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마> Coma
베르트랑 보넬로/프랑스/2022년/80분/마스터즈
팬데믹으로 소녀는 문 밖을 나설 수 없다. 방 안에 갇힌 그녀는 가상 세계를 통해서나마 세상을 바라보며 숨통을 틔운다. 이때 만난 유튜버 파트리시아 코마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그녀를 꿈의 세계로 인도한다. <코마>는 <포르노그래퍼>로 칸국제영화제 국제비평상을 수상하고 <라폴로니드: 관용의 집> 으로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던 베르트랑 보넬로 감독의 신작이다. 코로나19로 물리적 한계가 분명해진 시점에서 시간 예술인 영화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다각도로 살피는 작품이다.
<코마>의 주된 관심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교묘히 넘나 드는 데 있다. 가령 소녀와 친구들의 온라인 미팅을 빌미로 10대의 내밀한 감정을 진득하게 바라보다가 불현듯 가스파르 윌리엘의 내레이션이 포함된 애니메이션으로 현재를 묘사한다. 세태를 날카롭게 풍자하면서 인형극을 가미해 블랙코미디를 선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코마>의 독특한 전개는 베르트랑 보넬로 감독의 편지로 인해 다소 중화된다. 영화는 감독이 자신의 딸 안나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하고 마무리되는데, 그 편지엔 이 절망의 시간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며 자신은 언제나 딸의 곁에 있겠다는 다독임으로 가득하다. 팬데믹과 가상 세계를 접목한 영화의 시도가 흥미로운 한편 이 암흑기도 언젠간 끝이 나고, 우리에게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는 감독의 메시지가 깊이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