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어느 쪽이 더 자유로운 삶인가 '시크릿 카운터'
2022-02-16
글 : 김성찬 (영화평론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사채업자에게 폭행당하던 아오야마(나카무라 도모야)를 노란 점프 슈트를 입은 사내가 구해준다. 아오야마는 그에게 이끌려 정체를 알 수 없는 마을 공동생활체에 들어간다. 거기에는 아오야마와 처지가 비슷한 사회 낙오자들이 모여 있다. 그런데 생활의 규칙이 이상하다. 인사는 무조건 칭찬과 함께해야 한다거나 방 번호가 쓰인 종이를 마음에 드는 상대방에게 주고 상대방이 동의할 경우 같이 잠자리에 들 수 있다. 또 가끔은 이유도 모른 채 불법 투표나 거짓 테러 사건에 동원된다. 담장을 넘으면 소음이 발생해 마음대로 이탈할 수도 없다. 의뭉스럽기만 한 상황에 적응하던 아오야마는 동생과 조카를 찾기 위해 일부러 공동체에 잠입한 여인(이시바시 시즈카)과 만나면서 심경의 변화를 겪는다.

<시크릿 카운터>는 비현실적인 설정을 바탕으로 현실의 부조리를 자각하도록 유도하는 부류의 영화다. 등장인물의 시선을 통해 마을 안팎의 삶을 비교하면서 어느 쪽이 더 자유로운 삶인지 관객이 스스로 고민하기를 의도한다. 그러나 유사한 형식의 영화들이 거뒀던 성과에 비하면 파격과 전복이 미흡한데 그렇다고 안정과 정돈으로 설득을 이뤄낸다고 보기도 힘들다. 영화가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은 순진할 정도로 명징한 것과 달리 질문의 방식은 혼란스럽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