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삶에 지친 시인 유씨(전석호)는 서울을 떠나 깊숙한 시골 마가리에 도착한다. 전원 풍경에 매혹된 그는 도라지꽃밭에 나른하게 누워 있다가 마을 주민 원보(박명훈)를 만나게 된다. 이 인연으로 유씨는 원보네 집 빈방에서 하숙을 시작한다. 남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고 귀찮은 잔소리를 늘어놓기 일쑤인 원보와 더불어 그의 식구인 강아지 복돌이, 닭 네 마리와 함께 평온한 시골 일상에 적응해나가는 유씨는 이따금 마을 사람들과 나눈 순간들에서 영감을 받아 시를 쓰기도 한다. 한편 원보는 지극정성으로 마을의 꼬마 영균(김지환)과 그의 할아버지를 보살피는데, 유씨로서는 그들이 대체 무슨 관계인지 감을 잡을 수 없다. 유씨가 퍽퍽한 공기에 지쳐 시골로 도피한 이방인이라면, 평생을 마가리에서 살아온 원보는 꿋꿋이 ‘순정’을 지켜온 무구한 인물이다.
<싸나희 순정>은 너무나 다른 두 남자가 서로를 알아나가며 우정을 쌓는 과정을 그린다. 시골의 화목한 풍경과 천진한 사람들을 주요하게 그리면서 일상에서 맞닥뜨릴 법한 소박한 일화를 나열하는 동시에 예기치 못한 비밀을 드러내며 비애의 순간을 짚어낸다. 주연인 전석호와 박명훈을 비롯해 김재화, 최대철, 공민정 등 낯익은 배우들이 마을 주민들로 얼굴을 비춘다. 시인 류근과 일러스트 작가 퍼엉이 함께 펴낸 동명의 스토리툰이 원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