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주>
신수원/한국/2021년/109분/코리안시네마
49살인 지완은 세 번째 영화를 내놓은 후 영화감독으로서의 미래에 대해 고민에 빠진다. 어렵사리 내놓은 신작 영화는 관객이 찾지 않고, 오랜 기간 함께했던 동료 프로듀서는 영화를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선언한다. 생업이자 꿈인 영화 활동과 가정 사이에서의 갈등도 더해진다. 그 무렵 지완은 영상자료원의 의뢰를 받아 영화 필름을 복원하는 작업에 참여한다. 지완이 복원해야 하는 필름은 한국영화 역사상 두 번째 여성영화 감독인 홍은원의 1960년대 작품 <여판사>. 오래된 필름은 검열로 부분부분 잘려 있고, 음성은 일부 소실되었다. 지완은 <여판사>의 재구성에 필요한 자료를 좇는 과정에서 홍은원 감독의 생애와 영화인으로서의 고뇌를 마주한다.
<오마주>의 묘미는 주연을 맡은 이정은의 담담한 연기에 있다. 소리내 울 법한 상황에도 괜찮다 털어내는 그녀의 모습에 관객은 어느샌가 마음을 함께한다. 그런 지완이 차근차근 되짚어가는 홍은원 감독의 궤적은 2020년대와 1960년대를 가로지르며 영화를 사랑하는 여성들을 하나로 묶어낸다. 세대를 뛰어넘어 한데 앉아 조각난 필름을 이어 붙이는 여성 영화인들의 모습은 깊은 울림을 더한다. 서로를 향한 응원과 끝까지 살아남아 영화를 하라는 전언이 시간을 건너 다다르는 작품. <오마주>는 제69회 시드니영화제, 제18회 글래스고영화제, 제34회 도쿄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고, 제20회 피렌체 한국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제작·투자를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