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지구를 사랑한 히어로들의 서사시 '이터널스'
2021-11-03
글 : 배동미
7천년 전 우주선 도모를 타고 지구에 온 불멸의 이터널스 무리

클로이 자오 감독의 <이터널스>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26번째 영화이자 페이즈4의 <어벤져스>라 할 만한 히어로들의 서사시다. 불멸의 이터널스 무리는 7천년 전 우주선 도모를 타고 지구에 온 순간부터 지구를 사랑한 히어로들이다. 이들의 임무는 기괴한 크리처 ‘데비안츠’에게서 인간을 지키는 것. 임무를 부여한 이는 그들을 탄생시킨 천상의 존재 ‘셀레스티얼’이다. 이터널스는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없기에, 공간을 기준 삼아 연대기를 구성하는 뱀파이어처럼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물질을 변화시키는 세르시(제마 챈)는 런던에서 박물관 학자가 됐고, 손가락에 우주의 기운을 모아 총처럼 쏘는 킹고(쿠마일 난지아니)는 발리우드 배우로 살며, 타인을 조종하는 드루이그(배리 키오건)는 아마존에 소국을 만들었다. 괴력의 소유자 길가메시(마동석)는 호주 사막에서 정신 건강이 위험해진 테나(안젤리나 졸리)를 돌보며 살고 있다. 세르시는 데비안츠의 공세가 심해지자 오랜 연인 이카리스(리처드 매든), 소녀처럼 보이는 불멸의 존재 스프라이트(리아 맥휴)와 함께 이터널스를 불러모으기 시작한다.

<이터널스>의 가장 큰 목표는 새 히어로 공동체를 소개하고 이들만의 가치를 소개하는 것이다. 10인의 히어로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이는 스프라이트와 마카리(로런 리들로프), 파스토스(브라이언 타이리 헨리)다. 스프라이트는 무한한 시간이 주어졌을 때 지적 존재가 겪는 복잡한 감정을 표현한다. 마카리는 MCU의 첫 청각장애 히어로, 파스토스는 MCU의 첫 LGBT 히어로다. <노매드랜드>에서 풀숏으로 인간과 자연을 담아냈던 클로이 자오는 인간의 지각 범위를 넘어서는 셀레스티얼을 스크린에 가득 메우는, 압도적인 순간을 자신의 인장처럼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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