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 에디 브룩과 심비오트의 좌충우돌 공생 관계
2021-10-13
글 : 김현수

저널리스트 에디 브룩(톰 하디)과 외계 생명체 심비오트의 좌충우돌 공생 관계가 시작됐다. 전편 <베놈>에서 악덕 생명공학 기업 라이프 파운데이션의 비리를 파헤치던 에디는 직장도 잃고 연인 앤(미셸 윌리엄스)과의 관계도 이어가지 못한다. 베놈은 에디의 안정적인 일상생활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고 오직 신선한 뇌를 섭취하길 갈망하지만 에디와의 공생 계약으로 인해 인간을 해하지 못하고 대신 살아 있는 닭을 잡아먹는다. 사실 베놈은 착한 영웅과는 거리가 먼 캐릭터지만 그렇다고 나쁜 짓을 저지르지도 않는 애매모호한 캐릭터로 묘사됐기에 전편 <베놈>의 매력이 반감된다는 혹평에 시달렸었다.

속편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는 슈퍼히어로영화의 완성도와 직결되는 빌런의 존재감에 관해 많은 고민을 한 결과다. ‘빌런 히어로’라는 독창적인 정체성을 지닌 베놈 대신 보다 강력하고 끔찍한 뉴페이스를 등장시킨다. 전편의 쿠키 영상에서 모습을 드러냈던 연쇄살인마 클리터스 캐서디(우디 해럴슨)가 사형선고를 받는다. 죽을 생각이 전혀 없는 클리터스는 자신의 집행일을 연기할 목적으로 마지막 증언을 남기겠다며 탐사보도로 유명한 프리랜스 저널리스트 에디를 지목한다. 베놈을 얻는 대신 직장과 연인을 모두 잃고 폐인처럼 생활하던 에디는 클리터스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번 저널리스트로서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실제로 클리터스가 던져주는 수많은 단서로 인해 미결로 남아 있던 살인사건을 추가로 밝히는 데 성공한 에디는 제일 먼저 앤에게 달려가지만 전편에서 에디의 몸에 ‘베놈’이 산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너와 있으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매일이 불안하다”라면서 새로운 연인 댄 박사(레이드 스콧)와 결혼을 선언한다. 평정심을 잃은 에디는 클리터스와의 몇번의 인터뷰 도중 어떤 실수로 인해 클리터스가 새로운 빌런 카니지로 거듭나는 데 빌미를 제공한다. 이제 사랑을 잃고 방황하던 에디의 베놈과 연쇄살인마를 숙주로 둔 카니지의 본격적인 대결이 펼쳐진다.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 생명체 베놈이 인간을 숙주 삼아 기생하다가 자신과 싱크로율이 잘 맞는 에디라는 남자를 만나 공생하면서 스스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된다는 설정이다. 베놈은 사람의 신선한 뇌를 먹어야 하지만 인간의 삶을 좋아하게 됐고 특히 에디와의 동거 생활에 상당한 만족과 안정을 느낀다. 하지만 에디는 앤을 향한 마음 때문에 방황하고, 이들의 어색한 삼각관계로 인해 베놈은 소수자로서의 서사를 갖게 된다. 때문에 이번 영화에서는 베놈과 카니지의 필사의 대결이 보여주는 화려한 액션의 스펙터클보다 베놈의 애절한 방황기가 두드러진다. 상당히 많은 분량을 액션에 할애하고 있음에도 희대의 빌런 카니지보다 베놈의 방황에 시선이 머문다는 것은 이 영화의 치명적인 매력이자 단점이다.

꼭 언급해야 할 등장인물이 한명 더 있다. 클리터스에게는 어린 시절 보호시설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프랜시스 배리슨(나오미 해리스)이 있었지만 서로의 생사조차 모른 채 생이별을 해야 했다.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가 보여주는 에디와 베놈의 러브 스토리와 더불어 카니지가 된 살인마 클리터스의 끔찍한 ‘심비오트는 사랑을 싣고’식 스토리에 마음을 내어줄 관객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CHECK POINT

톰 하디의 작가 데뷔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는 배우 톰 하디가 데뷔 이래 처음으로 작가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영화다. 그가 시나리오작가 켈리 마르셀과 함께 가장 주목한 것은 에디와 베놈의 애증 관계다. 서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조차 함께해야 하는 공생 관계가 이들을 권태에 빠지게 만든다.

슈퍼히어로영화의 고전미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가 강력하게 오마주를 바치는 영화들이 있다. 바로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와 소니픽처스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다. 클리터스와 프랜시스의 과거 회상 장면은 삶의 고통을 마음속 깊이 간직한 채 빌런이 되는 과정을 표현주의적인 색채로 담아내는 팀 버튼 스타일의 영향이 느껴진다. 베놈과 카니지의 본격적인 대결이 펼쳐지는 액션 장면의 무술 컨셉이나 배경 장소 디자인 등에서 지난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몇몇 액션 장면이 오버랩된다.

베놈이 스파이더맨 멀티버스에 등장할까?

소니픽처스와 마블 스튜디오 사이에서 지난 몇십년간 벌어진 스파이더맨의 캐릭터 소유권 분쟁으로 인해 베놈과 스파이더맨은 소니의 스파이더맨 유니버스라는 독자적인 세계관에서 별도로 만들어져왔다. 최근 소니와 디즈니 산하 마블 스튜디오의 크로스오버 계약이 성사됨에 따라 톰 홀랜드가 출연하는 <스파이더맨> 시리즈 역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의 세계관 공유가 가능해졌다. 이는 <베놈> 시리즈의 향방에도 강한 영향을 끼치게 됐다. 때문에 이번 쿠키 영상을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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