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부산국제영화제]
BIFF #6호 [프리뷰] 아스가르 파르하디 '히어로'
2021-10-11
글 : 이주현

<히어로> A Hero

아스가르 파르하디/이란, 프랑스/2021년/128분/아이콘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세일즈맨> 등 아스가르 파르하디의 영화에는 언제나 인물을 곤란에 빠뜨리는 도덕적 딜레마가 자리 잡고 있다. 작은 불씨가 진화하기 힘들 정도로 번져가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세계의 모순과 삶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아스가르 파르하디의 <히어로> 역시 그러한 감독의 영화적 정수가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다. 빚을 갚지 못해 교도소에 간 라힘에겐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가 있다. 여자친구는 최근 금화가 든 가방을 주웠다. 두 사람은 금화를 팔아 라힘의 빚을 갚고 새 출발을 꿈꾸는데, 최종적으로 라힘의 양심이 그들을 돌려세운다. 가방을 주인에게 돌려주기로 한 것이다. 금화의 주인을 찾아준 라힘의 선행은 곧 세상에 알려진다. 방송까지 탄 라힘은 순식간에 착한 영웅이 된다. 그러나 이것은 아스가르 파르하디의 영화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라힘은 이제 곤경에 처하기 시작한다. 선한 의도는 이내 의심받고 얼룩진다. 양심을 따랐을 뿐인데 그 양심이 공격받는다. 그럴 수 있었던 상황은 그러지 말았어야 하는 상황으로 뒤바뀐다. <히어로>에는 악인이 없다. 그저 각자의 사정이 있고, 그 사정이 충돌하면서 문제가 생길 뿐이다. 누구를 비난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는 이번에도 답을 찾기 어렵다. 의도와 무관하게 굴러가는 세상에서 개인은 어떻게 선의와 양심을 지키며 살아갈 것인가. 감독이 던지는 질문이 묵직하게 날아와 가슴에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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