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전주국제영화제]
JeonjuIFF #1호 [추천작] 코고나다 감독, '애프터 양'
2022-04-28
글 : 김소미

<애프터 양> After Yang

코고나다/미국/2021년/96분/개막작

안드로이드와 복제인간이 활동하는 근미래, 다인종·다문화 가족이 정책적으로 장려된 듯한 사회에서 부모들은 입양 자녀에 맞추어 ‘세컨드 시블링스’를 구매한다. 테크노 사피언스라 불리는 이들은 때로 인간보다 깊이 사유하고, 고장난 채 오래 방치되면 부패하는 등 유기체의 특성을 지녔다. 제이크와 키라 부부 또한 중국에서 입양한 딸 미카를 위해 중국인 테크노 양을 형제로 선택하는데, 온 가족이 의지했던 양이 어느 날 고장나버린다. 수리 업체를 전전하던 제이크는 양의 중심부에 숨겨진 기억장치가 있으며, 리퍼 제품이었던 그가 가족에게 도착하기 전 간직했던 비밀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제이크가 마치 은하수를 여행하는 것처럼 양의 기억 속을 탐험하는 장면은 심미적 SF로서 <애프터 양>의 가치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데뷔작 <콜럼버스>에서 익히 보여준 대로 코고나다는 일상적 시공간을 세련되고 고혹적인 무드로 조각하는 뛰어난 미장 센의 작가다. <애프터 양>에서는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 안온하고 균일한 아름다움이 감추고 있는 기술 사회의 어둠도 사유하게 만든다. 애도의 대상이 기계라는 점에 근거해 코고나다는 인간의 기억법, 혹은 플래시백 문법의 통념을 시험한다. 로봇과 인간의 관점이 섞이는 동안, 양이 품었던 폭넓은 감정과 사랑을 체감한 제이크는 자신의 인간성을 탐구하기에 이른다. 최근 <파친코>로도 화제를 모은 한국계 감독 코고나다가 알렉산더 와인스타인의 단편소설 <양과의 작별>을 영화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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