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자는 좋아하는 이를 이길 수 없다. 당연하다. 안다고 다 좋아지는 건 아니지만 좋아하는 자는 결국 잘 알 수밖에 없으니까. 어릴 적 TV <주말의 명화>에서 <킹콩>과 <죠스> <공룡 백만년>을 본 뒤 소년은 괴수영화와 사랑에 빠졌다. 이후 괴수영화의 매력을 많은 사람과 나누기 위해 여러 자료와 관련 수집품을 모아온 홍기훈씨는 누구나 인정하는 괴수영화 전문가가 되었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세 차례나 괴수영화 관련 전시를 열었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자주 초청되는 단골 게스트이기도 하다. 2022년 9월에는 한국영상자료원의 1950년대 SF 몬스터 특별전에서 또 한번 자신의 피규어를 소개하기도 했다. ‘괴수의 왕’ 블로그를 운영하며 괴수영화 전문가로 활동 중인 홍기훈씨는 “한국은 괴수영화 불모지 같지만 자세히 살펴 보면 은근히 괴수영화가 많이 나왔다”라고 말한다. 단지 과거의 영광을 되새기고 흔적을 복원하는 것이 아니다. 괴수영화가 계속 만들어지는 한 그의 수집은 계속된다.
▼홍기훈씨가 직접 골라 소장한 피규어들. “피규어와 자료를 1만여점 모았다. 수집품을 정리 중이라 이동이 용이한 것 일부만 가져왔는데, 수집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서 더 광범위하게 모으게 된다.”
▼“국내에서는 관심이 없어 방치되는 자료나 영화가 해외에서 복원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기덕 감독의 <대괴수 용가리>가 대표적이다. <비천괴수> 같은 영화는 온갖 괴수물을 짜깁기한 작품인데, 해외에서 이렇게 출시된 걸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관련 피규어가 없으면 직접 제작하기도 했는데, 감독님의 허락을 받고 <우주괴인 왕마귀> 등의 피규어를 만들어 동호인들과 나눠 소장했다. 아크릴판으로 제작한 캐릭터 키링은 내가 직접 디자인한 거다. 시장성은 없어서 소량으로 제작해 소장 중이다.”
▼2009년 11월 메가박스 일본영화제 때 운영한 괴수 피규어 부스.
▼2008년 7월부터 두달간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진행한 괴수영화제에서 <괴수모형전>을 따로 마련해 그간 수집한 피규어를 소개했다.
▼2014년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괴수대백과-고지라와 친구들’ GV 행사가 열렸다. GV에서 홍기훈씨는 직접 모은 고지라 시리즈 피규어를 소개했다.
▼2019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괴수특별전: 지구 정복 괴수전’에서 <가메라> 1, 2, 3편을 상영했다. <가메라3: 사신 이리스의 각성> 상영 후 가네코 슈스케 감독과 함께 GV를 진행한 홍기훈씨.
▼심형래 감독의 <용가리>. 한국에는 영화 속 괴수가 피규어 상품으로 나오는 경우가 극히 드문데, 그나마 영구아트에서 <용가리> <디 워>와 관련한 피규어 상품을 제작해 판매한 적이 있다. “<괴물>에 나오는 괴물을 비롯한 많은 한국 괴수 피규어를 해외에서 역으로 비싸게 들여와야 하는 경우가 많다.”
▼북한 괴수영화의 대표 주자인 <불가사리>와 심형래 감독의 <디 워> 피규어.
▼<옥자> 포스터에 봉준호 감독을 위시해 출연 배우들의 사인을 받았다. “수집가로서 최고의 보상은 감독과 배우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사인을 받을 기회가 많아졌다는 거다.”
▼“괴수 피규어만큼이나 괴수영화 관련 자료도 중요하다. 감독들의 사인과 당시 관련 기사 등 많은 자료를 하나하나 스크랩해두고 있다.”
▼2022년 9월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50년대 SF몬스터특별전’을 기념해 피규어를 전시했다. “1950년대 괴수영화를 복원된 깨끗한 영상으로 관람할 수 있어 행복했다. 언젠가 김명제 감독의 <불사가리>, ‘대괴수 용가리’의 슈트를 재활용해 제작한 김기영 감독의 <미녀 홍낭자>, 그리고 이용민 감독의 <악의 꽃>, 이 세 영화의 필름을 찾아 영상자료원에서 다 함께 볼 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