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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스로 색다르다고 느낄 법한 음악을’, 2024 올해의 스태프 -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음악감독 정재형
한 눈에 보는 AI 요약
음악감독 정재형이 시리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했습니다. 그는 드뷔시의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의 무드를 표현했으며, 이소라의 <바라 봄>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1년간의 작업 끝에 많은 곡을 완성한 그는 '약속을 지킨다'는 마인드와 감독의 지원 덕분에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뮤지션 정재형의 정체성은 그가 소화하는 음악의 스펙트럼만큼 천변만화한다. 잊기 쉬운 정재형의 아이덴티티는 음악감독이다. 그는 <중독> <오로라 공주> <쩨쩨한 로맨스> 등 한국영화 8편의 음악감독으로 활약했다. <두근두근 내 인생>을 끝으로 한동안 개인 작업에 몰두하던 정재형은 올해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을 통해 처음으로 시리즈 음악감독에 도전했다. “음악이 작품의 무드를 넘어 장르를 바꾸는 경우”(박현주), “카타르시스적 음악이 작품 전체를 생동하게 만든다”(피어스 콘란)는 평을 받으며 성공적인 시리즈 데뷔를 마친 정재형과 <씨네21>이 나눈 필담을 전한다.

- 올해의 시리즈 스태프로 선정된 것을 축하한다.

<씨네21>의 애독자로서 뜻깊은 부문에 선정돼 감사하다. 1년간 이어진 고생을 위로해주는 연말 선물을 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

- 대본을 읽자마자 드뷔시를 떠올렸다고. 몽환적이고 나른한 드뷔시의 선율이 이야기와 어떻게 교직한다고 생각했나.

이야기의 기본 구조인 사기꾼 가족과 초능력 가족의 대립이 눈에 들어왔다. 그 골자를 음악적으로 표현하려면 장조와 단조로만 이루어진 단조로운 조성은 피할 수밖에 없었다. 드뷔시가 주로 사용한 온음 음계나 온음으로 이루어진 화성 등 확장성을 지니는 음의 배열이 필요한 이야기였다.

- 촬영본을 시사한 이후 텍스트만 보고 구상한 기존 음악의 무드를 수정하기도 했는지. 유독 마음이 쓰이는 캐릭터도 있었나.

1화 촬영본을 모니터한 후 수정을 거쳤다. 배우들의 연기를 보니 음악이 묵직해야 했고, 음악의 연극성이 훨씬 왕성해야 했거든. 음악 전반의 톤을 낮췄고 이미 밝게 작곡된 부분엔 음악적 의미의 색채를 한층 더 부여했다. 음악을 만드는 내내 모든 캐릭터에게 애착을 느꼈다. 그래도 한명을 꼽아야 한다면 도다해(천우희)에게 마음이 많이 갔다.

- 작품의 O.S.T 중 이소라의 <바라 봄>이 시청자들로부터 특히 큰 호응을 얻었다. 전주부터 귀를 사로잡는 곡이다. 언어가 음향처럼 기능하도록 문장의 각운을 조탁한 가운데 복귀주(장기용)와 도다해 사이의 간질이는 로맨스까지 정확히 반영한 이소라의 가사도 눈부시다.

본격적인 프로덕션에 들어가기 전 작품의 대본과 조현탁 감독과의 대화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바라 봄>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2화의 백화점 신은 귀주와 다해가 운명적으로 조우하는 판타지다. 이때 둘의 갑작스러운 사랑이 부가적 설명보다는 음악으로 드러나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본을 읽고 한달 정도 지난 시점에 <바라 봄>에 착수했다. 나 스스로 색다르다고 느낄 법한 음악을 만들고 싶더라. 그래서 평소 습성의 역순을 택했다. 리듬을 먼저 짓고 편곡을 마친 후 마지막에 멜로디를 작곡한 것이다. 그리고 <바라 봄>은 완성하자마자 ‘이소라’였다.

- 1년에 걸친 지난한 작업 끝에 3곡의 O.S.T와 180여곡의 스코어를 완성했다. 결승점까지 무사히 이르는 데 초능력을 실어준 작품 안팎의 요소가 있다면.

‘약속은 지킨다’는 마인드가 내적으로 작용했고, 조현탁 감독의 마감 닦달이 외적으로 작용했다. (웃음)

- 가장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은.

“이 정재형이 <요정재형>의 그 정재형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