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부재한 세계, 그들이 남긴 주거지엔 오직 동물들만이 살아가고 있다. 홍수로 인해 사지에 몰린 ‘고양이’는 정처 없이 떠다니던 배를 발견한다. 처음엔 카피바라만이 여정의 동료였지만 이후 여우원숭이, 골든 리트리버 등 우연히 마주친 동물들이 탑승하면서 이들은 팀을 이뤄 고난을 헤쳐나가기 시작한다. <플로우>는 디자인, 연출, 각본, 편집 등 애니메이션의 모든 파트를 혼자 작업한 데뷔작 <어웨이>로 이름을 알린 긴츠 질발로디스 감독의 신작이다. 전작과 다르게 <플로우>에선 다른 이들과 협업을 하긴 했으나 주요 디자인과 애니메이팅, 연출은 혼자 진행했다. 인간의 해석이 반영된 결과라는 느낌은 있지만 그럼에도 종마다의 행동 특성이 잘 반영됐기 때문에 대사 없이도 주인공 동물들의 감정과 목적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대홍수라는 재난과 배라는 요소가 노아의 방주를 연상시키지만 신앙과 심판에 관해 역설하는 애니메이션은 아니다. 동물들은 미래를 위해 필요한 종을 선별적으로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에 처해 있다면 그 누구와도 연대할 준비가 된 존재들이다. 선악구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뚜렷한 빌런 없이 각자 생존을 도모하며 벌어지는 크고 작은 마찰들은 오히려 극한 상황에서 우리 앞에 놓일 선택지에 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인디 게임 그래픽과 같은 인상은 극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구성하는 데 힘을 싣는다. 제48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장편영화 부문 심사위원상을 비롯해 4관왕에 올랐으며 제82회 골든글로브와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다.
[리뷰] 연대를 향한 감독의 선명한 외침, <플로우>
- 한 눈에 보는 AI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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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플로우>는 인간이 사라진 세계에서 동물들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홍수로 위기에 처한 고양이가 배를 발견하고, 다양한 동물들과 힘을 합쳐 생존을 도모한다. 대사 없이도 동물들의 감정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며, 선과 악의 구분 없이 연대의 가치를 강조한다. 인디 게임 같은 그래픽과 잔잔한 분위기가 특징이며,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