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네임>은 마음으로 이해해야 하는 구석이 적지 않은 드라마다. 지우(한소희)는 마약 밀매 조직의 일원인 아빠가 수배 중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고등학생이다. 일단 주인공을 사회에서 고립시키려면 공교육과 공권력이 손을 놓아야 하기에 지우의 담임은 무책임하고 냉담하며, 지우 아빠의 피살사건 담당 형사는 제대로 수사조차 하지 않는다. 결국 혼자서 복수할 수밖에 없게 된 지우는 아빠 친구이자 조직 보스인 무진(박희순)을 찾아가고, 남자뿐인 집단에 홀로 던져진 여성에게는 예상대로의 고난이 펼쳐진다. 지우를 향한 성적 위협이 과도하게 구체적으로 그려지는 대목의 불쾌감은 이 작품을 시청할 때 첫 번째 고비다. 다행히 아빠의 유골함 조각이 소임을 다한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나 더욱 강해진 지우는 이름을 바꾸고 경찰 조직에 숨어든다.
왜 여자와 남자가 잠복 수사를 할 땐 그냥 평범하게 숨는 대신 굳이 적의 눈을 피하겠다며 길에서 키스하는 척할까? 왜 악인은 위기에 몰아넣은 주인공의 죽음을 끝까지 확인하지 않고 자리를 떠서 탈출할 기회를 줄까? 보스는 왜 잔뜩 분위기를 잡고 ‘세상엔 말이야… 두 종류의 사람이 있어’ 같은 말을 늘어놓을까? 1.5회당 한번꼴로 등장하는 유혈 낭자한 패싸움과 잔혹함의 스펙터클로 끌고 가기엔 마치 클리셰 사전 같은 서사의 긴장감이 아쉽지만, 이 ‘뻔한’ 이야기의 중심에 여성을 놓은 덕분에 <마이 네임>이 획득한 신선함은 힘이 세다. 무엇보다 처절하고 강도 높은 싸움 장면을 몸 던져 소화한 한소희의 액션 연기는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더 경탄을 불러일으킨다. 비록 마지막 복수를 위해 무진을 찾아가던 지우가 갑자기 경찰 동료 필도(안보현)와 하룻밤을 보내는 대목은 이 작품의 두 번째 결정적 고비지만, 이튿날 필도가 허망한 죽음을 맞이하는 전개를 보며 깨달았다. 그동안 수많은 남자주인공의 여성 연인이 바로 이런 식으로 이야기에서 사라졌다는 사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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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네임> x 프라우드먼 / 유튜브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모니카 선생님’이 이끄는 댄스 크루 프라우드먼이 <마이 네임> 컬래버레이션 영상에 출연했다. 두개의 정체성 사이에서 자신을 숨기고 진실을 찾기 위해 싸우는 지우의 서사가 절도 있는 퍼포먼스로 펼쳐진다. 작품 기획 방향에 딱 맞아떨어지는 마케팅 콘텐츠로 물 들어올 때 노 젓기의 좋은 예.
<신세계> / 넷플릭스
보스는 왜 언더커버를 사랑하는가. 무진은 지우의 아빠인 준수(윤경호)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소중한 친구였다고 회상하지만, 단지 그것만이라기엔 준수의 사생활까지 추적하던 과거와 현재의 아련한 눈빛이 다 설명되지 않는다. 다만 준수가 경찰임을 알게 되었을 때 그의 선택에 다소 놀란 건 무의식중에 <신세계> 이자성(이정재)을 향한 정청(황정민)의 순정을 떠올려서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