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괴인 왕마귀 (1967)
|85분|SF, 액션, 판타지
우주괴인 왕마귀
영화산업이 양적, 질적으로 팽창하면서 각종 장르영화들이 출현하던 1967년 한국 영화산업 안에서 두 마리의 괴물이 등장했다. <대괴수 용가리>와 <우주괴인 왕마귀>가 그들이다. 괴수 용가리가 용과 <고지라>에서 파생된 상상물에 가깝다면, 우주괴인들이 비행접시를 타고 한반도를 넘보는 왕마귀는 보다 헐리우드와 일본적 상상물에 근접해 보인다. 한국관객의 시점에서 보면 이 괴물은 타자이면서 또한 어딘지 친밀한 모습을 띤 그야말로 낯선 익숙함의 기묘한(uncanny) 대상이 된다. 이 혼성적 괴물은 킹콩처럼 젊은 여주인공을 납치해 데리고 다닌다. 공군인 그녀의 약혼자는 다른 한국군들과 함께 그 뒤를 따른다. <대괴수 용가리>와 마찬가지로 왕마귀는 이 두남녀가 막 결혼식을 올릴 즈음에 등장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대괴수 용가리>와는 달리 남성성에 대한 문제보다는 홀어머니를 둔 그리고 혼전 성관계를 가진 여주인공의 결혼에 대한 막연한 불안으로 시작된다. 외계인 왕마귀가 한반도에 출몰한 것은 관객들에게 두 가지의 확신을 준다. 첫째가 한반도가 지구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땅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공군력이 막강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자면 <우주괴인 왕마귀>에서 여성이 표상하는 것은 일제 강점기나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녀는 훼손당한 민족에 대한 알레고리인 동시에, 자긍심을 회복시키는 통로가 된다. 영화는 용감한 소년의 무용담을 곁들어 이런 현재의 위기가 초래할 수도 있는 불안한 미래에 안전핀을 단다. 또 이것만으로는 불안하다는 듯 희극배우 김희갑을 등장시켜 슬랩스틱적 요소를 집어넣는다. 그래서 영화는 간혹 엉망진창으로 보이기도 하고 또 B급영화가 가진 엉성함(관객이 그 성긴 텍스추어를 짜는 베틀공이 된다)의 재미를 주기도 한다. 왕마귀와 여성과 소년 모두가 사실 그들의 뒤를 쫒는 공권력(공군으로 상징)의 시점에서 보자면 타자들이라는 것을 한번쯤 알아채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고 한다면? 그 베틀공의 재미는 더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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