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정태춘이 데뷔 40주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국 순회공연을 하고 있다. 공연 실황 영상을 통해 데뷔곡 <시인의 마을>이 흘러나오자 영화는 1978년으로 시간을 돌린다. 평택에서 상경한 후 단숨에 인기 가수로 발돋움했던 정태춘의 데뷔 이래 일대기가 아카이브 자료로 재생된다. 가요·영화 사전검열 철폐 운동, 전교조 합법화 투쟁,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투쟁, 2016 광화문 촛불시위 등 굴곡진 한국 현대사 곳곳에서 활동했던 정태춘의 모습은 그가 대중 가수의 영역을 넘어 어떻게 시대의 아이콘이 되어왔는지를 보여준다.
정태춘이란 사람만으로도 인상 깊은 다큐멘터리다. 시적 감수성을 한껏 머금은 노랫말, 대중가요에 국악을 혼합한 전위적 도전, 포크 공연의 신기원을 열었던 전국 순회 소극장 공연 투어 ‘얘기노래마당’까지 가수 정태춘의 힘이 영화 내내 풍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대한민국 정치사회의 아픈 사건들, 그 최전선에서 기타 하나 메고 노래하는 그의 모습일 테다. 온갖 박해와 비난을 감수하며 “물론 가야지!”를 외치는 노장의 결연함이 뭉클한 반성을 일으킨다.
다만 정태춘의 존재감에 착실하게 기대기만 하는 영화의 방법론이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데뷔 40주년 프로젝트를 위해 제작된 영화라고는 하나, 마치 공연 실황 DVD의 코멘터리 영상을 보는 듯하다. 대체로 정태춘의 라이브 영상을 제시한 뒤 해당 곡에 맞춰 몇몇 인물의 인터뷰를 나열하는 단선적 구성을 따르기 때문. 동창생, 평론가, 팬들의 코멘트도 정태춘에 관한 단순 설명과 피상적 감상에 그치는 기분이다. 스크린에서 정태춘의 음악을 온전히 감상하기엔 좋은 기회지만, 인간 정태춘의 생동감을 느끼고 싶단 갈증이 시원하게 해소되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