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송>은 직선 코스를 내달리는 스포츠카의 박자를 지닌 영화다. 일단 시작하면 영화가 끝날 때까지 잠시도 쉬지 않는다. 복잡한 상황 설정과 이야기보다는 질주의 쾌감에 집중하기 위함이다. 은밀한 배달 거래를 하는 여자 드라이버 은하(박소담)가 범죄조직에 쫓기는 남자의 아들(정현준)을 우연히 떠맡게 되면서 조직과 추격전을 벌이는 액션영화로, 여기서 구구절절한 사연은 방해 요소다. 연출을 맡은 박대민 감독은 팬데믹 상황에서 개봉이 계속 밀려 1년을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개봉 소식과 함께 박소담 배우의 안타까운 투병 소식도 전해졌다.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에 이뤄지는 극장 개봉이지만 꼭 극장 환경에서 즐기면 좋을 화면과 음악, 볼거리로 가득하다. 분주하게 홍보 활동 중인 박대민 감독을 만나 <특송>의 제작 과정과 소회를 들었다.
- 지난해 신작 프로젝트 기사에서 <특송>을 소개했는데 1년 만에 개봉한다. 어떻게 지냈나.
= 개봉 시기를 기다리면서 시나리오도 쓰고 회사에서 제작하는 다른 감독의 영화에도 참여하고 있다. 영화는 지난해 봄에 후반작업을 마무리한 이후 더 만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 박소담 배우와는 시사회 끝나고 연락을 주고받았나.
= 시사회 끝나자마자 반응을 전했고 너무 미안해하기에 그러지 말라고 했다. 수술은 잘 끝났다고 한다. 회복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인 만큼 좋은 생각하면서 치료하라고 말해줬다. 이전에 편집본을 한번 보기는 했는데 이번에 최종본도 봤다고 한다.
- 영화는 기본 설정 소개에 시간을 별로 할애하지 않는다. 거두절미하고 시작하는 추격전과 함께 각종 설정을 드러내는 데 20분이 채 안 걸린 것 같다.
= 시나리오 때부터 도입부는 거두절미하고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꾸몄다. 요즘 관객의 호흡인 것 같다. 애초 의도대로 줄일 것은 줄이고 편집은 빠르게 하려고 했다. 이야기를 단순화하면서 골대를 향해 달려가는 느낌이다. 드라마나 인물의 서사가 곁가지로 빠지거나 들어오는 걸 다 쳐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인물의 사연이 생략됐다.
- 영화에 등장하는 추격전은 상황과 등장 시점에 따라서 스타일이 달라진다. 파트별로 다르게 강조하고 싶었던 액션 포인트가 있었나.
= 도입부의 추격전은 은하(박소담)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며 얼마나 프로페셔널한지를 보여줘야 했다. 골목길이나 기찻길을 활용해서 다양한 공간, 그리고 화려한 운전 테크닉을 속도감 있게 보여주려고 했다. 두 번째 추격전은 수직적인 옥외 주차장 건물에서 벌어지는 장면인데 앞서 보여줬던 은하의 화려한 면모보다는 절박하고 처절한 상황을 보여주려고 했다. 건물 내부에서 변별력을 줄 수 있는 디테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스프링클러를 작동시켜 비처럼 보이게 한다든지 색다른 분위기의 추격전을 만들려고 했다. 추격전은 아니지만 마지막에 어떤 클라이맥스 액션에서 은하의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 이렇게 크게 세 가지 정도로 구성했다.
- 은하는 범죄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거친 일을 하며 살지만 혼자 지내는 집 안에서는 전혀 다른 면모를 보인다. 이런 성격이 아이를 데리고 다닐 수밖에 없는 관계를 형성하는 데 일조한다.
= 은하는 아이를 귀찮아하면서도 차마 외면할 수 없는 모습에 마음이 약해진다. 아무래도 은하는 ‘그래도 사람이라면 버리고 갈 수 없는 거 아닌가’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아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할 거라는 상상에서 나온 설정이다. 너무 무거운 책임감이나 부채의식을 느끼는 캐릭터라기보다는 지금의 온도에서 적정선을 유지하려고 했다. 커피를 마시며 운전하는 모습으로 프로페셔널하지만 심각하지는 않은 느낌을 주려고 했다. 제작을 맡았던 김봉서 대표가 아이디어를 내서 추가한 설정이다.
- 올드카들이 질주하는 액션 장면을 원없이 볼 수 있었다.
= 주로 등장하는 모델이 BMW E34로 1986년형이다. 거친 촬영을 해야 하니 중고로 구입했다. 오래된 차라서 배터리가 금방 방전되는 등 운행에 어려움이 많았다. 실제로 드리프트 기술이 가능한 사이드브레이크 장착 차량 한대를 별도로 준비해서 드리프트 주차 장면 등을 찍기도 했다.
- 카 체이싱 장면에서의 음악도 예사롭지 않다.
= 레트로한 스타일의 음악으로 장면의 기운을 신나게 북돋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황상준 음악감독에게 요청했다. 클라이맥스 액션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원래는 황 감독이 장중하게 꾸몄는데, 액션 수위도 상당하니 경쾌한 음악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내고 블랙 개츠비의 <Make Your Money, Shake It>을 선곡해서 들려줬다. 그 장면에 너무 잘 어울렸다. 액션도 살고 감정적 무게감도 덜어주는 선곡이었다.
- 극중 은하는 배달부, 드라이버인 동시에 상당한 무술 실력을 지닌 인물로 등장한다. 후반부 클라이맥스 액션은 표현 수위도 세서 깜짝 놀랐다.
= 은하가 어떤 식으로든 감정을 폭발하는 지점이 필요했는데, 이 액션 장면을 그렇게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당연하게도 표현 수위가 강해졌다. 은하는 거칠게 살아왔고 자연스럽게 싸움 기술을 체득했을 것이다. 투박하고 거칠지만 파워풀한 컨셉의 액션이길 원했다. 박소담 배우가 정말 노력을 많이 했다. 액션에 대한 욕심도 커서 훈련도 많이 받았다.
- <특송>은 전작들과는 다른 호흡과 장르적 스타일을 지닌 영화다. 새로운 시도를 통해서 해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나.
= 이전 영화들로는 해소되지 않았던 것들을 쏟아부은 작업이었다. 우선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를 하고 싶었다. 물론 <그림자살인>에는 순덕(엄지원)이 있고 <봉이 김선달>에도 여성 캐릭터가 있지만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좋아하는 장면, 사랑스러운 순간들이 담겨 있는 영화다. 관객이 극장에서 그런 점을 봐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