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일주일. 부산국제영화제의 시간은 빨리도 간다. 코로나19 상황이 빚어낸 난관을 뚫고 지난 10월 6일 치뤄진 개막식부터 순항을 거듭한 영화제는 8일차에 이르러서도 분주하게 극장을 오가는 관객들의 활기로 훈훈하다.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를 중심으로 곳곳에서 즐거운 자취를 남긴 관객의 풍경을 담았다. 영화의 전당을 두르고 있는 무지갯빛 LED 외벽만큼이나 곳곳에서 다채롭게 펼쳐진 축제의 흔적이다.
진명현 모더레이터, 이영아 감독, 배우 유다인, 조은지, 하경 (왼쪽부터). “반가웠어요, 또 만납시다!” 야외무대인사를 마친 <낮과 달>(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팀이 마지막 순서로 기념촬영을 진행 중이다. 영화인과 관객이 같은 프레임 안에서 하나되는 순간은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에서 시시각각 즐길 수 있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묘미 중 하나다. 이 때를 놓치지 않고 곳곳에서 원활한 행사 진행을 돕던 자원활동가들도 뒷편에서 함께 포즈를 취했다.
관객이 빠져나간 야외 객석의 밤풍경이 쓸쓸해질세라 영화의 전당의 트레이드마크인 LED 조명이 화려한 색채로 공간을 수놓았다. 올해 전체 좌석의 50%만 운영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좌석 간 거리두기를 위해 비워둔 객석에 영화 포스터를 설치해 꽤나 이색적인 그림을 완성했다. 영화 그 자체를 동료삼아 객석에 나란히 앉아보는 것도 팬데믹 시대의 시네필이라면 한번쯤 꼭 해볼만한 경험이다.
야외무대 입장을 위해 레드카펫 위에 일렬로 줄을 선 관객들의 모습이 제각각이다. 누구는 멍 때리기, 누구는 기념 사진 남기기, 누구는 수다 떨기를 통해 기다림을 달랜다. 관객들의 뒷편에는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 영화들의 아트 포스터가 나란히 서서 존재감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
방역 당국과의 긴밀한 협조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최우선 과제. 특히 다수가 모이는 개막식과 폐막식은 관객, 게스트, 프레스 등을 막론하고 백신 예방접종 2차를 완료하거나 유전자 증폭(PCR) 검사 증명을 필히 지참하도록 했다. 빠르게 PCR 검사를 진행할 수 있는 임시 선별진료소도 영화의 전당 인근에 설치됐다. 특히 스태프와 자원활동가 등은 예방접종과 상관없이 영화제 기간 중 두 번 이상 PCR 검사를 받아야 하니 영화의 전당 임시선별진료소는 무척이나 고마운 존재. 안심콜과 발열체크, 그리고 임시선별진료소가 함께하는 영화제 풍경을 훗날 우리가 어떻게 추억할 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영화의 전당 비프힐 1층에 위치한 비프 숍. 2021년 부산국제영화제 굿즈들의 판매 현황을 알리는 안내판에 품절 마크가 빼곡하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가장 인기가 많았던 품목은 슬레이트와 영사기 배지다. 머그컵과 에코백, 프린팅 티셔츠도 뒤를 이었다.
영화제에서 처음 관객과 만나는 배우의 심정은 스타를 만나기 위해 오랫동안 기다려 온 팬들의 마음 못지 않게 간절하고 벅차다. 올해엔 특히 관객과의 대화, 야외무대인사, 오픈토크, 동네방네비프 등을 막론하고 무대에 오른 감독과 배우들이 객석을 찍는 모습이 종종 목격됐다. 그만큼 절실한 만남이었다는 증거다. 넷플릭스로 스트리밍된 <승리호>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배우 송중기는 개막식 사회자의 임무를 마치고 한결 여유로운 모습으로 스마트폰을 들었다. 객석을 촬영하는 그에게서 은은한 기쁨이 묻어난다.
마스크 안에서 두 사람은 제각기 어떤 모양의 미소를 짓고 있을까?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기 시작한 야외무대에서 사이 좋은 모녀가 한창 셀카 타임 중.
뒷모습에서도 ‘최애’ 배우를 찾는 관객들의 꼼꼼한 시선이 그대로 느껴진다. 영화진흥위원회와 부산국제영화제가 협력해 개최한 ‘한국영화배우 200인 사진전’이 뉴욕에 이어 부산에서도 열렸다. 영화의 전당을 오가는 관객이라면 누구나 200인의 배우 사진이 펼쳐진 메인존에서 10월 31일까지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영화제가 폐막해도 그 여운을 오래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