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아무리 지구 종말 전날이라도 허술함까지 포용되는 건 아닐텐데 '부기나이트'
2022-04-27
글 : 임수연

북한이 핵을 발사하겠다고 발표하는 바람에 온 세상이 뒤집어졌다. 한반도 종말을 앞두고 아무 의욕도 목표도 없이 살아가던 회사원 유빈(최귀화)은 다음날 아침 꼭 핵폭탄이 터지길 바라며 죽음을 기다린다. 하지만 지구 멸망 직전에도 용변은 처리해야 하는 법. 급하게 들어간 화장실에서 마주친 연주(이시원)를 시작으로 유빈은 다섯 여자와 이래저래 엮이게 된다. 이성으로서 자신의 경쟁력을 시험해보고 싶게 만드는 연주, 유빈에게 큰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명함을 건네는 술집 마담(백주희), 나이트클럽에서 유빈이 첫눈에 반한 경아(김희정), 같은 장소에서 유빈에게 호감을 보이는 유라(장혜원) 그리고 자신의 병에 대해 털어놓는 모임의 오프라인 ‘정모’에서 마주친 어린 시절 첫사랑 수경(박환희) 등 유빈과 엮이는 여성들을 중심으로 하룻밤 이야기가 전개된다. 우연에 우연을 거듭하며 예상지 못한 사건들을 의도적으로 배치시키고, 묵시록적인 접근보다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도 유흥과 부와 섹스에 관심을 두는 수컷의 모습을 블랙코미디 톤으로 담아냈다. 동시에 다섯 여성들과 하나씩 엮이는 여정에서 유빈이 삶의 이유와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애초에 유빈 중심으로 전개되는 스토리라는 점을 감안해도 여성 캐릭터들의 쓰임새가 너무 기능적으로 소모되는 경향이 있고, 유빈의 변화를 설득시키기에 충분한 서사가 담보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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