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길가메시, 마동석 그 자체!
2021-11-04
글 : 김소미
<이터널스> 마동석

한국 배우 최초로 마블의 슈퍼히어로가 된 마동석. 11월3일 개봉하는 <이터널스>에서 그가 연기한 길가메시는 맨손으로 빌런을 해치우는 괴력의 소유자로,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떠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 성난 주먹의 새 경지를 보여줄 예정이다. 좀비든 사람이든 일단 ‘때려잡고’ 보는 마동석의 압도적인 신체 능력에 반한 마블 제작진은 고대 바빌로니아 신화 속 캐릭터를 아시아인으로 바꾸는 과감한 변화를 꾀했다. <부산행>(2016) 이후 할리우드 관계자들 사이에서 아시안 액션 아이콘으로 빠르게 입소문을 탔던 마동석은 지난 5년간 받은 여러 출연 제의들을 물리치고 결국 클로이 자오와의 만남을 성사시켰다. 7천년 동안 살아온 태초의 히어로 ‘이터널스’로 분해 MCU 페이즈4의 범우주적 세계관을 누빌 마동석을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사진제공 Marvel Studios(Photographer Brian Bowen Smith)

- 길가메시 캐릭터의 능력치가 화제가 되고 있다. 엄청난 파워, 초스피드 비행, 눈과 손의 열선 발사, 사물 조종, 신체 재생, 공중 부양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직접 연기한 입장에서 길가메시 액션의 특징을 정의한다면.

= 코믹북에 나오는 길가메시와는 아주 다른 모습이다. <이터널스>의 길가메시는 캐릭터 디자인 단계 초기부터 클로이 자오 감독이 내가 출연했던 영화들은 물론 광고들까지 분석하면서 마동석이라는 사람의 캐릭터를 입히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다. 내게 했던 첫 주문도 “길가메시가 마동석 그 자체였으면 좋겠다”였다. 지금까지 액션영화에서 선보였던 사납고 강한 면모, 그리고 유머러스한 느낌까지 합쳐서 길가메시를 입체적인 캐릭터로 만들어갔다.

- 이전에도 할리우드의 러브콜이 꽤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이터널스>에 끌렸던 이유는 뭔가.

= 이미 한국에서 제작을 예정해둔 작품들이 많아서 타이밍을 맞출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이터널스>의 길가메시를 소개받고 별도의 오디션 없이 클로이 자오 감독과 곧바로 화상 미팅을 진행했다. 원래 마블 팬이기도 했고, 감독님이 내가 오랫동안 해온 복싱과 주먹 액션이 길가메시의 새로운 중심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 점이 아주 좋았다.

- 클로이 자오 감독이 특별히 눈여겨보았다고 언급한 작품이 있었나.

= 굉장히 여러 작품을 꼼꼼히 보셨더라. <부산행> <범죄도시> <악인전> 등을 언급했다. 강한 펀칭과 손바닥으로 치는 동작이 돋보이는 액션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요구와 함께, 무술팀과 액션을 디자인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내게 주도권을 많이 쥐어줬다. 다른 배우들은 원래 운동하는 사람들이 아닌 까닭에 액션팀의 정확한 지시가 필요했지만 나는 이전의 경험치가 있으니 믿어주는 눈치였다. 많은 자율성을 보장받았다.

- 우주 에너지를 조종할 수 있는 불사의 종족의 일원을 연기한다. 괴물인 데비안츠에 맞서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길가메시의 구체적인 액션 스타일은 어떤 모습인가. 최초 공개된 메인 예고편에서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연기한 테나의 창을 한손으로 받아내는 순간도 인상적이었다.

= 일단 등장하는 순간부터 괴력이 느껴질 것이다. 거의 다 주먹 액션이라고 보면 된다. 사람과 사람간의 액션은 조금 더 테크니컬한 쪽을 강조해서 보여줄 수 있다면, 이번엔 괴물하고 싸우는 것이라 테크닉보다는 파워에 집중했다. 특이한 동작을 강조하기보다는 아주 간결하게 디자인했다. 언뜻 쉬워 보일 수도 있지만 대단히 어려운 액션이었다. (웃음) 허공에 대고 혼자 액션을 해야 하는 것이 쉽진 않더라.

- 길가메시와 테나의 관계성이 <이터널스>의 중요한 축이 될 것이라 예상된다. 배우 안젤리나 졸리와 동료로서 돈독한 모습이 화제가 되고 있다.

= 두 사람이 자주 같이 등장한다. 마블 관계자들이 다 듣고 있기 때문에 아직 자세한 내용을 말할 순 없다. (웃음) 확실히 두 사람의 파트너십이 돋보이는 장면들이 많을 것이다. 안젤리나 졸리와는 지구 반대편에서 각자 오랫동안 이 업계에서 일하다가 만난 사이라 그런지 서로 모르고 지내온 시간은 길지만 어쩐지 처음부터 오랜 친구를 만난 기분이었다. 연기의 합도 좋았다. 영화를 보는 관객도 분명히 좋은 에너지를 느끼리라 생각한다.

- 할리우드 프로덕션을 경험하면서 인상적이었던 지점은 뭔가.

= 리허설할 시간이 길지가 않더라. 철저히 준비가 된 배우가 와야만 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준비할 시간을 많이 주지 않고 바로 찍는다. (웃음) 14살 때부터 복싱을 해왔고, 이전에 자주 액션영화를 작업했던 것이 <이터널스>에서도 기본기가 되어준 것 같다. 또 배우들과 케미스트리가 아주 좋았던 점도 다행스러웠다. 특히 안젤리나 졸리는 현장에서 내 액션을 보면서 격려를 해주었고, 주변에도 좋은 이야기를 많이 전해주었다. 이번 작업에서 굉장히 고마운 동료다.

- 현장에서 애드리브로 표현한 부분도 있나.

= 애드리브도 허용됐고 길가메시 캐릭터 자체가 귀염성이 있는 편이라 나답게 할 수 있었다. 길가메시 캐릭터는 특유의 진지함과 속 깊은 면모, 그리고 의외의 코믹함을 갖추고 있다. 가장 강력한 파워를 가진 인물이기 때문에 다른 멤버들을 보호해주기도 하고, 기댈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 한국 배우가 맡는 MCU의 첫 슈퍼히어로라는 점에서 뜻깊다. 앞서 개봉한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도 아시아인 히어로, 빌런의 등장이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중국 감독인 클로이 자오와의 만남, 그리고 인종적 다양성이 뚜렷한 멤버들과의 협업은 어땠나.

= <이터널스>는 국적, 인종 등의 기준을 갖고 사람을 가르지 말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인물간의 갈등과 사랑 속에 인류애가 강하게 녹아들어 있고 서로간의 경계를 허무는 서사다. 촬영 현장 역시 비슷한 분위기였다.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보니 스크린 밖에서도 그런 조화와 화합이 일어났다. 나 역시 <이터널스>가 일으킨 휴머니즘에 감동받으며 작업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터널스>는 지금의 우리 현실을 신화적인 설정에 빗대어 이야기하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