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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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 (1963)
12세이상관람가
131분 드라마
인도의 거장 샤트야지트 레이의 작품 중 우리에게 알려진 것이라면 금방 [파터 판첼리]를 떠올리게 되지만 [빅 시티]는 형식과 내용 면에서 독특한 일가를 이뤘던 레이 감독의 면모에 대해 입체적으로 접근할 기회를 준다. 서구 영화제를 통해 알려지면서 레이의 영화는 곧잘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과 수평비교됐으나 [빅 시티]는 그런 수평적 비교가 무의미한 것임을 알게 해준다. 레이의 영화는 인도 사회의 내부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거기서 발생하는 충돌과 갈등을 느긋한 호흡의 관찰로 꼼꼼하게 분석한다. 지성과 유머와 기지가 번뜩이는 독특한 화술을 통해 레이는 사회풍자극이자 인간희극이라고 할만한 복합적인 세부도를 완성해낸다. 이 영화는 한 중산층 집안의 주부의 삶과 그녀 주변의 관계를 포착하는 가운데 얼마간 풍자적인 분위기를 띠며 낡은 기성관념을 대치하는 새로운 생활양식의 도래를 묘사하고 있다. 젊은 주부 아라티는 은행원인 남편의 월급으로는 살림을 꾸리기 쉽지 않다. 그녀는 직접 직업을 구하기로 결심하지만 남편은 모욕을 받았다고 느끼고 시부모는 반대한다. 자존심이 없는 남자만이 아내를 일하게 한다고 그들은 생각한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고, 아라티는 망설임 끝에 립스틱을 바르고 직장에 출근한다. 아라티는 무난하게 사회생활에 적응하지만 가정에서는 문제가 생긴다. 시아버지는 아라티의 남편에게 냉전을 선포하고 묵비권을 행사한다. 남편은 자신의 상처받은 자존심을 새로 집안의 가장이 된 아내의 위치에 맞게 재조정한다. 레이 감독의 연출은 이 격렬한 집안 내부의 싸움을 여유 있게 바라보며 묘사한다. 그 넉넉한 거리감에서 우리는 이 가족의 운명에 대해 염려하게 되는 마음을 갖게 되는데, 결국 영화 속의 아라티의 가족들도 아라티가 왜 일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게 된다. 많은 양극화된 것들을 설정해놓고 신중하게 탐구하는 이 영화는 남편과 아내, 남자와 여자, 윗세대의 보수주의와 새 세대의 진보주의, 젊은이와 늙은이, 고용자와 피고용자 등의 갈등을 한 꾸러미로 풀어내는 가운데 유연하게 갈등을 극복하는 가족들의 훈훈한 인간미를 정겹게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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