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표지는 웨스 앤더슨의 신작 <프렌치 디스패치>다. 프랑스에 위치한 어느 주간지의 제작 과정을 ‘보이는 영화’로 완성한 이 작품을 소개하기에 <씨네21>보다 더 잘 어울리는 매체가 있을까 싶다. 편집장의 관점에서는 다소 오싹한 대목도 있었는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뒤에도 잡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편집장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편집부를 진두지휘하던 그는 자신이 만들던 잡지 ‘프렌치 디스패치’의 부고 지면 주인공이 되어, 편집장과의 한때를 회고하는 기자들의 문장으로 기록된다. 평생 잡지 마감만 하다가 인생을 마감했다고 생각하면 좀 억울할 것 같기도 하지만, 가장 아꼈던 필자들이 전력을 다해 최상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잡지를 만들어준다면 주간지의 편집장에게 그보다 더한 선물은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김현수, 임수연, 조현나, 남선우 기자가 참여한 기획 기사를 보면 알 수 있듯, 웨스 앤더슨은 잡지 <뉴요커>의 열렬한 팬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팩트 체크”를 외치고, 잡지의 완성도를 포기하지 않는 ‘프렌치 디스패치’ 편집부의 프로페셔널리즘 또한 당대 최고 지성인들의 글을 실어온 <뉴요커>의 정체성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영화에는 2천자를 쓰라고 지시했지만 1만자가 넘는 원고를 보내온 기자의 글을 “최고의 기사”라며 그대로 실어주는 편집장의 모습과 마감하는 기자의 방에서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재촉하지 않는 등 오로지 최고의 결과물이 탄생하는 그 순간을 위해 헌신하는 편집부의 모습이 담겨 있다. 편집장이라면 누구나 퀄리티에 대한 욕심이 있겠지만 ‘프렌치 디스패치’ 편집부의 아름다운 이상을 현실에서 실현하는 건 그리 간단치만은 않은 문제다. 1만자의 원고를 한권의 잡지에 담기 위해서는 글의 가치를 알아보는 편집자의 감식안도 중요하지만, 이 글을 출간하기 위해 기꺼이 잡지 제작비와 배송료가 늘어나는 것을 감수하는 발행인의 결단력 또한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마지막까지 영화에 등장하지 않은 잡지 발행인의 존재가 사뭇 궁금해졌다는 후기를 전하며, 그동안 재기 넘치는 문장으로 <씨네21>의 지면을 빛내왔던 필자 오지은씨에게도 감사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