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WHO ARE YOU] '스물다섯 스물하나' 보나
2022-03-17
글 : 김현수
사진 : 백종헌
성장의 기쁨

“오심이었습니다. 전 제가 빨랐다고 생각합니다.” 아시안게임 펜싱 결승전에서 상대 선수이자 라이벌 나희도(김태리)와 단 1점을 놓고 대치하던 고유림(보나)은 심판 판정에 불복하며 기자회견장에서 이렇게 말한다.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7화의 긴장감 넘치는 한 장면으로 라이벌인 희도와의 경쟁에서 결코 지기 싫어하는 펜싱 금메달리스트 고유림의 캐릭터를 단박에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캐스팅 당시엔 “국가 대표에 어울리는 체형이 아니라는 소리를 들었”으나, 지금은 “고유림이란 이름마저도 잘 어울리는, 누가 봐도 국가 대표”라는 칭찬을 듣게 된 건 7년차 걸 그룹 우주소녀의 멤버로서 연기의 재미에 눈뜨기 시작한 보나가 얻게 된 금메달 같은 칭찬이다. 극중 오심 판정 이후 기자회견장을 찾은 기자의 심정으로 7화 방영이 끝난 일요일 오후, 그녀와 만나 고유림을 연기하면서 얻게 된 것들에 관해 물었다.

고유림 차가워 보이지만 속은 전혀 그렇지 않은 캐릭터다. 대본을 읽자마자 유림의 단단함이 좋았다. 방영이 시작되자 부모님은 나에게서 그런 차가운 면모가 느껴질지 몰랐다며 놀라워하셨다. ‘고유림’이란 이름의 이미지와 내가 너무 잘 어울린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지만 실제 성격은 그렇지 않다. (웃음)

악역이 아니야 나는 유림이 나쁜 아이라 생각지 않는다. 지금껏 희도를 향해 열등감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유림은 희도가 두려운 거다. 유림은 펜싱을 통해 가족을 지켜야 하는데 그 기회를 뺏길 것 같아서다. 유림의 마음을 더 잘 표현하기 위해 현장에서 개인 노트에 ‘희도가 싫은 이유’ 같은 걸 적어보곤 했다.

라스트 캐스팅 출연배우 중 거의 마지막에 캐스팅됐다고 들었다. 몇 개월에 걸쳐 오디션을 봤고 제작진에서 유림에 맞는 배우를 찾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고 한다.

김지연 본명이 김지연인데 펜싱 국가 대표 금메달리스트 중에 김지연 선수가 있다. 펜싱을 가르쳐주는 선생님과 회의하면서 김지연 선수의 모습을 보며 외형적인 면이나 애티튜드, 행동 등을 모티브 삼아 연습했다. 촬영 들어가기 3개월 전부터 매일 연습했다. 지난 몇몇 작품에서 연기했던 ‘깨발랄’ 캐릭터와 달리 유림의 톤과 태도 등이 내 실제 모습에 좀더 가까웠던 것 같다. 조금 더 맞는 옷이었고 더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었다.

펜싱의 매력 승부욕이 발동하면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운동이다. 칼로 몸을 찌르고 막으면서 점수를 내는 경기다 보니 나만 계속 맞거나 찌르지 못하면 비참해지는 기분도 느낀다. 나는 승부욕이 강해 진짜로 한대 더 치려고 엄청 열심히 했다. 나도 태리 언니도 재밌게 연기했다.

성장 유림은 미성숙한 어린아이다. 유림의 모든 말들은 희도를 비난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기보다 자기 자신을 향한 말도 있다. 희도에게 모진 말을 내뱉는 걸 보면서 나는 오히려 유림이 안쓰러웠다. 사람이 코너에 몰리면 지고 싶지 않아서 상처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의도와 관계없이 말이다. 유림의 모든 태도는‘희도 한정’이다. (웃음) 미성숙한 청춘이 성장해나가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비탈이 아니라 계단처럼 선수의 역량은 슬럼프를 딛고 일어서면서 계단처럼 껑충껑충 올라선다는 극중 대사에 공감했다. 연습생 때는 우리끼리 ‘369 단계’를 이야기하곤 했다. 즉 3개월, 6개월, 9개월 혹은 3년, 6년, 9년 단위로 슬럼프가 찾아온다는 거다. 그때마다 갈등하고 그만두고 싶어 하는 마음은 스포츠 선수도 비슷한 것 같다. 나는 그럴 때마다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해서 그만둘 거야? 어쩌겠어. 그래도 해야지’라고 생각한다.

최고의 한방 첫 연기는 드라마 <최고의 한방>에서 걸 그룹 연습생 ‘도혜리’ 역할이었다. 당시 걸 그룹 멤버 중심으로 오디션을 봤고, 운 좋게도 기회가 주어져서 시작했지 배우의 꿈을 키워왔던 건 아니다. 배우보다 가수가 더 되고 싶었고 특히 춤추는 게 너무 좋았다. 다만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작업하면서 연기하는 데 있어 이전에는 깨닫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게 됐고 하면 할수록 아쉽고 더 잘하고 싶단 생각이 커졌다. 이번 작품으로 ‘연기가 늘었는지 봐주세요’가 아니라 유림이가 너무 좋아서 잘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소공녀 <소공녀>의 미소(이솜) 같은 인물이 너무 좋다. 위로를 전할 수 있는 작품의 주인공을 연기해보고 싶다. 작품 안에서는 ‘보나’가 아니라 오직 그 캐릭터로만 보였으면 좋겠다.

FILMOGRAPHY

드라마 2022 <스물다섯 스물하나> 2020 <오! 삼광빌라!> 2018 <당신의 하우스헬퍼> 2017 <란제리 소녀시대> 2017 <최고의 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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