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독자에게]
[장영엽 편집장] 2021년을 결산하며
2021-12-17
글 : 장영엽 (편집장)

희소식과 먹구름이 공존하는 연말이다. 12월15일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개봉 첫날 63만 관객을 돌파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높은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한 반면, 12월18일부터 영화관의 영업시간이 밤 10시까지로 제한되며 개봉을 준비 중이던 영화 관계자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최근 영화계 여러 단체들(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감독조합 이사회, 영화수입배급사협회,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상영관협회)이 발표한 긴급 성명 ‘극장 영업시간 제한은 영화산업의 도미노 붕괴를 가져온다’를 보면 지난 2년간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를 반복하며 겪어야 했던 피로감이 이제는 마지노선에 다다랐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번 송년 특대호를 통해 소개하는 ‘2021년을 빛낸 <씨네21>의 베스트 영화’ 목록 또한 한국영화계가 지난 1년간 겪어온 ‘암흑의 시간’을 반영한 결과라고 하겠다. 31명의 평론가와 기자들이 보내온 설문 결과를 집계한 송경원 기자는 “쓸쓸하다”는 말로 올해 한국영화의 풍경을 설명했다. 5위권 안에 포함된 한국영화 중 대중상업영화는 <모가디슈> 한편에 불과하고, 눈에 띄는 약진을 보여준 독립영화 또한 많지 않았다. 올해의 한국영화 베스트 1, 2위를 차지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설문에 참여한 필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그 지지가 홍상수 감독의 새로운 도약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주목할 만한 신작이 부족한 상황으로부터 비롯된 결과라는 점에서 씁쓸함을 남긴다. 이에 2021년의 송년 특대호에서는 올해의 영화, 영화인 특집에 관해 <씨네21> 기자들이 좀더 긴 지면을 할애해 해설하는 별도의 지면을 마련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여전히 <씨네21>의 베스트 영화 순위 상위권을 차지한다는 것의 의미, 한국 상업영화의 빈자리에 대한 논평, <오징어 게임> 열풍과 <듄>을 둘러싼 아이맥스 전쟁 사이에서 관객이 극장에 가지 않는, 또는 극장을 찾는 이유와 넷플릭스가 한국영화계에 남긴 것 등 2021년의 주요 이슈에 대해 송경원, 임수연, 김소미, 조현나, 남선우 기자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여전히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혼돈의 시기지만, 이 정제되지 않은 혼란의 순간들을 응시하고 기록하는 것 또한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일 거라 믿으며, 다음호에 예정된 시리즈 결산 또한 기대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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