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은 배우 출신 감독들의 영화를 연달아 만나볼 수 있는 시즌이 될 것이다. 지난 11월17일 개봉한 조은지 감독의 <장르만 로맨스>를 시작으로 유태오 감독의 <로그 인 벨지움>(12월1일 극장 개봉), 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 감독의 <언프레임드>(12월8일 OTT 플랫폼 왓챠 공개)가 관객을 만난다. 이 세편의 영화는 배우 출신 감독들의 영화가 단 한번의 반짝 이벤트나 외유가 아님을 알리는 준수한 사례다. 1331호 조은지 감독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이번호에서는 <로그 인 벨지움>을, 다음호에서는 <언프레임드>를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지면을 마련할 예정이다.
픽션과 리얼리티가 섞인 유태오 감독의 다큐멘터리 <로그 인 벨지움>을 보면 배우들이 왜 연출에 매혹되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벨기에 앤트워프의 어느 호텔에 갇힌 그의 공간에는 늘 이동식 삼각대와 조명, 배터리와 핸드폰이 함께한다. 조현나 기자가 진행한 인터뷰에서 유태오 감독은 “오디션 제의가 들어오면 바로 찍어서 보낼 수 있도록” 지난 5~6년간 각종 영상 관련 기기를 휴대하며 스스로를 찍고 있다고 말한다. 화상 오디션이 보편화된 지금, 스스로를 끊임없이 관찰하며 최적의 결과물을 셀프 테이프 영상으로 제작하고 있는 이는 유태오 감독만이 아닐 것이다. 더불어 배우들은 저마다 이미 훌륭한 스토리텔러이기도 하다. <씨네21> 인터뷰 지면을 주의 깊게 봐온 독자라면 배우들이 작품마다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 캐릭터의 전사를 얼마나 풍성하게 만들어내는지, 인물과 자아의 관계를 얼마나 열정적으로 탐구하는지 잘 알고 계실 거라 믿는다. 이들이 자신을 비우고 다른 인물을 살아내기 위해 일상적으로 행하는 그 모든 노력들이, 결과적으로 전체를 조망하는 영화감독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좋은 질료가 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앞서 언급한 배우 출신 감독들의 세 작품과 더불어 아마도 2022년 관객을 만나게 될 이정재 감독의 <헌트>, 정우성 감독의 <보호자> 또한 기대감을 가져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