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변화를 꾀하는 연대의 힘 '평평남녀'
2022-04-27
글 : 조현나

영진(이태경)은 공로에 비해 늘 낮은 평가를 받고 승진 심사에서도 번번이 누락된 만년 대리다. 순번대로라면 본래 영진이 올랐어야 할 디자인2팀의 과장 자리에 새로 입사한 준설(이한주)이 앉는다. 낙하산이란 꼬리표와 함께 직원들은 은근히 준설을 무시하고, 그럴수록 준설은 열등감에 시달리며 직급을 앞세워 영진을 몰아붙인다. 그럼에도 영진은 묵묵하게 주어진 일에 집중할 뿐이다.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영진과 준설은 어느새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하지만 준설이 영진의 디자인을 가져다 자기 것인 양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둘 사이에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한다.

<평평남녀>는 <파란입이 달린 얼굴>로 제41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우수작품상을 수상한 김수정 감독의 신작이다. 젊은 직장인 여성에게 가해지는 가스라이팅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며, 일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영진의 뒤를 차근히 따라가는 오피스물이다. 인물들의 대사나 행동 모두 현실적으로 표현되나 가장 중요한 영진의 감정선이 애매하게 그려지는 인상이다. 그로 인해 준설의 만행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영진의 갈등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작품에서 돋보이는 것은 영진과 홀로 아이를 키우는 언니 하나(이봄)의 연대다. 각자의 고민을 나누고 이해하며, 스스로를 지키고자 변화로 나아가는 영진의 긍정적인 변화가 하나와의 관계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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