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KT&G상상마당 홍대 시네마, 1월25일 재개관
2022-01-31
글 : 배동미
사진 : 최성열
상상마당의 새 모습은?
KT&G상상마당 홍대 시네마 로비.
4K 빔프로젝터, 5.1 홈시어터로 구현된 프라이빗 시네마’.

휴관 중이었던 KT&G상상마당 홍대 시네마(이하 상상마당)가 단장을 마치고 1월25일 재개관한다. 지난 2020년 8월29일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휴관에 들어간 지 515일 만의 일이다. KT&G 사회공헌실은 10년 넘게 상상마당의 운영대행을 맡아온 컴퍼니에스에스와 계약을 해지하고, 콘텐츠 디스커버리 플랫폼 키노라이츠를 새로운 대행사로 선정했다. 키노라이츠는 기존 상상마당의 유산을 이어가되 독립영화를 배급하던 역할에서는 잠정적으로 손을 뗄 계획이다. 앞으로의 상상마당은 어떤 모습일까. 키노라이츠가 제시한 청사진과 함께, 상상마당이 문을 닫는 동안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정리했다.

KT&G상상마당 홍대 시네마 재개관식 풍경. 상영관은 76석 규모이며, 재개관에 앞서 좌석과 영사기 교체가 이뤄졌다.

KT&G 사회공헌실과 키노라이츠는 상상마당의 새 출발에 앞서 1월18일 운영 방향 계획을 설명하는 재개관식을 열었다. 행사에 참석한 심영아 KT&G 사회공헌실장은 “새로운 상상마당 시네마는 대단한단편영화제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영화인을 위한 VIP 상영관 무료 대관이나 커뮤니티 운영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영화인과 관객이 사랑했던 상상마당 헤리티지를 계속 계승할 것”이라며 “다양한 영화 분야 트렌드를 반영해 관객과 소통하는 새로운 커뮤니티 시네마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치오 키노라이츠 이사도 “기꺼이 찾고 싶은 영화관, 늘 곁에 있는 영화관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올해의 목표”라면서 ▲대단한단편영화제 ▲독립영화인 집중 지원 ▲축제 거리 야외 상영회 ▲OTT 오리지널 상영회 ▲인생 작품 앵콜전 ▲리퀘스트 시네마 등 총 6가지 프로그램을 열겠다고 말했다.

이날 설명에 따르면, 우선 대단한단편영화제가 올해 9월에 돌아온다. 정가영(<조인성을 좋아하세요>), 우문기(<돌고돌고돌고>), 이충현(<몸 값>), 김용완(<이 별에 필요한>), 윤가은(<콩나물>) 등 지금 충무로에서 활약 중인 감독들에게 일찌감치 지지를 보내고 상을 수여했던 대단한단편영화제는 영화관이 탄생한 2007년부터 매년 9월마다 열렸던 영화인들의 축제다. 상상마당의 전통인 대단한단편영화제는 2020년 영화관이 휴관하면서 2020년과 2021년 연달아 2년간 열리지 않았다. 키노라이츠는 대단한단편영화제를 부활시키고 기존 단편경쟁부문을 이어가면서도, 부산·전주·부천국제영화제에 출품 경험이 없는 작품만 지원 가능한 ‘쩌리영화제’(가칭)와 전문 심사위원과 관객, 키노라이츠 회원의 투표 결과로 선정하는 ‘상상도 못한 상’(가칭) 등 세개 부문으로 영화제를 확대할 계획이다.

상상마당은 독립영화인 지원을 위해, 지하 3층 ‘프라이빗 시사실’과 지하 4층 영화관을 예약제로 무료로 대관해준다. DI 작업과 DCP 패키징 작업을 하던 상상마당 지하 3층의 CineLab이 프라이빗 시사실로 바뀌었다. 김치오 이사는 “예비 영화인들의 워크숍이나 시사, 영화 감상을 위해 공간을 무료로 대관한다”라면서 “교육에 적합한 상상마당의 다른 공간에서도 기성감독의 마스터 클래스를 기획하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상상마당은 또한 매월 1회 ‘OTT 오리지널 상영회’를 열어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티빙, 시즌 등이 제작한 오리지널 영화 혹은 OTT 플랫폼이 독점 공개하는 영화를 상영할 계획이다. 키노라이츠 온라인 투표를 통해 극장에서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을 뽑고, 그 선정작을 상영하는 ‘리퀘스트 시네마’도 일요일마다 열 예정이다. 홍대 축제 거리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야외 상영 프로그램’과 다시 보고 싶은 영화를 상영하는 ‘인생 작품 앵콜전’ 등도 개최된다.

다만 <이태원>(감독 강유가람), <반짝이는 박수 소리>(감독 이길보라), <돼지의 왕>(감독 연상호), <피의 연대기>(감독 김보람), <마이 플레이스>(감독 박문칠), <셔틀콕>(감독 이유빈), <러시안 소설>(감독 신연식) 등 특색 있는 장편독립영화를 관객에게 연결했던 상상마당 시네마의 배급 역할은 잠정 중단된다. KT&G 사회공헌실측은 “운영대행사를 공모할 때부터 기존 배급 작품을 승계할 수 있는 곳을 원했으나 키노라이츠에 앞서 입찰에 선정된 업체가 운영대행을 고사하면서 배급권을 승계할 업체가 없었다”라면서 “적어도 올해는 상상마당 시네마 배급을 중단한다”라고 밝혔다.

4번의 ‘#상상마당을지켜주세요’ 성명이 나오기까지

상상마당을 다시 열기까지 독립영화계와 극장간에 오랜 갈등이 있었다. 영화관이 휴관에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갈등의 불이 지펴졌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두 개의 문> <공동정범>의 색보정을 책임졌던 CineLab 인력은 권고사직 처분을 받아 영화관 휴관 3일 만인 2020년 2월28일 퇴사 절차를 밟았고, CineLab 철수를 시작으로 운영대행사인 컴퍼니에스에스는 10월14일부터 영화사업부 8인에게 모두 권고사직을 내렸다. 중간에 컴퍼니에스에스가 배급을 담당하는 직원 ㄱ씨에게 더 일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결론적으로 8인 중 7인이 권고사직을 받았다. 권고사직을 거부한 2인은 영화와 무관한 업무에 발령받았고, 여러 사람이 상상마당을 떠나자 영화계를 중심으로 상상마당 영화사업이 종료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상상마당과 영화배급 계약을 했던 강유가람, 김보람, 박문칠, 이길보라, 연상호 등 배급작 감독 18인은 10월27일 ‘#상상마당시네마를지켜주세요’ 성명서를 발표한 건 이 때문이다. KT&G 사회공헌실은 “상상마당 시네마는 문을 닫지 않으며, 더 좋은 공간과 콘텐츠를 통해 독립예술영화 분야 지원은 계속할 예정”이라는 입장문을 내고 논란을 불식시키는 듯했으나, 배급작 감독들과 대화에 나서지 않았다. 배급작 감독 18인이 모회사인 KT&G를 방문해 상상마당을 지켜달라는 뜻을 전달하려고 했지만 KT&G의 반대로 무산됐고, 성명서는 우편으로 전달될 수밖에 없었다. 대화가 단절되자 갈등의 골은 깊어져갔다.

KT&G상상마당 홍대 시네마 상영관 입구.

배급작 감독들은 이후 1년6개월간 네 차례 성명서를 발표했다. 해를 넘겨 2021년 1월부터 10여년간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프로그래머와 영사기사로 일했던 인력들은 각각 지방의 캠핑장과 홍대 팬시숍에 배치됐고 KT&G 사회공헌실은 2월8일 컴퍼니에스에스를 대신할 운영대행사 모집 공고를 게시했다. 강유가람, 김보람, 박문칠, 이길보라, 연상호 등 배급작 감독 15인은 공고 직후인 2월15일 ‘KT&G의 사회공헌사업은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하는가’라는 제목의 3차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독립영화 등 비주류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사회공헌사업에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하는 저비용 구조를 무리하게 도입하지 말라”는 주장과 함께 “운영사 모집을 중단하고 코로나19로 어려워진 독립예술영화 생태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장기적이고 발전적인 개편 방향을 다시 설계할 것”을 주문했다.

줄곧 침묵하던 KT&G 사회공헌실은 배급작 감독들이 한국독립영화협회, 영화수입배급사협회,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전국예술영화관협회 등 독립예술영화계 7개 단체와 공동으로 3차 성명서를 발표하자 배급작 감독들에게 사과와 함께 비공식적인 면담을 제안했다. 하지만 면담의 형식을 두고 양측이 의견을 좁히지는 못했다. 배급작 감독들은 KT&G 사회공헌실에 공청회 형식 면담, 혹은 면담의 영상 촬영을 요구했으나 KT&G측의 거절로 제대로 된 대화가 이뤄지지 못했다. 강유가람, 김보람, 박문칠, 이길보라, 연상호 등 배급작 감독 12인은 4월15일 4차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상상마당 시네마의 배급대행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하기에 이른다.

KT&G상상마당 홍대 시네마에 마련된 포토존.

KT&G 사회공헌실측은 재개관식 다음날인 1월17일 <씨네21>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관객이 없어 수년간 운영대행사에 변화를 요청했지만 상황이 개선되지 않아 공간의 컨셉을 진단하고 변화를 추진했다”라면서 “변화를 추진하던 과정에서 세심하게 챙기지 못하면서 배급작 감독님들에게 스트레스와 불편을 드렸다”라고 말했다. 갈등 초기의 불통과 뒤늦은 응답으로 이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았고, 배급작 감독들도 오랜 갈등에 지친 것으로 보인다. KT&G 사회공헌실측은 “배급작 감독들과 감독협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에 연락했으나 대체로 대표성이 없다고 답변했다. 서로의 요구사항과 방향성을 이야기하면서 지혜를 나누길 바랐으나 매듭을 짓지 못한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성명에 참여한 강유가람 감독은 이와 관련해 “상상마당 배급 계약 해지 성명을 끝으로 단체대화방 운영을 안 하기로 했다”라면서 “감독들끼리도 더 이야기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상상마당을 운영하기로 계약한 키노라이츠는 독립영화감독, 배급사 대표 등 8인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상상마당을 위한 제언을 듣는 자리를 재개관 예정일 2~3주 전에 열었다. 자문위원으로 참석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진모영 감독은 “영화인들이 사랑하던 독립예술영화전용관 상상마당은 휴관과 함께 일단락됐다”라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시사했다. 진 감독은 “KT&G 사회공헌실에 상상마당을 독립예술영화전용관으로 이끌 의지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건 아니라고 이야기하더라”면서 “재개관하는 상상마당 시네마에서는 OTT 영화든 독립예술영화든 모든 영화들을 다 틀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윤희에게> 제작사인 영화사 달리기의 박두희 대표 역시 아쉬운 점을 지적했다. 박 대표는 “앞으로 상상마당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까지 보여준 방식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면서 자문위원으로 나서서 KT&G 사회공헌실과 키노라이츠측에 의견을 전했으나 피드백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깨진 독을 다시 붙일 순 없겠지만, 새로운 독이 다시 깨지지 않게끔 해야 한다”라며 “그 선결 조건은 배급작 감독들과 소통이 미숙했던 부분에 대해 KT&G 사회공헌실의 공식 대처방안이 나오는 것이었다. 그런 다음 재개관이 이뤄져야 했다”라고 했다. 그는 또한 “공간도 많이 아쉽다”라며 “독립영화를 하는 입장에선 시사실보단 DI실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상상마당은 긴 과정을 거쳐 다시 관객을 향해 문을 열었다. 그동안 상상마당을 만들어온 이들은 상상마당을 대부분 떠났다. 13년간 상상마당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상상마당 운영대행사 컴퍼니에스에스의 권고사직을 거부한 ㄴ씨는 현재 KT&G상상마당 논산 아트 캠핑 빌리지에 배치돼 영화와 무관한 일을 하고 있다. 권고사직을 거부해 팬시숍에 배치된 영사실장 ㄷ씨는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표를 냈다. 상상마당 영화사업부 8인 중에서 배급업무를 담당해 권고사직을 잠시 면했던 배급인력 ㄱ씨도 스스로 상상마당을 떠났다. 서울아트시네마와 인디스페이스가 새 보금자리를 찾기 위해 잠시 문을 닫은 지금, 독립예술영화를 위한 스크린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많은 영화인과 관객이 사랑한 상상마당이 이전의 아픔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느 때보다 상생의 길을 조심조심 걸어야 할 때다.

KT&G 상상마당 홍대 시네마 타임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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