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인들의 얼굴을 웃는 얼굴로 바꿔놓는 저 은은한 미소의 소유자는 누구일까. 바로 베트남 출신 승려이자 평화운동가인 틱낫한이다. 마크 J. 프랜시스와 맥스 퓨 감독은 스님의 명상 공동체 플럼 빌리지에서 머물며 그가 뇌출혈로 쓰러지기 직전까지의 3년을 담은 다큐멘터리 <나를 만나는 길>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거목이 궁금한 관객에게는 그다지 유용하지 않을 자료다. 베트남 반전 운동을 벌인 틱낫한이 베트남 정부로부터 망명을 강요받자 프랑스로 건너가 플럼 빌리지를 설립했다는 몇줄의 자막이 사실상 그에 관한 유일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수행하며 틱낫한 정신에 감응한 두 감독은 혹여나 스승을 우상화할까 염려해 의도적으로 그와 거리를 두는 촬영 방식을 택했다.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 생활하는 플럼 빌리지 내부를 천천히 한 바퀴 둘러본 카메라는 외부 활동에 나서는 제자들을 따라 도시로 나갔다가 그들의 가족을 만나기도 한다.
<나를 만나는 길>은 명상이 되기를 자처한 영화다. 걷고 먹는 등 하나의 행위에만 몰두하는 수행자들의 모습을 담은 클로즈업숏은 관객이 관람이란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도록 이끈다. 영화 사이사이에 끼워진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내레이션이 깔린 풍경 숏들은 15분마다 종이 울리면 하던 일을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어야 하는 종소리 명상처럼 관객을 부드럽게 환기한다. 마치 영화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자 했던 두 감독은 후반작업에서 자연음을 살리는 데에 집중했다. 새소리와 같은 평화로운 소리가 94분 동안 호사스럽게 이어진다. 그러니 긴장이 풀려 혹여나 보다 잠들더라도 자책하지 말자. 이 영화는 그런 관객도 미소를 띤 얼굴로 지켜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