200억위안을 돌파한 첫 번째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 극을 이끌어가는 만리를 연기한 이양첸시도 주목받았다. 천카이거 감독은 이양첸시가 연기한 신병 역할의 만리는 영화에서 유일하게 성장하는 캐릭터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히 전형적인 성장형 캐릭터에 머물지 않기 위해 인물에 개성을 불어넣으려고 애썼고 고집이 세지만 소박하고 단순한 캐릭터를 배우 이양첸시가 잘 표현해 장진호 전투를 모르는 젊은 세대도 공감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전했다.
임초현 감독은 영화에서 스펙터클한 장면으로 꼽히는 두개의 숏을 완성하기 위해 시각효과(VFX) 제작에만 10개월간 공들였다고 한다. 시나리오 개발에만 5년, 제작비 13억위안(2400억원), 전체 촬영일수를 합하면 460일이 걸린 대작 <장진호>가 애국영화라는 타이틀을 넘어 한 단계 진보한 자취를 남길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