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외딴 농가, 수현(샌드라 오)과 그녀의 딸 크리스(피벨 스튜어트)는 외부와의 접촉이 드문 집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크리스는 홈스쿨링을 하고, 수현은 양봉을 하며 생계를 잇는다. 그러던 어느 날, 이곳에 수현의 외삼촌이 불쑥 나타나 그녀의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한다. 엄마의 유골과 유품도 함께 건네며. 무슨 사연인지 수현의 반응은 냉담하고, 유골과 유품도 그저 지하실에 둘 뿐이다. 하지만 외삼촌의 방문 이후 자꾸만 기이한 일들이 벌어진다. 수현은 엄마의 환영을 보고, 크리스는 자기도 모르게 외할머니의 유품에 눈길이 간다. 수현은 그녀의 엄마가 생전에 자신에게 집착했던 것을 기억하며 엄마의 원혼이 이 집에 찾아왔음을 느낀다. 달아나려 해도 엄마의 기운은 점점 더 강하게 느껴지고 이제 수현도 변하기 시작한다.
<엄마>는 모녀 관계에 숨은 집착과 소유욕, 그에 대한 공포를 호러 장르의 문법으로 풀어낸다. 미국 이민 1, 2세대가 제각기 느낀 소외와 고통도 영화의 소재로 다룬다. 이 영화의 주된 장르적 쾌감은 미국의 시선에서 한국 문화를 보았을 때 느낄 법한 생소함과 이질감에서 온다. ‘엄마’라는 단어, 탈, 한복, 때를 미는 행위 같은 것들이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이미 익숙한 한국 관객에게는 다르게 느껴질 법하다. 종종 등장하는 어색한 한국말이나 한국 관례에 대한 부족한 이해가 아쉽게 느껴진다. 한국 문화에 흐르는 ‘한의 정서’를 서구 호러물에서 악령이 내리는 저주와 유사하게 풀어냈는데, 이런 시도를 국내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일 듯하다. 한국계 미국인 아이리스 K. 심이 각본을 쓰고 연출했으며 한국계 캐나다인 샌드라 오가 주연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