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씨네21>의 독자를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붕어빵을 머리부터 베어 먹는 사람과 꼬리부터 베어 먹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씨네21>도 앞장의 ‘에디토리얼’을 먼저 읽는 독자와 마지막장의 ‘디스토피아로부터’를 먼저 읽는 독자가 있다. 이번주 디스토피아로부터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이 글이 올라갔을 때엔 이미 대선 결과가 나와 있겠지만….” 필자인 김겨울 작가는 대선 결과 발표 전에 원고를 보내왔고 나는 대선 결과 발표 직후 이 글을 쓴다. 자고 일어났더니 정권이 교체되었다. 출근길. 모바일로 뉴스를 훑다가 잠시 시선을 거두고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본다. 어제의 아침과 오늘의 아침은 크게 다를 것도 없어 보이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 만물은 변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말했다. “똑같은 강물에 발을 두번 담글 수는 없다”고.
2. 확인해보니 달리기 앱을 마지막으로 켠 게 지난해 10월이다. 진정한 러너는 계절을 핑계 삼지 않지만 마음만 러너인 초짜는 추운 계절이 지나서야 달릴 채비를 한다. 오랜만에 안양천으로 향했더니 입구에 커다랗게 ‘공사 중’ 푯말이 놓여 있다. 어렵게 입구를 찾아 산책로로 내려갔다. 지난가을까지만 해도 잡풀이 무성했던 곳곳의 빈터는 반듯하게 이발을 한 상태였다. (자연이 아닌 인간에게) 좀더 유용한 공간으로 정비하려는 거겠지 생각하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동네의 풍경을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세상은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부지런히 달렸고, 포클레인은 열심히 땅을 팠다. 만물은 변한다. 끊임없이. 심지어 책상 위 난초도 어제보다 오늘 더 시들었다(물이 부족한 걸까, 애정이 부족한 걸까).
3.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초박빙의 승부였다. 역대 최소 득표율 차로 승리했기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는 당장 ‘국민 통합’의 과제가 주어졌다. 민심은 좋게 말하면 역동적이고 솔직히 말하면 변덕스럽다. 민심을 헤아리고 다스리는 일은 그래서 어렵다. 윤 당선인은 당선 인사에서 “오직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고 말했는데,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 9년 동안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입었던 영화인들의 목소리, 영화계의 뜻도 경청해주었으면 한다. “듣기는 연민의 행위, 사랑의 행위다. 귀를 빌려주는 것은 곧 마음을 빌려주는 것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라는 책에서 만난 문장이다. 식상한 말이지만 부디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지도자가 되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