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감독이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위촉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4월27일부터 5월2일까지 열리는 제39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는 국제경쟁 심사위원 세 사람 중 한 명으로 샤루나스 바르타스 감독을 선임했다. 리투아니아 출신인 바르타스 감독은 지난 2017년 미투(#metoo) 운동 당시 두 명의 리투아니아 여성에게 성추행 및 폭력 혐의로 고발당한 바 있다.
2017년 11월20일자 <할리우드 리포터> 기사에 따르면 샤루나스 바르타스 감독은 2012년경 캐스팅을 위해 만난 배우를 추행했으며, 함께 작품 활동을 했던 미술감독이 관계를 거부하자 그를 바닥으로 밀치고 TV를 던지는 등 폭행을 가했다고 한다. 이후 피해자들이 바르타스 감독을 공식적으로 고소하지는 않았지만, 위 사안이 불거진 후 리투아니아 수도 빌니우스는 당국을 통해 바르타스 감독에게 스튜디오 퇴거를 통지했다고 한다. 바르타스 감독은 사건에 대해 침묵했고, 2020년 제73회 칸영화제에 <황혼 속에서>로 초청받았다. <황혼 속에서>는 같은 해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되었다.
올해 주빈국으로 리투아니아를 선정한 부산국제단편영화제는 ‘리투아니아 시네아스트’ 프로그램을 마련해 샤루나스 바르타스 감독을 재조명한다. 이번에 상영되는 그의 작품은 총 네 편의 단편(<인 메모리 오브 어 데이 곤 바이> <토포라리아> <아이들은 아무것도 잃지 않는다> <샤루나스 바르타스,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이다. 또한 부산국제단편영화제는 유튜브 공식 채널에서 바르타스 감독과 함께 그의 영화 세계와 영화 예술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토크 프로그램도 진행한다고 알렸다. 그는 국제경쟁 부문 심사위원직도 맡았다.
사실이 알려지자 부산국제단편영화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및 SNS에 관객의 비판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월21일, 부산국제단편영화제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입장을 전했다. “샤루나스 바르타스 감독의 영화 상영 및 초청과 관련된 주빈국 섹션은 리투아니아 대사관, 리투아니아 문화부, 리투아니아 필름센터와 협력해서 함께 기획하고 준비”했다는 영화제 측은 “리투아니아 당국과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특이 사항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리투아니아 당국과 관련 사항을 상세히 확인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씨네21>이 취재한 결과 부산국제단편영화제는 지난 25일 해당 사안에 대해 내부 회의를 거쳤으며, 샤루나스 바르타스 감독의 심사 참여와 작품 상영, 토크 프로그램을 예정대로 진행한다. 영화제 측은 “리투아니아 당국과 프로그램에 대해 토의하는 동안 감독 관련 문제가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고, 지역의 작은 영화제인 만큼 감독 개인의 정보를 일일이 살필 여력이 되지 않아 SNS를 통해 관객의 제보를 받기 전에는 감독에 대한 논란을 인식하지 못했다”며 영화제 구성원들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영화제 측은 바루타스 감독의 심사위원직, 기획전 상영, 토크 프로그램은 “관객과의 약속이기도 하기에 유지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사안의 엄중함을 영화제가 분명히 인지하고 있지만 정확한 사실 확인이 없는 상황에서 법적 권한이나 수사권 그리고 정치적 판단 권한이 없는 영화제 입장에서는 명확한 사실이나 근거 없이 이미 예정된 프로그램을 취소할 수 없”으며 “2017년 발행된 2개의 기사를 기반으로 법적 권한이나 수사권이 없는 영화제에서 관련 사안을 확증 판단한다면 이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다만 샤루나스 바르타스 감독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거취 문제로 내한하지 못하고 해외에서 영화제 일정을 소화한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는 위와 같은 입장과 함께 “영화계 내 미투 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함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는 오는 27일 부산 영화의전당 및 BNK부산은행 아트시네마에서 개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