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맨틱 에러>로 기적 같은 일을 만들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3월7일 밤 11시, 왓챠 오리지널이자 BL(Boy’s Love) 드라마 <시맨틱 에러> 주연배우 박서함, 박재찬과 연출을 맡은 김수정 감독이 <씨네21> 트위터(@cine21_editor)가 연 ‘스페이스’에 참석해 이처럼 말했다. <시맨틱 에러>를 계기로 두 배우가 표지를 장식한 <씨네21> 1346호는 잡지가 발간되자마자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물론 인터넷 서점 알라딘, YES24에서 전량 품절되는 기록을 세웠다. 이날 스페이스 열기도 그에 못지않았다. 스페이스는 트위터의 실시간 음성 대화 기능으로, <씨네21>은 2022년부터 트위터 코리아와 함께 매주 1~2회씩 밤 11시부터 자정까지 1시간 동안 영화와 시리즈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매주 목요일이 정기 방송일이며 실시간 대화가 끝난 후에는 다시 들을 수 있다. 늦은 밤임에도 최고 6540명이 <씨네21> 스페이스에 동시 접속해 <시맨틱 에러> 대화에 귀를 기울였으며, 다시 듣기를 포함한 총청취횟수는 5만7500회를 돌파했다(3월10일 기준).
박재찬과 추상우란 간극
“저랑 재영이랑 비슷한 건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것? 다른 점을 찾자면 재영이는 스타일리시하고 스트리트 패션을 즐겨 입는데 이 점이 저와 다르지 않나 싶어요.” 화려한 옷을 입고 한국대학교 캠퍼스를 누리던 시각디자인학과 4학년 재영은 마지막 학기에 무뚝뚝한 공대생 상우를 만나 졸업과 유학 기회를 놓치게 된다. 원칙주의자인 상우가 과제에 참여하지 않은 재영을 과제 제출자 명단에 빼버린 것. 재영은 도대체 추상우가 누구인지 궁금해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박서함은 관심이 가는 존재에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재영처럼 스스로가 솔직한 성격이라고 소개했다. “무뚝뚝한 성격은 비슷한데, 상우는 융통성이 없잖아요. 융통성 없는 걸 제가 너무너무 싫어하거든요.” 공대생 상우는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체조를 한다. 그리고 매일 똑같은 검정색 컨버스화에 체크 셔츠를 장착하고 늘 같은 자리에 앉아 강의를 듣는다. 한마디로 로봇 같은 공대생이다. 박재찬은 상우처럼 무뚝뚝한 편이지만, 졸업을 앞둔 재영에게 F학점을 받게 할 만큼 융통성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고 웃으며 말했다. 연기한 캐릭터와 스스로가 얼마나 비슷한지 묻는 질문에 두 배우는 현실 친구에 대해 이야기하듯 “재영이”, “상우”라 부르며 이날 대화를 시작했다.
촬영장의 ‘귀여움 주의’
“공지를 여러 번 했어요. 초반 에피소드인데도 불구하고 귀여워하는 눈빛이 담겨 있더라고요. 그만 좀 그윽하게 봐라, 그만 다가가면 좋겠다고 금지를 여러 번 내렸죠.” 김수정 감독은 촬영장에서 자신이 내린 ‘귀여움 주의’에 대해 이처럼 설명했다. 그도 그럴 게 극중 재영과 상우의 첫 만남은 순탄치 않았다. 초반부에는 두 캐릭터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드러나야 했는데, 두 배우가 급속도로 친해진 바람에 카메라에 고스란히 그 친함이 묻어난 것. 박서함은 “저는 좀 억울해요”라고 말하며 감독의 ‘귀여움 주의’ 이후 촬영장에서 박재찬에게 “너 안 귀여워”라고 말하며 거리를 뒀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재찬은 박서함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며 장난을 쳤다고. 박재찬은 “둘이 같이 잘 놀다가 갑자기 정색하며 ‘너 안 귀여워’라는데 저도 오기가 생기더라고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화기애애한 촬영 분위기가 스페이스 방송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따뜻한 빛과 차가운 빛의 만남
<시맨틱 에러>는 박서함, 박재찬이란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신선한 두 배우의 조합일 뿐만 아니라, 빛과 빛의 조합으로 요약할 수 있다. 김수정 감독은 “재영의 프레임과 공간 안에 옐로, 오렌지 같은 따뜻한 색과 빛을 배치했고, 반대로 상우의 공간과 프레임에는 화이트, 블루, 블랙 같은 차갑고 딱딱한 빛을 배치했다”고 작품 속 빛깔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극이 진행되면서 두 사람이 “감정적으로 교류가 일어나고 사랑에 빠질 때, 각자의 프레임에 상대방의 컬러가 스며들어” 배우의 대사나 몸짓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두 사람 사이에 변화가 일어나도록 연출했다. 특히 4화 상우의 집 신에서 “재영이가 상우의 젖은 머리를 본 순간, 재영의 뒤로 푸른빛이 들어오도록 설정했고, 반대로 상우의 뒤로는 주황색 가로등 불빛이 채워질 수 있게끔 했다”. 이렇게 “감정적으로 서로에게 물들어 있다는 걸 빛으로 표현”한 덕분에 시청자도 두 사람의 사랑에 물들 수 있었다.
<시맨틱 에러> 시즌2?
한국 팬들은 물론 많은 해외 팬들의 관심사는 <시맨틱 에러> 시즌2 제작 여부였다. 이에 대한 김수정 감독의 대답은 “모든 조건이 부합되면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을까”였다. 조심스러운 답변이었다. 대신 감독이 머릿속으로 구상 중인 내용은 팬들을 흡족하게 만들기 충분해 보였다. “만약 시즌2를 하게 된다면 팬들이 기대하는 연석동 신이나 바닷가 신을 넣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박서함, 박재찬 두 배우가 모두 아이돌 출신인 만큼, 시즌2가 제작된다면 두 사람이 직접 사운드트랙에 참여해 노래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에 대해 박재찬은 “기회를 주기만 한다면 성대가 끊어져라 노래 부르겠다”라고 화답했으며, 박서함 역시 “너무 좋다”고 응했다. 아직까지 시즌2 성사 여부를 알 수 없지만 팬들에게 반가울 소식 하나. <시맨틱 에러> 음악감독이 사운드트랙의 정식 발매를 고려 중이라는 것. 김수정 감독은 “<시맨틱 에러> 속 음악의 제목이 진짜 좋아요. <재며들다> <핫가이> <멜랑꼴리> <얼레리 꼴레리> 등. 시청자 분들한테 보여주고 싶다”면서 “잘되면 앨범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박서함의 스물아홉, 서른
“여러 가지로 신기한 인연인 거 같아요. <시맨틱 에러>는 제 스물아홉을 기록한 드라마이기도 하고 서른에 시작한 드라마입니다.” 아이돌 크나큰의 멤버였던 박서함은 29살에 그룹을 떠나 방황 중일 때 <시맨틱 에러>를 만났다. 그리고 그가 서른이 된 올해에 드라마가 방영되었다. <시맨틱 에러>는 공개 초반부터 한달 내내 왓챠 톱10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한데 마지막회가 방영되는 3월10일 박서함이 군에 입대하게 되었다. 박서함은 이날 방송에서 팬들을 이렇게 위로했다. “군대 관련해서는 여러분, 감독님과 저의 비하인드인데 촬영 하루이틀 전에 입대 영장이 나와서 그때 갈 뻔했었어요. 다행히 기회를 받아 순탄하게 <시맨틱 에러> 촬영을 마무리하고 이렇게 좋은 결과 맺고 여러분들께 선보일 수 있어서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여러분,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성장해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