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드라이브 마이 카' 배우 미우라 도코를 만나다
2022-01-06
글 : 이주현
매력적인 배우보다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운전면허도 없는 배우에게 드라이버 역할을 맡긴 감독이나 면허도 없는데 프로페셔널한 드라이버 역할을 따낸 배우. 둘 모두 보통내기는 아니다. “역시 배우는 배우”라고 말을 건네자 미우라 도코는 <드라이브 마이 카>의 미사키와 달리 환히 웃어 보였다. 미사키는 연극 연출가 겸 배우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의 전속 운전사로 고용된 젊은 드라이버다. 빨간색 사브 자동차를 숙련된 솜씨로 모는 미사키는 동승자의 물리적 안전과 심리적 편안함까지 챙기는 든든한 운전사이자 가족을 잃은 슬픔을 공유한 가후쿠가 치유의 길로 나아갈 수 있게 안내하는 인물로 영화의 중심을 잡는다. 백미러를 보거나 창밖으로 가만히 시선을 던지거나 조용히 담배를 꺼내 무는 미우라 도코의 미니멀한 연기의 집합은 오히려 특별한 장력을 발생시켜 관객의 시선을 붙들어놓는다. 5살 때 CF 모델로 데뷔해 배우와 가수로 활동 중인 미우라 도코를 화상으로 만났다.

사진제공 트리플픽쳐스, 영화사 조아

-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로 2021년 칸국제영화제에 참석했다. 칸에서의 시간은 어땠나.

= 칸에 간 게 처음이었는데, 영화라는 예술을 참으로 사랑하는 도시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영화가 상영된 극장 분위기도 정말 좋았다. 그때의 기억이 앞으로 연기 활동을 하는 데 좋은 자산이 될 것 같다.

- <드라이브 마이 카>에 캐스팅된 과정이 궁금하다.

=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님이 <우연과 상상>을 준비할 때 처음 만났다. 그때 감독님이 <드라이브 마이 카>도 준비하고 계셨는데, <우연과 상상>이 아니라 <드라이브 마이 카>에 출연해달라고 제안하셨다.

- 감독과의 첫 미팅은 어땠나. 하마구치 감독은 캐스팅할 때 따로 연기 오디션을 보지 않고 배우와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안다.

= “제가 미사키를 만났네요.” 감독님의 첫마디였다. 그 말을 듣고 너무 기뻤다. 오디션이라고 딱히 뭘 한 건 아니고 편하게 대화를 나눴다. 특별한 대화도 아니었다. 이런저런 개인적인 얘기를 나눴는데, 감독님이 미사키 같은 멋진 캐릭터를 내가 연기할 수 있겠다고 느꼈다는 사실이 정말 기뻤다.

- 운전면허가 없는 상태에서 운전기사 역할을 맡았다. 캐스팅된 이후 면허를 땄다고.

= 운전을 못하는 사람에게 운전기사 역을 맡긴 하마구치 감독님도 참 대단하지 않나. (웃음) 일단 미사키라는 멋진 캐릭터가 내게 왔기 때문에 이 기회를 잘 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차에 태우고 운전하는 게 어렵고 긴장되는 일이라는 걸 곧 깨달았다. 우선 드라이버로서 중요한 건 배려라고 생각했다. 차에 탄 사람의 감정 상태까지 고려해 운전해야 하는 인물이라, 기본적으로 미사키는 배려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운전하는 모습 자체가 미사키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 운전대를 잡는 모습만으로도 운전에 매우 능숙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줘야 했다.

= 첫 만남에서 감독님이 그렇게 얘기했다. “미우라씨, 운전 정말 잘하게 생겼어요.” (웃음) 그 말을 듣고 자신감이 생겼다. 운전하는 스타일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미사키에게 운전은 일이기 때문에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생각해서 조금은 긴장감을 가진 채 운전했다. 초심자처럼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챙기면서 운전하는 게 프로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하며 연기했다.

- 미사키는 표정 변화가 거의 없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다.

= 처음부터 감정 표현이나 표정을 자제해야지 하고 정했던 것은 아니다. 시나리오를 읽고 미사키는 말 한마디를 할 때도 상대방을 배려해서 머릿속으로 정리한 다음 단어 하나하나 신중히 골라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인물 같다고 생각했다. 미사키의 대사는 감정을 가득 담아 뱉을 수 있는 대사가 아니었다. 하마구치 감독님은 미사키는 한번 죽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한번 죽은 사람이 어떤 의미일까 나름대로 고민해봤다. 미사키는 과거에 슬픈 경험을 했지만 그 경험이 내부에서 모두 정리되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가후쿠가 아직 과거의 슬픔을 끌어안고 있는 사람이라면 미사키는 이미 과거의 슬픈 경험을 극복한 사람이다. 홋카이도에서 어머니에 대해 고백할 때도 이미 마음의 정리를 마쳤기 때문에 담담히 이야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후반부, 눈 덮인 홋카이도에 도착한 미사키와 가후쿠가 각자의 속 이야기를 털어놓는 장면은 영화에서 중요한 장면 중 하나다. 쉽지 않은 연기가 요구되었을 것 같은데.

=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이 신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촬영하면서 중요하지 않은 신은 하나도 없다고 느꼈기 때문에 홋카이도 장면이라고 특별한 감정을 따로 넣지는 말자고 생각했다. 특별히 연기를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진 않았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연기했다. 그 장면에선 니시지마 히데토시 배우의 연기에 내가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 둘의 관계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 반응의 연기에 집중했다.

- 어린 나이에 데뷔했다. 연기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 5살 때 CF에 출연하면서 일을 시작했다. 일본에서 굉장히 유명한 음료수 CF의 캐릭터 모델을 선발하는 오디션을 봤는데, 운 좋게 선발됐다. CF 출연 이후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고, 그것을 계기로 지금까지 연기하고 있다.

- 가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 처음부터 가수 활동에 뜻이 있었던 건 아니고, 같이 작업했던 영화감독님이 목소리가 좋다며 영화의 엔딩 테마곡을 불러주지 않겠냐고 제안한 것을 계기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 <드라이브 마이 카>의 출연이 앞으로의 경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하나.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 똑똑하고 배려심이 많은 미사키는 내가 되고 싶은 여성상에 가깝다. 그런 인물을 만난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었다. 살아가면서 고민이 생길 때마다 미사키라면 어떻게 할까 생각해볼 것 같다. 매력적인 배우가 되는 것보다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간적으로 매력적인 존재가 되고 싶다.

사진제공 트리플픽쳐스, 영화사 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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