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연말 2회차를 맞이한 할리우드는 2021년을 마무리하며 내년 시상식을 준비하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12월6일,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2022년 3월27일 개최 예정인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국제장편영화 부문의 출품작 리스트를 발표했고, <버라이어티>는 오언 글라이버먼과 피터 데브루지가 꼽은 2021년 베스트10을 발표했다. 흥미롭게도 두 평론가의 리스트는 단 한편도 겹치지 않는 다양성을 보여줬다.
오언 글라이버먼은 <스펜서> <하우스 오브 구찌> <비틀즈: 겟 백> <드라이브 마이 카> <크루엘라> <졸라> <킹 리처드>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코다> <페러렐 마더스> 순으로 10편을 꼽았다. 실화와 실존 인물을 다룬 극영화, 다큐멘터리부터 해외 감독의 영화, 코믹스 영화, 디즈니 프리퀄 실사영화 등 장르를 가리지 않은 다채로운 취향을 드러냈다. 1위로 꼽은 파블로 라라인 감독의 <스펜서>는 “최근 보기 힘든 복잡한 인물의 내면을 다이어리, 소프오페라, 호러영화로 장르를 바꾸어가며 내밀하게 탐구한다”고 했고, 리들리 스콧 감독의 <하우스 오브 구찌>는 “심각한 재미가 있는 화려한 영화”라고 평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101마리 강아지>의 실사 프리퀄이라 보기도 전에 사람들이 편견을 가지기 쉬운 <크루엘라>에 대해서는 뮤지컬로 보아도 손색없는 영화라는 추천의 변을 더했다. 피터 데브루지의 베스트10은 <조키>(Jockey) <프렌치 디스패치> <듄> <더 로스트 도터> <나이트메어 앨리> <더 워스트 펄슨 인 더 월드> <시라노> <주다와 블랙메시아> <리코리쉬 피자> <더 킬링 오브 투 러버즈> 순이다. 데브루지의 리스트는 상업영화에서부터 아트하우스 필름까지 글라이버먼의 리스트와는 또 다른 방향으로의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특히 개봉 전부터 호불호가 갈려 속편 제작이 불확실했던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은 “큰 화면에서 볼 것”을 추천하며 “복잡한 원작의 시각적 각색, 앞으로 보여줄 것이 궁금한 영화”라고 기대를 표했다. 조 라이트 감독의 <시라노>는 원작의 코가 큰 주인공을 난쟁이로 바꾸어 영화여서 가능한 각색의 묘미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본격적인 할리우드 어워드 레이스는 2022년 1월에 시작된다. 예년이었다면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의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오스카를 가늠하는 예고편으로 관심을 모았겠지만 2020년 불거진 인종차별 논란 이후 산업에서는 시상식과 협회를 상대로 대대적인 보이콧을 이어왔으며,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방송해온 <NBC>가 시상식 중계를 중단하겠다고 결정해 지금은 그 처지가 많이 달라졌다. 20명 이상의 유색인종 신규회원을 영입하고 다양성 담당자를 채용하는 등 쇄신을 도모하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예년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