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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크루소 (1997)
15세이상관람가
89분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가 또 다시 영화로 만들어졌다. 만화, 영화 할 것 없이 워낙 단골메뉴로 쓰여진 터라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지만 비교적 볼거리는 풍부한 편.
사랑하는 여인 메리를 두고 결투 끝에 친구를 죽인 로빈슨 크루소는 졸지에 살인자가 되어 도피 항해에 오르지만 폭풍으로 배가 난파되어 무인도에 갇힌다. 이곳에서 만난 유일한 친구는 식인부족에게서 구해낸 원주민 프라이데이뿐. 크루소가 프라이데이에게 영어와 성경을 가르치면서 서로의 우정이 싹트지만 동시에 종교, 문화적 갈등이 불거지는데, 크루소가 은연 중에 백인 우월주의를 드러내면서 둘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스펙터클은 생각보다 규모가 대단하고 식인종들과의 전투장면도 실감나지만 원작에서 고립된 인간의 고독과 두려움, 존재에 대한 성찰은 표류해버린 듯. 누더기조차 어울리는 피어스 브로스넌이긴 하지만 그는 역대 제임스 본드 중 가장 자기 이미지를 여기저기 흐뜨리면서 소비하고 있는 느낌. 연출은 언제나 영화기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호주 출신의 동명이인 조지 밀러. 이번에도 도무지 영화스타일만으로는 '매드 맥스'의 그 사람인지 '스펌뱅크'의 그 사람인지 확실히 가늠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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