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얼굴의 공간과 대화의 시간을 담보하는 영화적 숙의 '매스'
2022-05-18
글 : 이우빈

교회 집사 주디(브리다 울)가 분주히 방을 꾸민다. 의자를 이리저리 옮기고, 간식이나 휴지를 갖다놓는다. 교회에 올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찾아온 이들은 에번의 부모 제이(제이슨 아이작스)와 게일(마사 플림프턴), 헤이든의 부모 리처드(리드 버니)와 린다(앤 도드)다. 에번은 고교 총기 난사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피해자고, 헤이든은 이 사건의 범인이자 사망자다. 시간이 흐른 후, 두쌍의 부부가 서로를 치유하고자 한 탁자에 모였다. 감정을 억누르고 상대를 비난하지 않으려 힘쓰지만,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비애와 격정이 쉽게 숨겨질 리 없다.

숙의 민주주의. 사회 의제에 관해 시민들이 깊게 의논하고 숙고하는 민주제 형식을 일컫는다. 여기서 숙의란 다소 불편할지라도 자신과 의견이 다른 상대를 마주 보고, 대화할 공간을 내주는 용기를 뜻하기도 한다. 숙의는 정치의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어느 상황이든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상대의 얼굴을 피하지 않고, 애써 내비친 마음을 경청해야 할 테다. <매스> 속 두쌍의 부부가 보여주는 바가 그렇다. 아무리 자신의 자식의 생명을 앗아간 이의 부모일지라도, 사랑하는 아들을 살인자로 명명해야 할지라도 문제를 꿰맨 후 내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끈질긴 대화와 집요한 시선을 멈춰선 안된다는 것이다.

외부 개입을 차단한 외딴방의 프레임화. 서로의 얼굴을 편히 볼 수 있도록 바꾼 의자의 각도. 언제든 눈물을 닦도록 방 한쪽에 놓아둔 휴지. 인물의 감정 흐름을 온전히 담기 위한 화면비의 변화와 최소화된 카메라 움직임까지. 영화의 사려 깊은 연출 역시 상처받은 이들의 치유를 위한 숙의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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